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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 Ruin

4-21 (학급재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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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슬… 기능을 다 했구나. "

 

 

 

애당초 "버그룸" 이라는 이름을 가진 것부터 이 곳의 수명이 길 것이라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이번은 그 여느 때보다도 빠른 붕괴인 것 같다.

 

예순 여섯 번의 살인게임 중에 가상세계가 붕괴된 때는 오직 단 한 가지의 경우 뿐이다. 졸업재판의 실패, 살인게임의 끝, 그로 인한 리셋의 직전…

 

그렇다면… 또 다시 리셋인 거야?

 

이젠 지겹다 못해 정신병이 걸릴 지경이다. 비록 난 NPC에 불과한 존재이니 진짜로 정신병에 걸리지는 않겠지만…

 

… 그런데 이상한걸. 붕괴가 꽤 진행중임에도 왜 나는 날 만나러 오지 않는거지?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할 때 즈음, 뒷쪽에서부터 타박거리는 소리가 다가온다.

 

그럼 그렇지. 이번에도 똑같은 결말이구나. 똑같이 반복되는 루프에 내심 실망과 안도가 섞인 채로 뒤를 돌아보았다.

 

 

???: " 또 왔구나. 고생했어, 나… "

 

칸다 케이타: " ……… "

 

칸다 케이타: " 니… 하나에 리온 아이가. "

 

???: " ……… "

 

하나에 리온: " … 에? "

 

 

이번에는 유독 이 버그룸을 찾아온 존재가 많았다.

 

호노카 아카네, 마키 유이치, 마나베 리츠, 아라이 미츠키, 이리에 사야하… 다들 어떤 형태로든 옛날부터 한 두 번씩은 도달한 적 있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칸다를 비롯한 그 녀석들은 버그룸에 도달한 이력이 없다. 네가 어떻게 여길… 아니, 그 이전에… 가상세계가 붕괴하는 타이밍에 네가 이 곳에 왔다는 건…

 

 

하나에 리온: " 네… 네가 최종 생존자인거야…? "

 

칸다 케이타: " 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하노? 하아… 여기가 어디고? "

 

하나에 리온: " 여기는 버그룸… 특정한 방법 혹은 부정한 수단을 통해 이 곳에 도달할 수 있어. 너희들의 잃어버린 기억을 보관하고 있지. "

 

하나에 리온: " 대답했으니까 너도 대답해줘…! 네가… 최종 생존자라고? 내가 아니라? 여기엔 어떻게 도달한거지!? "

 

 

있을 수 없다. 지금까지의 살인 게임은 무조건 내가 최종 생존자였다.

 

그 과정은 언제나 달라질 수 있었고, 마지막 재판에 도달한 사람도 달랐지만… 결국 마지막에 남는 사람은 언제나 나였다.

 

이건 개인적인 승부욕이나 욕심같은 같잖은 이유가 아니다. 내가 아직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있던 이유는, 여태껏 계속해서 살아남은 나에게 이전 살인게임의 기억을 계승시켜줄 수 있었기 때문인데…

 

그 대상이 지금에서야 갑작스레 바뀐다고!? 그럴 순 없어. 그럴 수는…!!

 

버그룸에 막 들어온 칸다는 아직 상황파악도 되지 않은 모양이다. 이 버그룸은 곧 무너져, 기능을 다하고 만다.

 

어차피 무너질 거… 발각되더라도 상관없는 셈이다. NPC의 권한을 속여 잠시 관리자의 눈을 빼앗아보았다.

 

권한을 속여 관리자 시스템에 접속하자 가뜩이나 픽셀 하나하나가 뜯겨져 가는 버그룸에 경보까지 울리기 시작한다. 코어 시스템에도 과부하가 오기 시작해 정신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

 

………!!

 

관리자의 권한은 2초가 채 되지 않아 다시 빼앗기고 말았다. 다시 접속을 시도해보았지만 NPC의 기능마저 서서히 상실되어가고 있다.

 

방어 시스템을 무력화 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너무 빠르잖아…!! 이 정도의 속도라면 이미 내 행동을 예상짐작 하고 있었다는 소리인데…

 

얼마 전 버그룸에서 마키와 나눈 대화, 이 버그룸은 의도치 않게 생겨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의도로 생성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가설… 어쩌면… 진짜일지도 몰라…

 

그렇다면 나는 자의를 가진 NPC가 아니라 그저 입력한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건가…!? 아니, 그런 잡생각을 할 때가 아니야. 계속해서 접속을 시도하다가 얻어걸린 그 짧은 순간에… 나는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가상세계 내부에서 생존한 사람은 마키 유이치, 우에하라 에리, 칸다 케이타… 아직 셋이 남았어. 칸다는 최종 생존자가 아니다…

 

내가 최종 생존자가 아닌 것도 충격적이지만, 아무런 연관도 없는 네가 어떻게 여기에 온 건데…!!

 

 

칸다 케이타: " 진정, 진정해라! 뭐, 귀신이라도 본기가!? 사람 얼굴 봤다고 숨을 그렇게 헐떡이면서…!! "

 

하나에 리온: " 하아, 하아…!! "

 

칸다 케이타: " 진정하라니까-!! 잘 들어라. 나는 호노카, 그 가스나가 사용한 비상 전원 장치를 통해 이 곳에 도달했다! 아직 바깥에는 호노카나 카나데, 에비나 같은 녀석들이 남아있데이! 나는 최종 생존자 같은 게 아니다! "

 

칸다 케이타: " 니도 정신 단디 차리라! 내가 이 곳까지 어떻게 도달했는데!? 탈출구는…!? 여기서 어떻게해야 이 가상세계를 탈출할 수 있노!? "

 

 

나 뿐만 아니라 더 빠른 속도로 무너져가는 버그룸에 당황한 것은 칸다도 매 한가지라, 언제나 침착해보이던 그 얼굴에도 조급함이 묻어나왔다.

 

하지만… 가상세계가 무너지기 시작한 시점에서부터 이 패러디스는 외부와 단절된다. 안전하게 새로운 시뮬레이션을 시작하기 위한 변수 차단인 셈이다.

 

"시도는 할 수 있지만 안 될 가능성도 있어" 라며 주눅든 채로 말하자, 칸다는 복잡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재빨리 무언가를 생각하기 시작한다.

 

 

칸다 케이타: " 기억… 기억을 보관하고 있다 했제!? 누구의? 누군가의 기억을 보여줄 수도 있다는기가? 특정한 과거를? 시점은 어떻게 되는건데! 그렇다면 누구의 기억을 보는 게… 모두를 볼 수는 없는기가!? "

 

하나에 리온: " 누구의 기억을 보든 상관없지만 횟수는 한 번으로 제한되어있어!! 보여주는 것은 잃어버린 부분 중 가장 소중한 기억이야. 대게 너희들의 추억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마냥 추억이라고 단정짓기는 곤란하고…!! 그, 그… "

 

하나에 리온: " 이젠 설명할 시간이 없어! 주변을 보면 알잖아! 기억을 볼 거야, 말 거야!? "

 

칸다 케이타: " 하…!! 여기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

 

칸다 케이타: " 젠장,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는구로… 나의 기억을… "

 

칸다 케이타: " …… 잠시만. "

 

칸다 케이타: " 혹시… 여기에 도달한 다른 사람들이 있었나? "

 

하나에 리온: " 호노카, 마키, 마나베, 아라이, 이리에… 그 중에서 기억을 본 사람들은 전부 자신의 기억을 봤어! "

 

칸다 케이타: " 뭐라고!? 잘 안들린다-!! "

 

하나에 리온: " 자신의 기억을 봤다고-!!!! "

 

 

이제는 하늘이 아니라 땅까지 울려 굉음이 귀를 파고들기 시작한다. 이대로라면 수 분 안에 끝나고 말아…!!

 

젠장… 나는… 어떻게 해야…!! 지금 눈 앞에 있는 칸다에게라도 반격의 실마리를 남겨야하나…!? 하지만, 그렇게 되면…

 

죽는… 거잖아… 완벽하게……

 

남들은 한 번 죽으면 모든 것을 잃는 와중에 나만 계속해서 살아남았어. 그 탓에 처음 겪는 죽음의 공포에 꼴사납게 정신이 나가버리고… 미안하다고 생각하지만…

 

하지만… 이, 이제는… 진짜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어…

 

내가 지금껏 해왔던 모든 것은 뭐가 되는건데!?

 

 

칸다 케이타: " 그렇다면 그건 네가 권유한기가, 아님 금마 자신들의 선택인기가!? "

 

하나에 리온: " ……… "

 

칸다 케이타: " 하나에-!! "

 

하나에 리온: " 나의 권유를 들은 선택이긴 했지만 결국 선택을 한 주체는 본인들이었어… 난 그저 어드바이스를 했을 뿐이야. "

 

칸다 케이타: " 그럼 하나만 묻자. 니는… 네 의지대로 행동하고 있나? "

 

칸다 케이타: " 니는 이 가상세계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존재가 맞나…!! "

 

하나에 리온: " 그렇게… 생각했어. 예순 여섯 번의 반복되는 살인게임동안은 말이야. "

 

하나에 리온: " 하지만 이제는 아니야. 우연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던 이 버그룸은 사실 누군가에게 감시받고 있는 곳이었고, 내 존재는 누군가에 의해 설정된 값으로 대화하고 생각하는 가상세계의 NPC일 뿐이라고 생각해… "

 

하나에 리온: " 나는… 내 의지대로 행동하고 있지 않아. "

 

칸다 케이타: " 젠장… 니까지… 도대체가, 이 가상세계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건가…!! "

 

 

칸다는 고뇌에 빠진 채 무언가를 계속해서 읊조리기 시작했다.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두통을 호소하다가, 다시금 나에게 물어온다.

 

 

칸다 케이타: " … 그럼 내가 탈출하지 않고 이 곳에 남으면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노? "

 

하나에 리온: " 이 버그룸에 머물면서 함께 존재까지 사라지던가, 아니면…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던가. 후자의 선택지를 고르려면 빨리 해야 해! 내게 남은 권한이 채 사라지기 전에… 아니, 그 전에 진짜로 여기에 남겠다는 거야? "

 

칸다 케이타: " 돌아갈 수 있다… 라. "

 

하나에 리온: " 남의 기억을 보는 건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아! 서둘러서 네 기억을 본 다음, 네게 남길 단서들이 있어! 우선… "

 

칸다 케이타: " ……… "

 

칸다 케이타: " 아니, 방금 네가 한 말로 마음 먹었다. 누군가의 기억은 보지 않는다. 너에게서 앞으로 도움이 될 말도 듣지 않을기다. "

 

하나에 리온: " 뭐…!? "

 

칸다 케이타: " 니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 너의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긴 하면서도, 결국은 누군가의 의도대로 행동하는 셈이다. 나도 여기에 들어오기 직전까지 그 본질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었다. 덕분에 답을 빨리 내릴 수 있었구마… "

 

칸다 케이타: " 결국 이 곳에서 누군가의 기억을 보고 기억을 되돌려 받는 것도, 너에게서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받는 것도 수 없이 반복되는 살인게임에서 너라는 존재를 지우지 않고 방치한 흑막의 의도에 놀아나는 셈… 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네가 위협이 될만한 존재였다면 진작에 처리했겠제. "

 

하나에 리온: " 그, 그건… "

 

칸다 케이타: " 물론 누군가는 진실을 추구하기 위해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여야만 한다. 하지만 한 명 쯤은… 의도에 반해 변수가 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

 

칸다 케이타: " 에비나, 그 가스나의 존재 하나 만으로도 꽤 많은게 바뀔 수 있었다면… 나도 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노? "

 

칸다 케이타: " 혹시나 해서 묻는 거지만… 지금까지의 내가 이런 적이 있었나? "

 

하나에 리온: " 없었어… 지금까지의 너는 그저… 이 가상세계의 스토리와는 동 떨어진… 감시자… 방관자… 그저 지켜보는 역할이었는데… "

 

칸다 케이타: " 그럼 됐다. 날 돌려 보내줘라. "

 

 

………

 

………

 

 

하나에 리온: " 네 뜻은 잘 알겠어. 가상세계가 무너지는 것을 보니 아마 바깥에서는 졸업 재판을 시작하고 있거나… 끝났거나… 아무튼 종점 어느 부근에 위치하고 있을 거야. "

 

하나에 리온: " … 무운을 빌게. "

 

 

간신히 정신을 집중하여 칸다를 버그룸에 침입한 바이러스로 규정하자 칸다의 존재가 서서히 흐려지기 시작했다.

 

너의 그 선택이… 정말로 변수를 야기할 수 있는지… 아니면 그 조차도 예기된 것인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 멋지네, 나름.

 

 

하나에 리온: " …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게 있어. 내가 확인한 생존자는 마키와 우에하라, 너까지 셋 밖에 없었는데… 바깥에는 카나데나 호노카, 에비나도 아직 남아있다고 했지?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됐어? "

 

칸다 케이타: " ……… "

 

하나에 리온: " 너무 부담 가지지 않아도 돼. 어느 정도 인지는 하고 있으니까. 그저… "

 

칸다 케이타: " 너는 죽었다. 모든 일의 근원이라는 마키를 죽이려다가 가상세계에 의지를 빼앗긴 미도리카와에게 살해당했고, 그 미도리카와는 마나베에게 살해당했지. "

 

칸다 케이타: " 니는… 더 이상 가상세계의 주인공도, 반복되는 루프의 피해자도 아닐기다. "

 

하나에 리온: " 아… 하하… 그렇구나… 역시… 죽었구나…. "

 

 

온 몸에 힘이 쭉 빠져가는 기분이 듦과 동시에 흔들리는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일말의 희망이라도 가지고 싶었건만, 눈 앞에 진실을 마주하고 나니 다시 일어날 용기가 들지 않는다.

 

뭐… 그럴 필요도 없다. 이제 곧 영원히 사라질 존재인데, 다시 일어서서 희망차게 소멸되는 건 불필요한 일이잖아.

 

그저… 울컥하고 쏟아지는 눈물을 멈출 방법이 없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칸다 케이타: " ……… "

 

칸다 케이타: " … 어리기만 했을 뿐인 네 삶을 이런 식으로 마감하게 되는 걸 지켜보게 되어 유감이다. "

 

칸다 케이타: " 네 가족들에게 네 마지막은 전해줄기다. 가능하다면 에비나에게도 전해주마. 이 모든 일이 무사히 끝난다면 그들에게 맛있는 식사라도 대접해주겠다… "

 

칸다 케이타: " 그 동안 진심으로 고생 많았다. 여태까지 성장해오면서 있었던 모든 슬픈 일, 지금까지 가상세계를 버텨오며 있었던 모든 혼란스러운 감정들… "

 

칸다 케이타: " 이제 내려놓아라. 편히 눈 감아도 좋다. 너는 다신 이 가상세계에서 눈을 뜰 일 없을기다. 앞으로는 나와 남은 녀석들이 어떻게든 이 곳을 끝장낼테니까… "

 

칸다 케이타: " 넌… 최선을 다 했어. "

 

 

………………………

 

………………………

 

 

하나에 리온: " … 사라졌다. "

 

하나에 리온: " 내게… 이런 편안한 최후를 누릴 자격이 있는 지는 모르겠어. 어쩌면 이 모든 일의 시초는… "

 

하나에 리온: " 아니… 됐어… 이젠 어떻게 되든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야. "

 

 

칸다의 말대로, 이제는 고민과 근심에서 벗어날 시간이다.

 

나는 있는 힘껏 대자로 뻗어 바닥에 누웠다. 붕괴되어가는 하늘의 색은 너무나도 빨갛던지라 조금은 두려웠지만…

 

눈을 감으니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하나에 리온: " 엄마, 아빠… 아리아 누나, 에비나… "

 

하나에 리온: " 아니… 코토리… "

 

하나에 리온: " …… 안녕. "

 

 

 

 

 

 

 

 

 

 

 

 

 

 

 

 

 

 

 

 

 

 

 

 

 

 

 

 

 

 

 

 

 

 

 

 

 

 

 

 

 

 

 

 

 

 

 

 

 

 

 

 

 

 

 

 

 

 

-

 

가상세계에 남아있겠다는 내 선택은… 당연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예상치 못한 일이었을까. 

 

이대로 진실을 알아내지 못한 채 가상세계를 빠져나갔다면… 미도리카와의 말대로 영 좋지 않은 결말이었을 수도 있다. 나는 그 결말을 바꾸고 싶어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막상 탈출의 기회가 코 앞까지 다가오니 그 손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나가고 싶었다. 그럴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애초부터… 이렇게까지 누군가와 많이 엮일 생각은 없었다.

 

어쩌다보니 미도리카와와 엮이고, 그러다가 크루즈에선 마키와 엮이고, 이번에는 하나에에게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르는 약속을 무턱대고 해버렸다.

 

감정적으로 되었구마… 반성해야 하는기라.

 

기나긴 꿈에서 서서히 눈을 뜨자 초장부터 못 볼 꼴을 봐버리고 만다.

 

그리 머지 않은 거리에… 이즈미 코하루의 시체가 피 웅덩이의 해변가에 잠겨 있었다.

 

 

칸다 케이타: " 윽…!! "

 

 

아마도 히노 유이에게 당했다고 했었지… 그렇다면 아직도 주변에 있는 건가? 주변을 한껏 경계해보았지만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 재판은 살인에 관한 재판… 아니, 가상세계의 상태를 보면 졸업 재판에 돌입했을거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 가시나의 죽음은 아무 것도 아닌, 그저 무의미한 것이…

 

 

칸다 케이타: " … 아니. 그럴 순 없는기다. "

 

 

무의미 하더라도… 만에 하나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나는 이즈미 코하루의 시체를 뒤적거리며 조사를 해보았다.

 

사인은 자상. 날카로운 무언가에 얼굴을 비롯한 신체 여러 부위를 찔려 사망했다. 규격을 보아하니 흉기는 나이프 류일 것이다.

 

피가 굳은 정도와 출혈량을 보아 사망한 지는 세 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출혈량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다. 아마… 어느 정도는 생존해 있었던가?

 

분명 내가 호노카 아카네와 가시나의 시체를 마주했을 때는 숲 속이었다. 저기에 시체가 있다는 건… 저기까지 기어갔던 거구마. 그럼 그 때도 살아는 있었다는 뜻이겠다.

 

그런데…

 

죽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면서 너무 부자연스럽게 굳어있지 않나?

 

요리사인 나는 뇌에 각인이 될 정도로 교육받았던 것이 있다. 그것과 유사한 경우처럼 보이는 건… 기분 탓인가.

 

히노 유이, 그 여자가 죽이고 후속타까지 넣은건가? 아니, 이건 우발적인 살인이다. 계획적으로… 혹은 이성을 가진 채로 살인을 했다면 일격 한 번, 그렇지 않더라도 한 부위에 집중된 타격 수 차례가 전부여야했다. 이렇게 무차별적인 난도질이 아니라.

 

그런 살인에서 다른 의도를 가지고 굳이 확인사살까지 할 여유는 없다… 그렇다는 건.

 

 

칸다 케이타: " 다른 누군가가 이즈미 코하루를 죽이려고 했다…? 독으로? "

 

칸다 케이타: " 물론 이 섬은 식수도, 식량도 제한된 상황이었다지만 이즈미 일행이 딱히 식량에 쪼들리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어류를 제외하면 마땅한 식량도 없는 것이 사실이제. 그렇다면 이 독의 출처는 생선. "

 

칸다 케이타: " 아무리 생선 독에 무지하더라도 생선에 독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건 상식선의 영역이다. 이 가스나가 그걸 모를 리는 없겠지. 아무런 경계도 하지 않고 픽 죽어버린 무식한 가스나는 아니라 믿는다. "

 

칸다 케이타: " 그럼 최소한 독에 대한 경계라도 했을텐데… 식량에 쪼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그런 위험한 짓을 했을까? 아니,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고 먹었던 거다… "

 

칸다 케이타: " 호노카, 에비나, 카나데… 그 중에서 생선을 먹인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이즈미를 죽이려고 한 건가… "

 

 

………

 

 

칸다 케이타: " 아니, 일단은 제쳐두자… 지금은 살인이 아닌 사건의 진상에 대해 다루는 재판이다. 게다가 이 쪽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생선의 위험성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도 있는 거고… 그로 인한 사고사였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구마. "

 

칸다 케이타: " 괜히 열지 말아야 할 판도라의 상자는… 지나칠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지. "

 

 

미안하다, 이즈미… 물론 너의 죽음을 마냥 덮어둘 이유는 없지만, 그 사실을 함구하여 얻을 수 있는 거짓된 평화가 존재한다면…

 

난 그 쪽을 택하겠다….

 

나는 근처에 흩어진 나뭇잎들을 품에 가득 모아 이즈미의 얼굴에 덮어주었다.

 

… 오늘따라 마지막을 지켜주는 일이 유독 많구마.

 

간단하게 이즈미의 명복을 빌어주자,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모노쿠마의 익살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매 재판에서 들었던 재판에 대한 룰 설명… 인가. 타이밍 딱 맞춰 등장하겠군.

 

하아… 젠장, 이 녀석이고 저 녀석이고 왜 나한테 자꾸만…

 

나는… 그저 지켜보는 것이 전부였을 뿐일텐데……

 

………

 

 

칸다 케이타: " 네게 협조했던 대가는 잊지 않았겠제, 마키.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

 

칸다 케이타: " 지켜보겠데이… 이 졸업재판, 어디 네 뜻대로 날뛰어봐라… "

 

칸다 케이타: " 나를 확실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 없는지는 오로지 네 의지에 달려있으니께. "

 

 

내 앞에 남은 나무 몇 개만 헤쳐나가면, 모노쿠마와… 살아남은 녀석들의 최종장이 한창 이루어지고 있을 장소에 다다른다.

 

가보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신은 없지만…

 

어쩌면 나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많은 짐이 달려있을 지도 모르니까… 최선을 다해야제.

 

 

모노쿠마: " 졸업재판에선 지금까지와의 학급재판과는 달리 「모든 것의 진상」에 대해 다룹니… 다…… "

 

 

 

 

모노쿠마: " … 하아? "

 

칸다 케이타: " 오랜만이데이, 모노쿠마. 건강 잘 챙겼나보구마? "

 

이리에 사야하: " 끼야아아악-!! 뭐, 뭐야!? 갑자기!! "

 

아라이 미츠키: " 히야, 저 녀석도 남아있었냐? "

 

호노카 아카네: " ……………………… "

 

호노카 아카네: " 어째서…? "

 

호노카 아카네: " 어떻게… 살아있는거야? "

 

 

어떻게 살아있냐니… 환영 인사치고는 제법 살벌한 멘트구로… 내가 죽지 않았다는 것 쯤은 이 중에서 네가 제일 잘 알텐데.

 

왜 돌아왔냐는 문장을 어떻게 살아있냐는 말로 둘러 말하는 거구마. 왜 둘러서 말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숨겨야 하는 이유가 있는거라면…

 

일단은… 지켜보도록 하자.

 

 

칸다 케이타: " 뭐… 그렇게 됐다. 멀리서 들었다. 모노쿠마가 그러더마, 졸업재판을 한다고… 내 자리는 어디고? "

 

모노쿠마: " ……… "

 

모노쿠마: " 분명 재판요건이 갖추어졌을 때에는 칸다 케이타의 존재는 없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

 

모노쿠마: " 단순히 붕괴의 영향인가… 아니… 그렇다고 해도… "

 

칸다 케이타: " 뭘 그렇게 중얼거리노? 내는 재판에 참가시켜주지도 않을기가? "

 

B: " 아무 나무나 올라가라. 모노쿠마, 뭘 그렇게 굳어있지? 이게 그렇게까지 치명적인 일인가? "

 

모노쿠마: " … 아니, 됐어. 자! 잠깐 이슈가 있었지만 졸업 재판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The trial must go on-!! "

 

모노쿠마: " 다시 한 번 졸업재판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하도록 합죠-! "

 

모노쿠마: " 졸업재판에선 재판장인 나, 모노쿠마가 제시한 주제에 대한 논의를 나누고, 그에 대한 답을 도출해내며 다음 단계로 차근차근 나아가는 토론의 장입니다! 하나의 주제를 클리어하면 자유 토의 시간을 가져 여러분들의 의견과 생각을 정리한 후, 다음 주제로 넘어가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

 

모노쿠마: " 한 가지 주제에 대한 답은 한 명이 대표로 답해야 합니다. 혹여나 답에 대한 의견이 갈릴 시 재판장인 나와 B, 그리고 곧 소개할 세 명의 도우미를 제외한 학생들의 다수결로 결정됩니다! "

 

모노쿠마: " 이번 재판은 조사할 시간도 없었고, 다뤄야 할 정보의 양이 방대하니 각자 소지하고 있는 래디컬 패드를 통해 공유하고 싶은 정보를 맘껏 공유하셔도 됩니다! 재판 도중에 언제든 열람할 수 있고, 중간중간 주어지는 자유 토의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이야기 하셔도 좋겠네요! "

 

모노쿠마: " 올바른 답을 제출하면 재판은 계속해서 진행되지만, 만약 올바르지 못한 답을 제출할 경우에는… "

 

모노쿠마: " 외부인인 B를 제외한 살아남은 학생들 전원이 [처벌]을 받고, 가상세계는 다시 한 번 초기화되어 살인게임을 반복합니다! "

 

모노쿠마: " 아, 당연하지만 살아남은 학생들은 말장난 같은 거, 해당 안 된다? 이 가상세계에 숨 붙어 있는 모든 학생 참가자 전원에 대한 이야기니까. 나중에 가서 딴 소리 하면 안 돼! "

 

아라이 미츠키: " 잠깐만… 세 명의 도우미라고 했냐? 아직 이 자리에는 마키 유이치나 카나데 카즈키, 에비나 코토리가 보이지 않는데… 걔들을 일컫는 말인가? "

 

모노쿠마: " 응! 비록 그 아이들은 현재 재판에 참가하기엔 곤란한 상황이라 졸업재판에는 배제시켰지만, 그들과 모든 조건이 똑같은 A.I.가 참가자의 자격으로 이 재판에 참가할거야! 저기 둥둥 떠다니는 큰 모니터 보이지? 동기화가 완료되면 곧 나타날테니 잠시만 기다리라구~ "

 

우에하라 에리: " 그렇지만 마키는 죽었… 아니, 아닌가? 어느새부터 마키에 대한 취급이 이상해졌는데… "

 

호노카 아카네: " 분명 네가 그렇게 말했잖아. 마키는 죽었다고… 어떻게 된 거야, 칸다! 그 말은… 사실이 아니었던거야? "

 

이리에 사야하: " 죽지 않았어. 그 형은 죽음을 위장한 거야. 어째서인지 칸다 형은 그런 마키 형의 공작을 도와주었고. "

 

이리에 사야하: " … 왜 그랬을까, 우리 칸다 형은? "

 

 

아직 재판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질문 공세라니… 마키에게 납치당한 내 걱정은 조금 해줘도 되는 거 아닌가? 허참.

 

뭐, 그래도 각오했던 일이니까…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면 안되겠제.

 

 

칸다 케이타: " 그렇다면 잠시 들어라. 어차피 재판을 시작하려면 시간이 걸리니께… 세번째 섬에서의 살인이 일어나기 전, 마키가 크루즈를 탈취해서 나를 데리고 이 곳, 메모리아로 향했을 때의 일이다. "

 

칸다 케이타: " 일이 일어난 직후였제…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내가 뭘 할 수 있겠노? 그저 손가락 쪽쪽 빨면서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것 밖에 할 수 없던기라. 그 왜, 즐기는 자가 1류라고 하지 않나? "

 

이리에 사야하: " 맞아, 저 형… 래디컬 패드로 근황을 알리면서 태평하게 놀고 있는 사진을 보냈었지…!! 진짜 미친 줄 알았지 뭐야? "

 

칸다 케이타: " 배에 단 둘이 타고 있는 게 뻔한데 설마 날 죽이거나 하겠노? 게다가 마키는 이 가상세계에서 언터쳐블한 존재가 되어가는 상황인데, 괜히 저항해봤자 득 될 일은 없어보였고… 원래 무언가를 바꿀 힘이나 의지가 없다면 순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기라. "

 

칸다 케이타: " 그러다 저녁이 되니 항해실에서 농성중이던 마키가 꾸물꾸물 기어나오더라. 그런데… 그 꼴이… "

 

칸다 케이타: " … 사람의 형태가 아니었다. "

 

호노카 아카네: " 사람의 형태가 아니었다니, 우리가 잠깐이나마 마주했던 쓰러진 마키는 온전한 사람의 형태였어! 무슨 의미야…!? "

 

칸다 케이타: " 그… 뭐랄까, 어차피 가상세계니까 그러려니 하고 들어라. 존재가 흐릿했다. "

 

칸다 케이타: " 마키가 존재하는 부분, 그 공간에 마키가 차지하는 만큼만 뿌옇게 흐렸고… 모자이크 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

 

칸다 케이타: " 뭔가, 필사적으로 가려지고 있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

 

 

………

 

 

 

호노카 아카네: "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그래서? "

 

호노카 아카네: " 그 흐릿해진 마키가 너에게 무슨 짓을 했는데?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길래 마키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한 거지? "

 

칸다 케이타: " … 별 짓 안했다. 오히려 내가 마키를 도왔지. 마키는… 너무나도 연약해져있었다. "

 

호노카 아카네: " 연약해져 있었다니… 아까부터 통 모를 말만 하는구나. 그 멀쩡하던 애가 갑자기 병이라도 걸렸어? "

 

칸다 케이타: " 문자 그대로지. 무너져가고 있었다. 정신적으로 무너져가는 게 아니라 육체적으로. 서 있을 힘조차 없어보이더라. "

 

칸다 케이타: " 하지만 그런 상태의 마키는… 그 어떤 때보다도 광기에 차있던 것 같았다. 웃고 있더라. 그 역겨운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있다고… 말이제. "

 

아라이 미츠키: " … 미친 놈. "

 

칸다 케이타: " 그런데… 말하다 보니까… 까먹을 뻔 했네… "

 

칸다 케이타: " 호노카, 기억하나? 저번에 네가 귀가 닳도록 말하던 거 있다 아이가. 변수를 창출해야한다고… "

 

칸다 케이타: " 나는… 네 예상에서 벗어난 존재가 되었나? "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쯤은 알고 있다.

 

나는 한낱 사람에 불과하고… 내가 속여야 하는 것은 수 억, 수 조의 가능성을 계산하는 가상세계 시뮬레이터다. 그것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자신이 아니라 오만인거지.

 

하지만… 왜 속여야하는 상대를 가상세계, 모노쿠마로 단정 지어야 하는거지?

 

이길 수 없는 상대라면 소모전을 해가며 시간을 낭비할 순 없다. 지금까지 가상세계가 계속 반복되어왔다면… 한 번 쯤은 이런 미친 짓을 해봐야 공략의 가능성이 생긴다.

 

다시 생각해도 내가 취할 스탠스는 위험 투성이다. 도박 투성이고, 조금 지나지 않아 내가 돌이킬 수 없는 미친 짓을 벌였고, 헛되게 신뢰만 잃게 되었음을 깨닫게 될 지도 모른다.

 

그래도… 0%의 가능성을 0.01%로 끌어올릴 수만 있다면… 이게 내가 해야 할 일이다.

 

그렇게 마음을 다 잡고 호노카의 눈을 마주하자,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문을 텄다.

 

 

호노카 아카네: " … 인정이라도 해달라는 건 지는 모르겠지만, 너의 등장은 상당히… 서프라이즈지. 솔직히 예상 못 했어. "

 

칸다 케이타: " 그럼… 가치가 있겠구마. "

 

칸다 케이타: " 다들 들어라. 이 가상세계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선 지금까지와 다른 변수가 필수적. 우리는 여태껏 그걸 에비나 코토리의 존재로 간주하고 있었지만… "

 

칸다 케이타: " 지금 에비나는 이 자리에 없다. 무슨 이유인지 밝혀내는 것은 뒷전이다. 에비나가 일으킨 나비효과가 있을 지도 모르지만 무엇인지는 모르겠고, 당장 벌어진 결과만 놓고 보자면 우리는 변수… 상황을 타개할 카드를 잃은 셈이나 다름 없다 아이가. "

 

칸다 케이타: " 그렇다면 어떻게든 내가 변수가 되어보이겠다. 그러니까, 마키에 대한 정보는 나만의 히든카드로 남겨둘기다. "

 

칸다 케이타: " 이해… 못하더라도 참아라. "

 

이리에 사야하: " … 하아? "

 

이리에 사야하: " 웃기지 마! 하나하나 힘을 합쳐도 겨우 클리어 가능성이 보이는 재판이라고!? 너무 제 멋대로인 거 아냐!? "

 

이리에 사야하: " … 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길 가능성이 없는 게임에서 갑자기 등장한 칸다 형은 분명 모노쿠마에게 틈새를 보이게 했어. 아까 모노쿠마의 반응도 분명 그러했고. "

 

이리에 사야하: " 단순히 감이지만… 지금 그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까지 숨기는 이유가 있다면… "

 

이리에 사야하: " 칸다 형은… 지금 상황을 생각보다 훨씬 불리한 형세로 판단하고 있는 모양이구나. "

 

 

역시 도박판에서 구르다 온 꼬맹이라 판을 보는 눈은 정확하구로.

 

그렇다. 난 여기 중 그 누구도 100% 믿을 수 없다. 단순한 의심암귀같은 것이 아니라…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러지 않는 쪽이 이상하다.

 

스탠드니 제로니 하는 놈들이 판치고 있는 것도 그렇고, 기억을 잃은 아라이 미츠키를 얼굴 마담으로 내세워 암약하는 것들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건 우리를 속이고 있다는 괘씸한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아직까지도 자신의 정체를 다 까발리지 않고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은 존재가 있다는 것은…

 

… 이 상황까지도 결국 숨은 자의 뜻대로 되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시골 산 속 마을에서 살았다. 덕분에 다른 학문보다도 어른들에게서 제일 먼저 배운 것이 있다면… 숲에서 벗어나는 법이다.

 

길을 잃었을 때 혼란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나 자신을 컨트롤 하기 위해서. 어른들은 그 무엇보다도 살아남는 법에 대한 교육을 먼저 해주었다.

 

우선은 나서지 않고 그 자리에서 가만히 기다린다. 누군가의 도움을 바랄 수 있다면 그 쪽이 훨씬 쉽고 간편한 길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다면… 헤매고 헤매다 극한의 위험에 빠져버린다면…

 

… 숲에 불을 지르는 것이다.

 

그 리스크는 감히 말할 수 없겠지만… 아무 것도 하지 못하다가 죽어버리는 것 보단 몇 백 배는 나은 결말이지.

 

우리는 아직 그 숲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졸업재판에도 분명 우리를 훼방놓으려고 할 존재가 있다.

 

그럼…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숲을 빠져 나가 보이겠다.

 

 

우에하라 에리: " …… 어떡할거니? 칸다의 말을 그대로 수용하는거야…? "

 

아라이 미츠키: " 수용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입을 열 생각은 하지도 않는 것 같은데. 아가리를 찢어버려도 똑같을 걸. "

 

우에하라 에리: " 이, 입을 찢어버리면 말을 더 못 하게 되잖아! "

 

아라이 미츠키: " 그나저나… 옛날부터 예사 놈이 아니라고 생각했지. 숲 속에 갇혀 나오지도 않던 양반이 어쩌다가 그렇게까지 말문을 트게 되셨수? "

 

칸다 케이타: " 우리 모두는… 언젠가 바깥 세상으로 나서야 할 때가 온다. "

 

칸다 케이타: " 나도 마찬가지지. 나의 안전을 위해서 여태껏 누구와도 깊은 관계를 맺지 않으며 보신주의적인 태도를 보였다만… "

 

칸다 케이타: " 때가 되어서도 나서지 않으면, 그건 그저 밥만 축내는 백수랑 다를 게 없지 않겠노… "

 

 

………

 

 

아라이 미츠키: " 살아… 있다는 거지. 너는 그런 마키 유이치의 상태에 대해 거짓말을 했고. "

 

이리에 사야하: " 가장 마지막으로 마키 형을 본 게 나라면… 아마 살아있을거야. "

 

아라이 미츠키: " 그렇다면… 나는 너와 마키 유이치의 관계에 대해 물고 늘어질 수 밖에 없겠군. "

 

칸다 케이타: " ……… "

 

아라이 미츠키: " 뭐가 변수를 위한 행동이라는 거야? 정신 차려. 비록 호노카 아카네가 그런 말을 했다고 해도 이건 엄연히 다른 문제다. 내 눈에는 네게 들키기 싫은 치부를 적당히 둘러대는 것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

 

아라이 미츠키: " 비록 너처럼 초고교급 도박사같은 판단력이나 특별한 눈을 가진 게 아니지만… 그렇게 단편적으로 바라보기에 확고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있지. "

 

아라이 미츠키: " 너… 마키 유이치랑 손을 잡고- "

 

호노카 아카네: " 마키를 이 가상세계의 스토리에서 이탈시키려고 한 거구나. 넌… 무언가의 지령을 받고 움직인거야. "

 

칸다 케이타: " ……… "

 

모노쿠마: " 잠깐-!!!! "

 

모노쿠마: " 잠깐 기다렷-!! 뭘 멋대로 재판을 진행하는거야! 지금부터는 삼군수도통제관 Jr. 모노쿠마 님의 통제하에 재판을 진행한다-!! "

 

모노쿠마: " … 반박시 처벌. "

 

호노카 아카네: " ……… "

 

칸다 케이타: " ……… "

 

모노쿠마: " 뭐, 원래 계획했던 순서가 있긴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당장 장안의 화젯거리부터 다뤄보도록 할까요! "

 

모노쿠마: " 첫 번째 주제는, 초고교급 학생들 17명의 역할입니다! 모두들 시원하게 정체부터 까발리고 가보자고-!! "

 

 

그 말과 동시에, 원형 재판장 정중앙에 둥둥 떠다니던 모니터들에 세 명의 얼굴이 비춰지기 시작한다.

 

… 퍽이나 반가운 얼굴들이군.

 

 

[에비나 코토리] " 어, 어라…? 여기는… 너무 어두워…!! 저, 저기요! 아무도 없나여!? "

 

우에하라 에리: " 에비나…!! 우리 여기에 있어-!! 내 목소리가 들리니!? "

 

[카나데 카즈키] " 큭…!! 뭐가 어떻게 된 일이야!? 분명 우리는 처형을 당하고 있었을텐데… 주, 죽은거야? "

 

아라이 미츠키: " 미친 적태양 새끼가…! 처형? 언제적 이야기를 꺼내들고 앉았냐!? 그 새를 못참고 사라지더니, 모니터 속에 갇혀서 뭐하고 있는건데!? "

 

모노쿠마: " 워워~ 진정하라구. 저 셋의 기억에는 진척도가 다르니까. "

 

모노쿠마: " 내가 A.I.로 너희들을 복원할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아직까지도 생존 처리 되어있는 마키 군의 경우에는 방금 직전의 상황까지 그대로 복제할 수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카나데 군과 에비나 양은 저번 재판을 마지막으로 생존 신호가 뚝 끊겼기 때문에 그 이상 복원할 수는 없었어. "

 

모노쿠마: " 하지만 뭐,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재판에 참여할 수 없을 뻔한 친구들이 버튜버로나마 등장할 수 있으니 모노 좋고 쿠마 좋은 일 아니리? 라이라이차차차-! "

 

B: " 헛소리 말고… 하아, 내가 어쩌다 이런 짓거리에 동참을… "

 

호노카 아카네: " … 너야? 마키…… "

 

호노카 아카네: " 마키… 마키 유이치…!! "

 

[마키 유이치] " ……… "

 

[마키 유이치] " 그런가… 여긴… "

 

[마키 유이치] " 조금 의외의 형태이긴 하지만… 내가 할 일은 달라지지 않아. "

 

[마키 유이치] " 걱정하지 마, 호노카. 난 너와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으니까. "

 

호노카 아카네: " ……!! "

 

모노쿠마: " 자, 다들 모이셨나요? 다 모인 것 같네요! 드디어 마지막입니다-!! "

 

모노쿠마: " 여태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전개라, 이 사회를 보는 저도 너무나 두근두근 거립니다-!! 아아… 절정할 것 같앙♥ "

 

이리에 사야하: " 으악-!! 여, 여기 보면서 부르르 떨지 마-!! "

 

모노쿠마: " 하지만 아직 클라이막스는 시작도 하지 않았으니 가버리기엔 이르겠지! 자,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요! 제 67회 파이널 트라이얼… 졸업재판을-!! "

 

모노쿠마: " … 시작하겠습니다! "

 

 

 

 

 

 

 

 

 

 

 

 

-

초고교급 기자 / 마키 유이치

초고교급 작가 / 호노카 아카네

-

 

-

초고교급 농구선수 / 카나데 카즈키

X

X

X

초고교급 도박사 / 이리에 사야하

-

 

-

X

X

X

X

초고교급 요리사 / 칸다 케이타

-

 

-

초고교급 간호사 / 우에하라 에리

X

초고교급 용병 / 아라이 미츠키

X

초고교급 행운 / 에비나 코토리

-

현 생존 인원: ?? / 17人

 

 

 

 

지금 재판의 참가자로는 호노카, 이리에, 우에하라, 칸다, 아라이 다섯 명에 사회자 모노쿠마, 게스트 지부장 B, 대리 참석 A.I.로 마키와 카나데, 에비나가 출석하고 있읍니다

 

다음 화부터는 진짜 본격적인 재판의 시작이기에 앞서 모노쿠마가 설명한대로 일행들이 재판을 진행하면서 정보 공유를 하게되고, 그 내용만 따로 빼서 정리 노트라는 글을 따로 작성할 듯 싶습니다

 

1부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응디벅벅소설 리플라이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읍니다,,,,,,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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