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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겨울의 호수

3-15




처음부터… 이럴 생각은 없었다.


터무니 없는 일이다. 그들이 사건의 재현을 요구할 때도 나만큼은 그 제안에 따르지 않았다.


… 그들은 나에게 있어, 인생 처음으로 가지게 된 친구였으니까.



- 첫번째 사건이 있기 전, 세인트루시아 캐슬 -



마에카와 히로토: " 여기서 뭐 하십니까…? 엉거주춤한 폼을 잡고선. "


사쿠라 카야데: " 노, 놀라라…! 너였구나, 마에카와. "


사쿠라 카야데: " 별 거 아니다, 벽 너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 것 같아서… 역시나 잘못 들은거겠지. 그것보다도 말이다. "


사쿠라 카야데: " … 지금부턴 어떻게 할 생각이느냐, 마에카와? "


마에카와 히로토: " 그걸 왜 저한테 물으십니까? 저는 애초부터 사건의 재현에는 관심이 없다니까요! "


마에카와 히로토: " … 근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한다고 하던가요? "


사쿠라 카야데: " 미츠키는 아직까지도 기억이 돌아오지 못한 모양이더구나. 또, 그 아이는 당장이라도 재현을 저지르려고 했고… 내가 섣부르다며 간신히 말리기는 했다만. "


마에카와 히로토: " 아라이 미츠키… 젠장, 우리가 왜 그 여자 때문에 이런 꼴을 겪어야 하느냔 말입니다! "


사쿠라 카야데: " 쉿… 소리가 크다! 이 곳, 세인트루시아 캐슬은 갑작스레 유동인구가 늘기 시작했다. 언제 어디서 사람이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아… "


사쿠라 카야데: " … 이상하기도 하지. 아무리 잠겨있던 곳이 열렸다고는 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곳만 조사할 이유는 없을텐데. "


마에카와 히로토: " 눈치챈 거 아닙니까? 모노쿠마가 그렇게도 꽁꽁 숨겨놓았던 장소입니다. 이 캐슬에 비밀이 있다는 것 정도는 저라도 어렴풋이 알 것 같은데요. "



……



사쿠라 카야데: " 그렇다면… 더욱 서둘러야지. 그 아이들이 이 이상으로 캐슬을 조사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 "


마에카와 히로토: " 자, 잠깐만요… 알고는 있습니까? 그 말은 누군가를… 우리의 친구였던 누군가를 죽이겠다는 말이라고요! "


사쿠라 카야데: " …… "


사쿠라 카야데: " 상관없다, 어차피 가상세계이지 않느냐? 물론, 가상세계에서의 마지막을 죽음으로 마무리한다면 현실에서도 사망은 확실하지만 말이다… 우리에겐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지 않느냐. "


사쿠라 카야데: " 하지만 그 이전에 무언가가 이상하더군. 데쟈뷰… 라고 들어는 봤느냐? "


마에카와 히로토: " 데자뷰…? "


사쿠라 카야데: " 너나 나나 이 살인게임은 분명히 처음일터이다. 그런데도 출처를 알 수 없는, 중복되는 기억이 자꾸만 겹치는 것이 아니겠느냐. "


마에카와 히로토: " 그건… 잘 모르겠지만, 단순히 가상현실 시뮬레이터가 오류를 일으킨게 아닐까요? 그 녀석들, 기본적인 준비는 제대로 해놓아야 할 거 아닙니까…!! 기기에 이상이라도 생겨서 우리의 신체에 이상이라도 생기면 어떡하려고! "



… 하지만, 그녀의 반응은 어딘가가 이상했다.


보통의 그녀라면, 언제나의 사쿠라 씨라면… 왈가닥하는 성격에 더불어 맞장구를 쳤을 터인데, 의외로 깊게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보였다.



사쿠라 카야데: " … 기계에는 이상이 없을지도 몰라. "


마에카와 히로토: " 네…? "


사쿠라 카야데: " 래디컬 센터의 기술력은 세계 제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자들이 만든 기기에 이상이 있다…? 난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구나. "


사쿠라 카야데: " 오히려… 이상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게 말이 되겠지. "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들었어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의 희미한 의문에는 아랑곳않고, 그녀는 자신만의 추리를 이어나갔다.



사쿠라 카야데: " 이 가상현실 시뮬레이터는 한 두 번의 시뮬레이션 정도로는 오류가 일어나지 않는다. 과거 초고교급 테라피스트와 초고교급 프로그래머, 이외에도 각종 전문화된 인력과 막대한 자본력이 만들어낸 래디컬 센터의 자랑과도 같은 존재일테니까. "


사쿠라 카야데: " 하지만… 그 시뮬레이션 횟수가 10회, 20회… 하다 못해 50회를 훌쩍 넘어가게 되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 "


사쿠라 카야데: " 기억의 혼란은 나만 겪는 것이 아니다. 미도리카와, 호노카… 마나베나 다른 녀석들도 종종 이상함을 겪고 있어. 이 시뮬레이션은 결코 한 번만 일어난게 아니라, 여러 번 반복되어 실행되고 있는거다. "


마에카와 히로토: " 터무니 없지만… 그래요, 그렇다고 치자고요. 그럼 이 시뮬레이션은 왜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겁니까? 애초에 반복될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요! "


사쿠라 카야데: " …… "


사쿠라 카야데: " 잘은 모르겠지만… 녀석들에게 속은거겠지. "


마에카와 히로토: " 뭐라고요…!? "



우리들에게는 사건의 재현을 통해 마키 씨를 무나카타 쿄스케로 각성시키면 끝이라고 해놓고, 그 짓거리를 무한히 반복시키고 있다니…


… 어째서지? 우리가 그 계획에 실패해서, 마키 씨가 무나카타 쿄스케로 각성하지 못해서?



마에카와 히로토: " 신 미래기관은… 당신들에게 뭘 바라는걸까요? "


마에카와 히로토: " 마키 유이치를 무나카타 쿄스케로 각성시켜 목적을 이루고, 살인게임 시뮬레이터를 끝낸다고 해도… 그들에게 무슨 이익이 있는걸까요? "


마에카와 히로토: " 그, 그렇죠! 적어도 당신은 알고 있잖아요…? "


사쿠라 카야데: " … 모른다. "


마에카와 히로토: " …… "



누구보다도 아라이 미츠키, 그 재수없는 여자를 믿고 따르는 사쿠라 씨마저 이유를 모른다니…


결국, 우리는 기억이 존재하지 않는 아라이 미츠키를 맹목적으로 믿을 수 밖에 없는 일인가…?



사쿠라 카야데: " 미츠키라면 분명히 여러가지를 알고 있었을게다. 신 미래기관과 직접적으로 교섭한 것도 그 아이니까… "


사쿠라 카야데: " 그러니, 우리는 어떻게 해서라도 미츠키의 기억부터 되돌려 놓아야만 한다. "


마에카와 히로토: " 그럼… 왜 죽여야하죠? "


마에카와 히로토: " 아무도 죽이고 싶지 않습니다. 생판 남을 죽이라고 해도 트라우마가 걱정되어서 그러지 못할 것 같은데… "


마에카와 히로토: " 제… 친구들이라고요. 절대로 잃고 싶지 않는 제 유일한 친… "


사쿠라 카야데: " 너만 괴로운 줄 아느냐…? 나도 이러고 싶지 않다! 하지만, 하지만… "


사쿠라 카야데: "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라는건, 지금의 우리들을 두고 하는 말이잖아! "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라.


살인게임에 들어가기 전, 그러니까… 영국에서의 마지막 날에 아라이 미츠키가 우리에게 했던 이야기다.


그녀는 그 살인게임에서 우리들의 목숨을 걸어서라도 마키 유이치를 무나카타 쿄스케로 각성시켜야 한다고 누누히 강조했다.


그녀 나름의 강단있는 언변으로 사쿠라 씨와, 나머지 한 사람은 마음이 고무된 듯 보였으나… 나는 그렇지 못했다.


그런 정신나간 계획에 동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 혼자서라도 영국에서 일본으로 조기 귀국까지 했는데…


왜… 그들은 스탠드와 인연을 끊은 내 기억은 지우지 않은거지?



사쿠라 카야데: " 그러니 부탁하마, 마에카와… 스탠드로 돌아와 우리를 도와주지 않겠느냐. "


마에카와 히로토: " … 승낙할 이유가 없잖아요. 살인게임에 들어오기 이전부터 누누히 반대한게 저라고요? 비록, 당신들의 필사적인 각오는 무시할 것이 되지 않아 굳이 누설하지는 않았지만… "


사쿠라 카야데: " … 세계에는 아직 희망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희망은 무나카타 쿄스케라는 사람 이외에는 대체할 수가 없다. 예전이라면 그런 희망따위 필요 없었겠지만… "


사쿠라 카야데: " 알고 있지 않느냐? 두 눈으로 똑똑히 보지 않았느냐…! 세계는 인류 최대 최악의 절망적 사건보다 더한 절망으로 메워지려고 한다. 우리가 그걸 막을 수만 있다면- "


마에카와 히로토: " 세계가 어떻게 되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 "



……



마에카와 히로토: " 당신도 그래요… 세계가 절망으로 어쩌고 저쩌고, 우리가 왜 그렇게 힘들고 괴로워야 하는데요? 누가 이런 사명을 가지라고 말이나 했습니까? 아무리 키보가미네 학원의 학생이라고 해도, 그 누구도 우리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지 않아요! "


마에카와 히로토: " 그래요… 당신, 사실은 즐기고 있죠? 자신이 다크나이트라도 된 마냥, 정의감에 찌들어 어떤 짓을 해도 결국에는 재평가를 받으며 용납이 될 것 같죠? "


마에카와 히로토: " 나에게는 당신이 속한 스탠드를 막을 힘은 커녕 그 무엇도 막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기억이 온전함에도 흘러가는대로 냅둔 겁니다만… 기어코 살인을 저지르겠다면 저도 가만히 두고볼 수는 없겠군요. "


사쿠라 카야데: " 뭐, 뭐라…? "


마에카와 히로토: " 보아하니 살인을 준비하고 있던 모양인데… 제가 초장부터 그걸 떠벌린다면 어떨까요? 당신들의 계획에 엄청난 차질이 생기고 말겠죠. "


마에카와 히로토: " 그러니까 살인은 하나 마나입니다. 마키 유이치 씨를 각성시키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도 없을테니 괜한 짓 말고… "


마에카와 히로토: " … 아무것도 하지 말아주세요. "



-



사쿠라 씨에게도, 마키 씨에게도 아무것도 하지 말 것을 주문해놓은 상황이다.


…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다.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이다.


설령 정말로 살인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 뿐이다. 말은 그렇게 해놓았지만 저들의 주장을 마냥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에노시마 쥰코, 그 여자의 어마무시한 사건이 종식되고 시간이 흐른 지금, 세상에는 또 다른 절망이 드리우고 있었다.


세간은 그 절망을 간단명료하게 '판데모니움' 이라고 명명했다. 그 판데모니움은 어떤 이유로, 무슨 목적으로 우리를 덮쳤는지 알 도리가 없었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 판데모니움에 맞서려면, 우리는 더 이상 희망적인 희망에 기댈 수는 없게 되었다.


그래, 악마를 상대하려면 악마가 되야하듯… 우리에게는 절망에 가까운 절대적인 희망이 필요했고, 그 인재로써 가장 적합한 인물은 무나카타 쿄스케라는 평이 자자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속세를 떠난 지 오래였다. 미래기관의 개혁 이후, 그는 홀연히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러니… 남은 이들은 어떻게든 제 2의 무나카타 쿄스케라도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된 것이다. 무언가에 홀린 미치광이 마냥.


그리고 그들은 키보가미네 학원 80기생인 마키 유이치에게 살인게임이라는 시련을 부여하여, 강제적으로 각성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특성이 유사하다는 이유, 그것 하나만으로 말이다.


윤리적으로 옳지 못하고, 그걸 떠나서 클래스메이트인 그를 괴롭게 만드는 것은 두 눈 뜨고 보기 어려웠지만……


… 내심, 나는 스탠드의 계획이 성공하기를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같은 처지의 친구를 내 손으로 더럽히지 않고, 그저 방관자의 입장에서… 최소한의 죄책감만 느끼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문득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너무나도 나약했다.


에이트, 이노우에, 사쿠라, 하나에, 미도리카와, 마나베… 그들이 죽을 때에도, 이들의 죽음은 내 탓이 아니라고 정신 승리를 했다.


나는 모두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학생회를 조직해서 어떻게든 살인만은 막아보려고 한 것도 진심이었다.


그저… 나에게는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용납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학생회의 리더를 맡으며 내심 안심했던 것 뿐이다.


이 정도면… 나치고는 노력했잖아.




- 두번째 사건이 있기 전, 항해 중의 선박 -



마에카와 히로토: " 저기… 아라이 미츠키, 잠깐 시간 됩니까? "


아라이 미츠키: " 앙? 뭐야, 뺀질이잖아? "


마에카와 히로토: " 빼, 뺀질… 아무튼, 아까 하나에 씨가 이것저것 중요한 이야기를 했잖아요? 스탠드의 리더인 당신이 무언가 기억을 떠올렸나 싶어서… "


아라이 미츠키: " …… "


아라이 미츠키: " 그걸 내가 왜 알려줘야하지? 뭐야, 네 놈도 스탠드냐? "


마에카와 히로토: " 그, 그런게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 입장에서 확실한 배신자는 당신 뿐이고, 그 위협을 대충 파악하기 위해서… "


아라이 미츠키: " 그렇게 말하는데 잘도 털어놓겠다. 꺼져, 병신아. "



… 죽일듯한 기세로 나를 노려보자, 결국 나는 자리를 피할 수 밖에 없었다.


사쿠라 씨의 죽음은… 결국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는 말인가? 저 여자, 기어코 아무런 기억도 되돌아오지 못한 것 같은데.


그렇다면 스탠드에게 남은 의미는 뭐지? 스탠드 중에서 가장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쿠라 씨마저도 우리는 아라이 미츠키에게 기댈 수 밖에 없다고 했는데…


정작 그 아라이 미츠키에게도 기대지 못할 상황이라면, 그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셈이지?


모노쿠마의 어이없는 판정으로 인해… 그리고 스탠드들과 동일한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결국 스탠드와 똑같은 취급을 받게된 나지만, 여전히 살인을 할 생각따위는 없다.


그저 궁금할 뿐이다. 아라이 미츠키가 재기 불능이 된 이상, 현재의 스탠드에게는 목적이고 무엇이고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와 아라이, 둘을 제외한 나머지 스탠드 한 명은 여전히 사건의 재현을 고심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 살인게임에는 살인게임을 재현하려는 스탠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살인게임을 망치려 드는 의문의 제로라는 집단도 있다.


그걸 알아버린 이상…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는 아라이 미츠키의 기억 복원이 간절한 상황이다.


그런데… 뭘 어떻게 해야하지? 사쿠라 카야데 씨도 하지 못한걸, 남은 우리가 해낼 수 있을 리가 없잖아.



……



마에카와 히로토: " 그래… 나에게는 학생회라는 카드가 있잖아! "



학생회, 그래… 학생회.


비록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구성한 집단이지만, 어쩌면… 이것도 좋은 카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마에카와 히로토: " 핫…!! "


마에카와 히로토: " 무슨… 무슨 말을 하는거야… 그렇게나 친구를 죽일 수 없다고 해놓고, 이제와서 친구들을 이용해 세계를 구하려고 한다니… "


마에카와 히로토: " 내가 미쳤지… 잠깐 정신줄을 놓았나. "


마에카와 히로토: " …… "


마에카와 히로토: " 그런데… 세계같은 거창한 것은 몰라도, 여기의 다른 사람들은 구할 수 있지 않나? "




- 세번째 사건이 일어나기 전, 마에카와의 개인실 -



마에카와 히로토: " 거울의 미궁…? "


타카하시 쥰: " 그렇다고 하는군. 그 끝에는 무언가의 보상도 있다고 들었다만… 어떻게 생각하는가, 마에카와? "


마에카와 히로토: " …… "


마에카와 히로토: " 관심 없습니다. 애초에, 그 미궁을 도전하려면 기껏 감금해놓은 세 사람을 풀어줘야 한다는 말이라고요? "


타카하시 쥰: " 그건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감금은 조금 너무한 처사가 아닌가? Cool하고 Sexy하지 못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


마에카와 히로토: " 타카하시 씨… "


마에카와 히로토: " 나의 가장 절친한 벗님. 부디 페퍼민트 티백을 넣은 차 한 잔을 부탁할 수 있겠습니까? "


타카하시 쥰: " 가, 갑자기!? 이젠 그런 부탁을 해도 넘어가지 않는다! 그 정도는 네 스스로… "


마에카와 히로토: " … 믿고 있겠습니다. "


타카하시 쥰: " … 믿어? 미, 믿어… 나를… "


타카하시 쥰: " … 하항! 세상에서 제일 Cool한 페퍼민트 차를 기대하라고! "



……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어느샌가 사람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호노카 아카네, 타카하시 쥰, 에비나 코토리…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우선은 협조적인 칸다 케이타까지, 비교적 온순한 사람들을 밑에 두어 내 나름대로의 세력을 만들었다.


그 결과물로, 마키 유이치와 우에하라 에리… 이즈미 코하루까지, 내 말에 따르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은 전부 개인실에 감금시켜놓는 결과까지 이루어냈다.


그로부터 몇 시간 정도는 우쭐해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모든건 한심한 권력놀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금새 깨달았다.


… 그리고 또 몇 시간이 지나면, 그 권력놀음에 흥이 붙어 학생회를 불러모으고, 또 다시 가상세계를 조사했다.


그 행동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어차피 두번째 섬과 세번째 섬은 잠겨있는 거울의 미궁을 제외하면 아무런 가치가 없는 곳들 뿐이니까.


그런데도… 나는 그저 누군가의 위에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어리석게도 말이다.


그 순간만큼은 스탠드 같은 것을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정의의 사도가 되었고, 가상세계에서 거역할 수 없는 기반을 쌓았다. 지독한 현실에서 눈을 돌리기에는 너무나도 달콤한 허황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는 좋지 않았다. 서서히 내 정신이 온전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을 때부터 말이다.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도 잊어버렸다. 나는 스탠드라서 학생회를 조직했나? 아니면, 스탠드를 막기 위해 학생회를 조직한 것이었나?


… 알 게 뭐야.


요즘은 매일마다 악몽을 꾼다. 앞서 죽은 여섯 명… 특히, 사쿠라 카야데 씨의 얼굴이 꿈의 어둠을 맴돌았다.


사지가 절단되어 끔찍한 형상을 하고 있던 그녀는, 내게 언제나 나지막이 속삭였다.



'너도… 즐기고 있을 뿐이잖아.'



과정은 끔찍했다지만 결과적으로는 세계를 구하고자 했던 사쿠라 씨와는 달리… 나는 그 이상으로 저질스럽고 추잡했다. 더 이상 그녀와 같은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모두를 가지고 노는, 오히려 그토록 만류했던 스탠드보다도 더욱 악질인 인간이 되어있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어버린거지?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간간히 미도리카와 씨나 이즈미 씨가 나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고는 했다. 그리고, 나는 그 때마다 그녀들을 언짢아 했다.


지금에 와서야 생각할 뿐이다. 그 때라도 정신을 차렸다면… 나는 이런 나쁜 놈이 되어있지는 않았을텐데.


너희들과 조금이라도 더 친해졌다면, 내가 그 사이에서 갈등하지 않았더라면, 혹은 너희들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이 없었더라면…


나는 우정과 사명, 사적인 욕망 사이에 사로잡혀 이딴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



지금에 와서 용서를 구하고 사정을 설명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미궁에서 추방되기 직전, 나는 그들에게서 놀람과 경멸, 혹은 그 이상의 시선을 마주하고 말았고…


두 번 다시는 이전과 같은 관계로 되돌아갈 수 없음을 느꼈다.


결국… 나는 진실을 숨기고 살인을 방관한 쓰레기일 뿐이다.



마에카와 히로토: " 으, 으흐흐… "



그래… 이미 난 쓰레기가 된 몸이다. 저들이 돌아오면 나는 확실한 쓰레기가 되어버린다. 그것을 부정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마에카와 히로토: " 그래… 맞아, 나는 쓰레기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인간이 아니지… "


마에카와 히로토: " 지금이라면, 진실에 담긴 약간의 거짓으로 상황을 뒤집을 수 있어… "











- 거울의 미궁, 네 번째 시련으로 가는 길 -



… 마에카와가 스탠드로 밝혀졌다.


물어볼 것은 많았지만, 우리에게는 그 정도의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투표 허용 시간이 끝나자마자, 마에카와는 네 표를 받은 채로 미궁에서 추방당했고… 래디컬 패드의 네온 문구가 우리가 정답을 맞추었다는 사실을 알려줄 뿐이었다.



카나데 카즈키: " 야, 얘들아… 목 안 마르냐? 나, 이제 슬슬 한계거든… "


이리에 사야하: " 말해서 뭐해… 하루가 넘도록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챙기지 못한 채 걷기만 했잖아. 게다가… "


이리에 사야하: " 몇 시간 전에 마에카와 형이 추방된 이후부터는 다들 힘이 빠져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는걸. "


우에하라 에리: " …… "


에비나 코토리: " …… "


호노카 아카네: "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한계지만 역시 제일 급한 문제는 물이야. 하루가 넘도록 물을 못 마시고 걷기만 하니까… "



마에카와가 스탠드라고 밝혀졌음에도 우리는 그에 대한 긴밀한 얘기를 나눌 힘조차 없었다. 그저, 조금이라도 더 빨리 미궁의 끝에 도달하기를 바랄 뿐…


카나데에게 업혀가는 이리에만이 마에카와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그 생각을 우리에게까지 공유하지는 않았다.


…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다들 워낙에 지쳐있었으니까. 거기에 피부를 베는 듯한 추위까지 겹쳐지니 더 이상 걸을 힘조차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우에하라 에리: " 얘들아, 마지막으로 물을게… 정말로 이 미궁을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야? "


우에하라 에리: " 춥고, 먹을 것도 없고, 걷기만 반복하는 이 미궁의 끝에 뭐가 있을 줄 알고 그러는거야? 정말로 궁금해서 그래. 이 일에 확신이라도 있는거니? "


카나데 카즈키: " …… "


카나데 카즈키: " 이 살인게임에서 뭐 하나라도 확실한 것이 있었냐? "


카나데 카즈키: " 그런건 없었어. 이 살인게임을 뒤집을 단서따위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그래서 간절한거다.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믿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진실이라도 존재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에겐 엄청난 힘이 될테니까. "


우에하라 에리: " …… "


우에하라 에리: " 나는 기권하겠어. 마지막 시련까지는 정신의 시련이 남아있지? "


우에하라 에리: " … 힘내, 진심으로 응원할게. "


카나데 카즈키: " 우에하라… "



그 말만을 짧게 남긴 채, 그녀는 래디컬패드를 꺼내어 기권코드를 0066을 입력했다. 그러자…


앞서 마에카와가 탈락했던 것 처럼, 그녀도 우리의 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져갔다.


이제 거울의 미궁에 남은 시련은 두 개, 남은 사람은 나와 에비나, 카나데, 이리에… 네 명 뿐이다.


마지막 정체불명의 시련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정신의 시련을 돌파해야만 한다. 사실, 지금 이대로도 꽤나 정신적으로 몰려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서 그런 것일까… 헛것으로 인한 표지판이 보이는 것 같다.


… 표지판?


사방에 거울밖에 없어 정신분열이 찾아올 것 같았던 이 미궁에, 표지판은 꽤나 이례적인 오브젝트였다.


나는 허겁지겁 그것에게로 달려가, 그 정체를 확인해보았다.



호노카 아카네: " 관조자의 집…? "



표지판이 가르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 곳에는 거울과 거울로 이루어진 또 다른 이갈래 길이 있었고… 무언가에 홀린듯이 우리는 그 길을 따라 나아갔다.


걸음을 돌린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우리는 그 길의 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곳에는…




-


마에카와를 투표하는 선택지로 인하여 친밀도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카나데 카즈키 - 1

이리에 사야하 + 1

에비나 코토리 + 0

우에하라 에리 + 3

마에카와 히로토 - 3


초고교급 기자 / 마키 유이치 [3]

초고교급 농구선수 / 카나데 카즈키 [2]

X

초고교급 작가 / 호노카 아카네

X

초고교급 아이돌 / 이즈미 코하루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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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도박사 / 이리에 사야하 [4]

초고교급 연극배우 / 타카하시 쥰 [3]

초고교급 조향사 / 마에카와 히로토 [1]

X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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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요리사 / 칸다 케이타 [4]

초고교급 간호사 / 우에하라 에리 [6]

X

초고교급 용병 / 아라이 미츠키 [0]

X

초고교급 행운 / 에비나 코토리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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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생존 인원: 11 / 17 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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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의 멤버


- 에이트

- ???

- 우에하라 에리

- ???


스탠드의 멤버


- 아라이 미츠키

- 마에카와 히로토

- ???

- 사쿠라 카야데


이노센트


- ???

- 미도리카와 안나

- ???

- ???

- 하나에 리온

- 이노우에 노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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