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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 Ruin

ㅣ4챕터 19화

 
 
 
 
 

 
저기, 음. 오랜만이지?


반가워!


어색한 인사… 이려나. 보여왔던 것답지 않게 활기찼던 것 같네. 아니, 너무 떫은 표정 아냐…?


인사를 했으니 내 소개를 해야겠지? 내 이름은 마키 유이치.

 
 



초고교급 기자… 로 입학한 키보가미네 학원의 80기생. 신장은 166cm, 체중은 54kg. 조금 말랐어. 약해 보이는 건 싫어서 요즘은 운동도 열심히 하는 중.


생일은 11월 13일, 가끔 사막여우 비스무리한 외모라는 말을 듣긴 해. 아, 이 목도리는 뭐냐고? 이거, 내 가족이 만들어 준 선물이야.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


……


아, 그런데 왜 사진에만 있고 지금은 없냐고?


다시 주인에게 돌려줬을 뿐이야… 그리고 그건, 내 나름대로의 각오이기도 해.


나는 이런 곳에서 허무하게 죽지 않아.


너도 이런 곳에서 허무하게 죽도록 하지 않아.


나는 그 목도리를 두고 떠나지 않아.


너도 그 목도리를 다시 돌려줘야 해.


뭐, 대충 그런 느낌. 너라면 이해하려나…


… 뭐라고? 그 정도면 연애하는 거 아니냐고?



………………



질 나쁜 농담 하지 말아 줘. 걔는 내 가족이라고. 너는 네 친누나랑 사귈 생각같은 거 할 수 있어?? 아니, 동갑이긴 하지만 생일은 걔가 몇 개월 정도 더 빠르니까…


… 말이 너무 많다니, 너 때문이잖아. 되지도 않는 말을 하니까 어이가 없어서.
 

시시껄렁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해두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닐 거 아냐?



………



그래, 그 이야기부터 나올 줄 알았지.


내 정체…


신상에 대한 건 다 이야기 한 것 같은데. 아, 윗옷은 M사이즈, 혈액형 O형, 인스턴트 좋아해.


… 그게 아니라 이 데스 게임에서의 내 정체를 묻는 거지? 알고 있어. 분위기 흐려서 미안. 분위기 환기라는 걸 해보고 싶어서.


아무튼, 그래서 말인데…
 

그건 내가 묻고 싶은 거라고.


이 가상세계가 내 비위를 맞춰주는 기분을 지울 수 없어. 내가 뭐라고… 나도 내가 왜 이런 특별 취급인지 몰라. 마치 내가 "주인공"이라도 된 느낌이지.


… 아, "몰랐다"라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사실 이제는 알아. 왜 내가 이런 취급인지.


그거야 내가 주인공이니까.
 

응? 자의식 과잉 아니냐고? 아니, 진짜 주인공이라니까.


이 이야기가 날 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억지를 부렸는지는 모든걸 지켜본 네가 더 잘 알잖아.


텔레포트, 버그 룸, 크루즈 탈취, 절대 시스템 권력… 혼자서만 너무 동떨어진 존재 아니야?


미안한 일이지. 다른 애들은 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데 나 혼자서만 안전하다니… 이런건 불공평 해.



………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자. 우왓, 침 튀기지 말고 차분하게 말 해줘. 성격이 좀 급하구나.


나는 이 모든 상황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냐고?


상황 자체는 그다지 잘 몰라. 이 이야기를 지켜보는 당신이나 아라이 미츠키를 제외한 나머지 변절자 쪽 녀석들한테 물어보는 게 맞지 않나?


좀 다른 답변이지만… 대신 지금 기준으로 내가 다른 녀석들에게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을 말해볼게. 재미 있지 않겠어?


아, 죽은 녀석들에 대해서만 이야기 할 거다? 다 말해버리면 재미 없잖아. 아하하…


죽은 순서대로 말하는 게 좋으려나…



 
 
초고교급 변호사, 에이트.


제로의 리더 되시는 몸이지. 평소에는 괴짜스러운 농담을 툭툭 던지느라 하찮게 여기긴 했지만…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녀석의 기억이 되돌아온 것 같았어. 그게 첫번째 섬에서 유행했던 "절망병"의 영향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기억이 되돌아온 것을 어떻게 알았냐면… 감, 그리고 기자의 통찰력이야. 에이트가 절망병에 걸렸다는 공지가 올라온 이후의 녀석의 눈은 많이 달라져 있었거든.


그것 말고도 심증은 있어. 절망병에 걸린 녀석들은 하나같이 이상증세를 보였잖아. 카나데, 이리에, 칸다는 열병을 앓았고… 우에하라는 에로망가를 찍지 않나, 이즈미는 미쳐서 섬을 태워먹으려고 했는데 에이트만 너무나도 조용했고, 멀쩡했어.


제로라는 단체의 리더라는 점만으로도 요주의 인물이긴 하지만… 내가 그들을 파악하는 데에 있어서 에이트보다는 후술할 인물이 더 큰 도움을 준 것 같아.


이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도록 하자.



 

 

초고교급 첩보원, 이노우에 노도카.


… 시끄럽고, 귀찮은 녀석이었지. 다짜고짜 나더러 자신의 혈육과 닮았다고 했을 때는 뭔 소리인가 싶었다니까.


그럼에도 내 거동이 불편했을 때 휠체어를 밀어주던 친구이기도 했고… 다들 상황에 휩쓸려가기 바쁠 때 유일하게 그 파도를 헤쳐나가던 녀석이었어.


호노카와 합동수사를 이루며 꽤 중요한 정보도 얻어낸 모양이더라. 물론 그 수사는 누군가에 의해 방해받아 호노카의 장기간 실종으로 이어졌지만… 자신들의 자유를 위해 저항한거잖아.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있어.


비록 아라이와 대판 싸우다가 마지막에는 그녀의 총에 가버렸지만…


………


근데, 시간이 지나니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


허무하게 가버렸다… 정도의 의미가 아니야. 그간 아라이 미츠키의 행보를 보면 막 나가는 바바리안 같으면서도 실리는 챙기는 전략가의 면도 확실히 있었어.


단순히 자신의 감정에 휩쓸려 이노우에를 죽였다… 이 때 이노우에의 행동도 이상했어. 분명 이노우에는 바로 옆에 있는 아라이가 총을 꺼내드는 것을 감지했어. 그렇다면 보통은 꺼내들 때 총을 쳐내거나 저항해서 시간을 번 뒤 숨거나 도망가려고 하는 게 일반적이지 않아?


굳이 나이프를 빼서 아라이를 죽이려다 총에 맞고 죽었다니… 초고교급 첩보원이라기엔 영… 애매한 판단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거든.


말이 너무 길었지? 아무튼, 이노우에 살인극에 대한 이야기의 결론은 이래.


"아라이 미츠키와 이노우에 노도카의 연극이었다"


이노우에가 죽지 않았다고 말하는 게 아니야… 그건 너무나도 희망찬 가설일 뿐인걸. 총에 맞아서 풀썩 쓰러지던 그 무력한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


그냥… 이상하다고 느낀 걸 말한 것 뿐이야.


이노우에 치고는 너무나도 미흡했던 대처.

아라이 치고는 너무나도 뒤 없던 행동.


저 두 가지를 이유로 두 명이 정말로 짜고 치는 연극을 벌인거라면… 혹시라도 가상세계라는 점을 이용해 말도 안 되는 이 연출이 성공한거라면…


이노우에의 죽음을 연출해내며 얻을 아라이 미츠키의 이득과 이노우에 노도카의 생명 보험. 그 두 가지를 알아내야 해.


아라이가 이노우에의 죽음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어떤 이익. 이노우에도 순순히 죽을 이유는 없을테니 어떤… 무언가를 이용하여 자신의 목숨을 보전할 방법을 강구했을거야.


… 부디 그랬으면 좋겠네. 아직 너에겐 물어보고 싶은 게 남아있었단 말이야.


하나에의 말대로라면 너는 항상 마지막 재판까지 남아있던 유일한 사람이잖아… 그렇게 쉽게 죽을 리가 없을텐데.




 
 
 

초고교급 마녀, 사쿠라 카야데.


간도 크지. 살인 게임의 스타트를 끊은 녀석인걸.


마냥 철없는 중2병인줄 알았는데… 같은 스탠드인 마에카와보다 몇 배는 유능했어. 살인게임의 흑막 포지션으로는 말이야.


의외로 피도 눈물도 없었지. 모두를 속이는 재능도 제법 출중했어. 아니, 어느 누가 "나타나라 현실이여…" 따위의 대사를 읊조리는 녀석을 흑막이자 살인범이라고 예상이나 했겠어?


그것 빼고는 꽤 호감상이었던 것 같아. 말투만 좀 정상적이었으면 귀여운 여동생 느낌이었을텐데.


살인게임의 도화선에 불을 지폈다는 점을 제외하면 큰 임팩트는 없어. 관심도 없고.

 
 

 

초고교급… 재능불명, 하나에 리온.


살인게임을 무한히 반복하고 있는 녀석이었지. 65번의 살인게임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유일한 우승자… 비록 마지막 재판에서 모든 진상을 꿰뚫는 데에 실패했고, 이번 회차에서는 허무하게 떠나버렸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열쇠가 되는 인물이었어.


이 살인게임의 목적이 나를 제 2의 무나카타 쿄스케로 만드는 데에 있다고 폭로했고…


과거, 미래기관에서 일어났던 나에기 마코토, 무나카타 쿄스케를 비롯한 인물들의 살인게임을 재현하는 것이 스탠드의 목적이라고도 말했어.


하지만 그들을 믿어주고 같은 배에 태운다는 명목으로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지 않았고… 그 결과는 안타까웠지.


에비나 코토리와는 세 살 적부터 알던 사이. 하아… 이런 것들 말고, 허심탄회하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나는… 왜 거기에서 죽어야 했지?


단순히 가상세계의 목적이 나라서? 차라리 그런 거였으면 좋겠네. 길게 고민할 이유는 사라지니까…


하지만 너는 분명히 그 말을 덧붙였어. "마키 유이치는 절대 다음 섬에 도달해서는 안 된다."


아마… 거울의 섬이 문제였던거지? 그 곳에 있는 거울의 미궁, 그 끝에 도달하면 얻는 "리워드". 딱히 그것 말고는 특별한 것도 없는 곳이었잖아.


리워드가 문제였다… 대체 그 리워드가 뭐였길래 그래? 오늘 밤 잠은 못 이루겠는걸.

 
 

 

초고교급 하피스트, 미도리카와 안나.


… 미안해. 그것 말고는 할 말이 없어.


사적인 감정들을 모두 배제하면, 이 지옥에서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을거야.


…… 정말 미안해, 미도리카와.

 
 

 

초고교급 메이드, 마나베 리츠.


딱히 친분이 깊지는 않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무거운 짐을 함께 나눈 사이야. 철저한 비즈니스 파트너였지.


완벽주의 성격에 지능도 신체능력도 수준급이었어. 거래라는 개념에 목을 메더라. 아마 사연이 있기는 하겠지만…


… 거기까진 관심없어. 배신한 건 미안하게 됐지만, 나는 호노카를 만나야만 했어……


너에게도 떳떳할 순 없겠네. 미안해, 마나베. 그렇지만 네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 줄테니까.



여기까지는 죽은 걸 내 두 눈으로 확인했는데, 이후에 서술할 녀석들은 잘 모르겠어. 그저… 생명 연결 센서가 감지되지 않으니 죽었다고 추측할 뿐이야.


뭐…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지 않나? 온갖 비현실적인 일은 다 겪고 있는 몸이라고. 이 가상세계에 누가 접속해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어.


아무래도 이 가상세계 프로젝트를 계획한 사람은… 나를 끔찍하게도 아낀 모양이네.


… 계속해서 가자.




 

 

초고교급 조향사, 마에카와 히로토.


그럴싸해 보이는 허당… 이었지.


그래도 때때로 유능했고. 음, 헛똑똑이 정도는 된 것 같아.


옛날, 나에게 간곡히 부탁했던 게 떠오르네… 부디 아무것도 하지 말아달라고 했던가. 나에 대해 뭐라도 아는 것 마냥…


떠나기 직전에 들린 소문으로는 흑막을 찾았다며 단체 문자를 보낸 모양이던데, 접속이 감지되지 않는 것을 보면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 것 같네.


만약 살아있다면…


내 자유를 빼앗아 간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줄테니 각오하고 있어.



 
 

초고교급 연극배우, 타카하시 쥰.


클래스메이트로서 타카하시에 대해 이야기할 건덕지는 없어. 딱히 접점도 없었고 친하지도 않아.


… 내가 친한 사람이 있기는 하냐고? 실례야, 바보야.


아무튼, 그건 그거고. "제로의 일원" 으로서의 타카하시 쥰은 할 말이 제법 있어.


내가 크루즈를 탈취해서 도망가기 직전, 타카하시는 나에게 제로의 목적 이외에도 이 세계의 비밀을 알려주었어.


나에게서 자유를 앗아간 이 증오스러운 가상세계…


… 하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들을 보호하고 있는 장치였던거야.


우리들을… 거짓된 행복 속에 안주하게 해줬어. 기분 나쁜 사실들로 가득한 바깥과 단절되게 해줬어. 내가 타카하시로부터 들었던 바깥 세상의 진실은… 너무나도 혐오스러웠어.


나의 사상을 처음으로 의심하게되었어. 저 정도라면 자유 정도는 잠시 헌납해도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 뭐, 곧장 정신 차리긴 했어. 중요한건 나의 꺾이지 않는 마음이 아니니까 다시 화제를 돌릴게.
 

그 기분 나쁜 사실이 뭐냐고 묻고 싶은거지?


일단… 계급제 사회 같은 거려나. 네오 카스트, 들어는 봤어?


… 들어 봤구나. 저 녀석들도 마냥 무력하게 있지는 않았나보네. 그것에 대한 설명은 굳이 하지 않을게. 이미 알잖아?


그리고, 또…


………


………


지금 말하면 이해되지 않을 말이겠지.


너무 조바심 내지 마. 내 계획대로라면, 머지않아 이 곳에서의 "마지막 재판"이 열릴 거야.


그 때… 모든 걸 밝히겠어.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





 
 

초고교급 아이돌, 이즈미 코하루.


… 너, 죽었어?


앞선 두 녀석은 저번 섬에서 제법 두각을 드러냈으니 뭔가 일을 벌일 것 같긴 했는데, 너는 대체…


…… 딱히 할 말이 없네. 사람에 대한 감상을 남기자면, 제일 사람다웠어.


마냥 착하지는 않았지만… 악인은 아니었고, 누구나 할 법한 고민과 갈등을 제일 인간적으로 받아들이고 대응했어.


분명 너에게는 꿈이 있었을거고… 몸이 편찮으신 아버지의 품에 돌아가고도 싶었을거야…


… 유감이다.



 
 
초고교급 요리사, 칸다 케이타.


… 나의 이해자. 더 이상 덧붙일 말은 없어.


그 곳으로 가고 있어. 그런데… 너도 죽은 거야?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그래도… 멈추지는 않아.


설령 여전히 살아있다면… 네 도움을 기대하고 있어.


또, 묻고 싶은건?


아… "자유" 말이구나.


아이러니하지. 맨날 자유 자유 거리면서, 정작 지금까지의 내 행보는 썩 자유롭지 않았어.


항상 "무언가"에 의해 선택당하고, 그 선택이 나의 의지인마냥 표현당했어. 자유를 갈망하는 나의 의지조차 무언가에게 지배당하는… 그런 자유롭지 못한 상태였거든.


… 재미있었어?


………



응, 다른 질문이 더 있을까? 말하다 보니 입 아파서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고 싶은데.


내 성격? 아, 선택당한 성격말고 내 진짜 성격이 궁금해?


겁쟁이야. 소심하고, 마음도 여려. 내 스스로 이런 말 하면 부끄럽지만 꽤나 착해. 매달 고아원에 성금도 내는걸.


그런데 왜 그 동안은 차가운 냉혈한을 연기했냐고? 왜 자꾸 그래. 모두 당신의 선택이었잖아. 나를 제 2의 무나카타 쿄스케로 만드려…


… 는 것도 핑계지? 그 정도의 거창한 목적의식따윈 없었으면서.


그냥 좀… 즐기고 싶었던 싸이코패스 변태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 설령 제 2의 무나카타 쿄스케를 만드려고 했던 마음이 진짜였다고 한들, 너무 엇나가 버렸잖아.


뭐가 제 2의 무나카타 쿄스케야? 나는 여전히 희망이나 절망따위에 아무런 관심도 없어. 지속적으로 "자유"라는 키워드만 주입시켰을 뿐이잖아.


그게… 무나카타 쿄스케랑 무슨 상관인데.


……


슬슬 시간이야. 마지막 질문을 받고 싶은걸.


…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냐고?


그건… 뭐…


지켜보고 있어 줘, 기분 나쁜 방관자 씨.






























~ 몇 년 전, 사토 할머니의 집 ~



마키 유이치: " 할머니! 사토 할머니, 이것 좀 봐! 오늘도 학교에서 상 받아왔어! "


사토: " 에구머니나, 이게 뭐고? 무슨 상장이고? 전국… 글쓰기 대회… 아이구야, 아이고! 잘했다, 잘했다! 오늘 저녁은 국수 삶아야겠네! 또, 또… 네 좋아하는 거 있었는데 뭐였더라… "


사토: " 마… 막도날드? 아무튼 그것도 사야긋네! 아이구~ 내 새끼 이쁘다. "


마키 유이치: " 히히… "


사토: " 역시 기자 집안이라! 유미코 쨩도 기뻐할기다. 아이구, 아이구우… 살아서 이걸 봤어야 하는긴데, 훌쩍. "


마키 유이치: " 할머니, 울어…? 울지 마아… "


사토: " 내 니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픈기라… 어리고 어린 것이 벌써부터 범죄로 부모를 여의고 볼 품 없는 할매 집에 붙어 사는게… "


사토: " 유이치야. 내 비록 니랑 피 한 방울 안 섞인 옆집 할매에 불과하지만서두… 항상 말해왔제? 네 모친인 유미코는 니를 낳고선 무척이나 행복해했다. 니는… 그 누구보다 부모에게서 사랑을 많이 받았다. "


사토: " 코흘리개 때 부모가 떠나서 둘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 해지더라도 그걸 잊지는 말그라. 알았나? "


마키 유이치: " 응, 물론이야! "


사토: " … 그래. 내는 장보고 올테니 티브이 너무 가까이서 보지 말그라. 1시간 이상 보지 말고! 바보 상자다, 바보 상자. "


마키 유이치: " 알았다니까~ 다녀와요, 할머니! "



………

………




마키 유이치: " … 가셨나. "


마키 유이치: " 이제 아무도 없어요. 누추하지만 들어오세요, 탐정 누나. "


???: " 어둠에 있는 곳에 빛이 있으리… 하아…… 사건이 있는 곳에 우리가 있으리. 탐정 루비, 현장에 도착. "
 
 
 
붉은 빛의 머릿결과 눈을 가진 여성이 죽이고 있던 기척을 깨우며 집으로 들어온다.
 
이 사람은 아버지의 지인을 통해 여러 다리를 거쳐 겨우겨우 접선하게 된 탐정이다. 비록 첫 대사가 깨긴 하지만… 그 날의 진상에 다가가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릴 여유는 없다.
 
 

루비: " … 미안해,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부끄러운 거 아는데 이게 우리 인사법이라서. 그럼 실례할게, 탐정 루비라고 해. "


마키 유이치: " ……… "


마키 유이치: " 저어… OIA 기관 소속 탐정 분이라고… 그런데, 교복 차림이네요? "


루비: 으응. OIA, Oceanside Intelligence Agency.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남부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정보 기관이야. 우리는 OIA 아시아 지부 소속. 교복을 입고 있는 이유야 하교길에 들린 거니까. "


루비: " 아직 학생이긴 하지만 천재 탐정 소리 듣는 몸이니까 나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안심이 되니? "


마키 유이치: " 아, 네에… 루비 누나… 본명은 아니죠? 외국인 치고는 일본어가 되게 유창하세요. "


루비: " 외국인 아니야. 기관에서 탐정에 걸맞는 가명을 지으라고 해서. 자, 누나도 바쁜 몸이니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까?
 
 
그녀는 자리에 앉아 검은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몇 장의 자료를 꺼내어 빠르게 훑어보기 시작한다.
 
 
손님은 예의를 갖추어 대접해야 한다는 사토 할머니의 말씀이 떠올라 급하게 차를 내오려고 했지만, 어차피 빨리 자리를 떠야한다는 누나의 말에 다시금 자리에 앉아 침묵을 지킨다.
 
 
루비: " 의뢰인, 마키 유이치. 만 9세… 남성, 타카제 초등학교 재학 중, 혈액형 O형, 신장 133cm, 체중 29kg, 신용등급 측정불가, 뭐… 대금은 네 대리인이 대납해주셨어. 생전 아버지의 친구 분이시라던데. "


루비: " 특이사항으로는… 4년 전 부모님이 운영하던 신문사에서 폭동으로 인해 두 분 다 돌아가셨다라… 어라, 그게 아니네. 아버지는 사망인데, 어머니는 실종이야? 확실하게 구분지은 느낌이네. "


마키 유이치: " 네… 그 폭동이 일었던 곳에 아버지의 시체는 남아있었는데, 어머니의 시체는 찾지 못했어요. 증거 인멸의 목적이라면 아버지의 시체도 같이 없어져야했는데 그러지 않았고요… "


마키 유이치: " 제일 이상한 건 경찰도, 당국도, 그 누구도 이 사건을 주목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저도 언론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요. 이 정도의 사건이 조용히 묻힐 정도면… 분명 어딘가에서 압력이 가해지고 있을 거에요. "


마키 유이치: " 그렇게 생각하니 이후의 행동을 펼칠 수가 없었어요. 목적이 있는 폭동이었다면 부모님의 신문사 뿐 아니라 다른 곳도 다발적으로 덮쳤어야죠. 갑자기 왜 그 곳에서만… 분명 누군가의 사주가 있던거에요. 그렇다면 지금의 제가 살아있는 것은 아무 힘 없는 꼬맹이라서… 라는 이유가 되고요. "


마키 유이치: " 저는… 납득할 수 없어요. 우리 부모님이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저는 그 사실을 마냥 납득하기에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단 말이에요… "


루비: " …… "


루비: " 아… 후우, 일단 계속할게. 여기는 너희 어머니와 친하게 지내던 할머니의 집이라는거지? 일단은 네 보호자 되시고. "


루비: " 모든 것을 비밀리에 부쳐달라고 했지만… 적어도 그 할머니께는 말씀드려야하지 않겠어? 네가 말했듯이 넌 너무 어려. 자기 결정권조차도 불확실한 아이란 말이야. 우리도 너희 부모님이 휘말린 폭동은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해. OIA 역시 요즘 불온한 것들을 감지하고 있거든. "


루비: " 그래도 그건 그것과는 별개야. 누나는 OIA 소속 탐정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아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어. 할머니께도 말씀드리자. "


마키 유이치: " 안돼요. 사토 할머니는 불 같으신 분이라… 만약 제가 이런 위험한 일에 빠진걸 아시면 어떻게든 관여하려고 하실거에요. 저는 더 이상 주변 사람들이 피해입는 걸 보고 싶지 않아요. "


마키 유이치: " 이해해주세요, 제발… "


루비: " 참… 고집불통이구나. "


루비: " 내기 하나 할까? 지금부터 누나가 이 집을 조사할거야. 도청이나 감시의 흔적이 보이지 않으면 너는 이 사건으로부터 안전하다고 판단하여 네 뜻대로 하게 해줄게. 그럴 가능성은 낮겠지만… 혹시라도 나쁜 조짐이 발견되면, 너도 너 스스로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어. "


루비: " 그 때는 보호자 분과 넷이서 대화를 가지자. 복수든 진상이든 너부터 안전해야지. "


마키 유이치: " …… "


루비: 5분이면 돼. 잠시 실례할게. "



그러고는 곧장 집을 헤집기 시작한다. 방 하나에 거실 하나가 전부인 곳이라 은밀 수사라던가 같은 건 전혀 없네…



루비: " … 기다리는 동안 누나 이야기 하나만 들어볼래? 네 사건이 그것과 관련있다는 보장도 없고, 거의 별개의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은데 말이야… "


루비: " 너는… 인류 우월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


마키 유이치: " 에…? 인류 우월화요…? 그게 무슨… "


루비: " 기분 나쁘겠지만, 우리는 여기에 오기 전 너희 부모님에 대해 조사를 해놓았어. 어째서 그런 사건에 휘말렸는지… 라기 보다, 어떤 짓을 했길래 그런 사건에 휘말렸는지 파악하는 편이 접근에 용이하다 생각했거든. "


루비: " 너희 부모님… 꽤나 대담하셨더라. 비록 50초 만에 삭제되기는 했지만, 정부 기관에서 직접 삭제 압력이 가해졌을 정도로 중요한 무언가를 기사로 쓰셨어. 그 기사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알 도리는 없지만, 우연찮게 그 기사의 제목이 찍힌 스크린샷 하나를 조사해냈는데…


루비: " 그게 아마 인류 우월화 계획이랑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인류 우월화 계획이 뭐냐면- "


루비: " …… 이건. "


마키 유이치: " …?? "



그 누나는 옷장 위 닿지 않는 깊숙한 곳에서 회색 서류 봉투를 꺼내 확인하였다. 짧은 순간이지만 분명 흠칫한 것 같기도… 저 봉투, 언젠가 할머니께서 들고 오신 것 같았는데.



루비: " 그만. 의뢰인에게… 그것도 어린 애한테 뭘 떠벌리고 있는 거람. 이 쯤 조사하면 됐어. 딱히 감시받고 있다던가 하는 건 없네. 내가 졌어. 할머니께는 비밀로 부치고 진행하도록 할 게. 대신, 여기다 서명해. "


마키 유이치: " 이건…? "


루비: "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 OIA는 의뢰인의 신변 보호에 책임을 질 의무가 없다는 것에 이해했다는 동의서야. "


루비: " 너는 부모를 잃은 증오와 분노로 여기까지 찾아왔지…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고, 우리의 권유까지 마다한 이상 굳이 보호해 줄 이유는 없어. 각오한 일이지? "


마키 유이치: " 제 앞가림은 알아서 할 수 있어요. 부디 배후를 확실하게 조사해주세요. 그 쪽에 기대하는 것은 그게 전부니까요. "


루비: " 진짜… 당찬 꼬마네. "


루비: " 조사는 장기간에 걸쳐서 이루어질거야. 연락처는 따로 제공하지 않아. 단, 사정이 사정인만큼 개인 연락처를 알려줄게. 무슨 일이나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연락해. 말은 위협적으로 했지만 가능한 선에서는 도울테니까. "


루비: " 그럼… 오래 있어봤자 좋을 거 없을테니 가볼 게. 잘 있어. "


루비: " 실례했습니다. "



………

학생이긴해도 어엿한 탐정 신분이니까, 믿고 기다리면 결과가 나올 거야…

기다려 줘. 엄마, 아빠… 나, 반드시 찾아낼거야. 엄마와 아빠가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밝혀내려고 했던 진실을 추구할거야. 엄마가 항상 해왔던 얘기는 아직도 가슴 속에 묻어두고 있으니까…

우리는 심해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제법 그럴싸한 문장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조금은 그 뜻을 알 것 같아.

미스테리한 폭동에 휘말린 엄마와 아빠… 심각할 정도로 무관심한 사회와 언론… 도저히 갈피가 잡히지 않는 진실…

이게… 엄마가 말한 심해인거야?

그렇지만 엄마, 걱정하지 마. 이 정도로는 굴하지 않아. 나는 세상에서 제일 자유로운 사람이 될 거야. 그 어떤 절망과 고난에도 굴하지 않아. 왜 그래야 하는지는 모르겠어. 너무 옛날부터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해왔으니까.

엄마가… 내게 바란 일이었으니까.















































어째서… 지금 그런 게 떠올랐던걸까.


집중하자, 마키 유이치.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이 녀석들에게 잡아먹힐 지도 몰라…



- 붕괴 30분 전의 메모리아, 숲 속 어딘가 -



???: " 여… 살아 있었냐. "


마키 유이치: " …… 그러게. 너무 간만이라 뭐라 말을 꺼내야 할 지를 모르겠어. "


마키 유이치: " 오랜만이야, 카나데. 별 일 없었지? "


카나데 카즈키: " 별 일 없었지. 단체로 처형당하고, 사망 선고 받고, 서로 싸워대고… 내 다리는 아작이 났어. 암만 가상세계라지만 너무 끔찍하다고.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다. "


카나데 카즈키: " 너는… 별 일 없었냐. "


마키 유이치: " 응. "



………



카나데 카즈키: " 너 말이야… 엄청 무섭다고. 조금 웃으면서 얘기해보는 건 무리냐? "


마키 유이치: " … 웃어줘? "


카나데 카즈키: " 허… 됐다. 억지로 웃는 거 상상도 안 돼. 왠지 기괴할 듯. "


마키 유이치: " 면전에 대고 꽤나 아픈 말을 하네, 너… "



………



카나데 카즈키: " 입에 발린 말로 들릴 지는 모르겠는데, 난 아직 널 믿어. 네 존재가 이 곳에서 어떤 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


카나데 카즈키: " 친구들을 잃어가는 과정에는 분명히 너도 있었어. 비록 미도리카와 사건 중심에 네가 있긴 했지만… 야, 지금에서야 묻는건데 그건 진짜로 네가 그런거냐? "


카나데 카즈키: " … 왜 그랬는데. "


마키 유이치: " 마음이 시켰어. "


카나데 카즈키: " 허, 그 마음이 너더러 미도리카와를 죽이라고 시켰냐? 제발, 널 믿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때 날 설득시켜주라. 응? "


마키 유이치: " ……… "


마키 유이치: " 말은 똑바로 해 줘. 미도리카와를 죽인 건 내가 아니야. 시간이 지났다고 기억을 왜곡하면 되겠어? 다시 한 번 짚어줄테니 잘 들어. "


마키 유이치: " 미도리카와는 하나에를 죽였어. 자의든 타의든 간에. 그 미도리카와를 제압하고 추락하는 컨테이너박스에 깔려 죽게 만든 건 마나베야. 나는 그저 "공범"… 그리고 이 가상세계의 가호를 받고 있는 입장일 뿐. "


마키 유이치: " 너 말이야… 미도리카와의 죽음을 코 앞에서 봤지? 눈 앞에서 떨어지는 절망을 막지 못한 것이 마음의 장애가 된 거야. 그 탓에 너는 어떻게든 누군가에게 탓을 돌리려 하는거고… "


마키 유이치: " 확실한 악역 포지션에 있는 내가 만만한 타겟인거지… 틀린가? "


카나데 카즈키: " ……… "


카나데 카즈키: " 그래, 말실수는 인정할게. 미인하다. 미도리카와를 죽이는 데에 협력해놓고도 꽤나 뻔뻔하길래 네가 진범인 줄 알았지 뭐야? "


카나데 카즈키: " 그래도 말이야… 나도 심경의 변화라는 걸 느꼈어. 너희들을 언제까지고 적으로 두고 의심하고 싶지 않아… 분노하고 혐오하고 싶지도 않아. 계속 그러다간 미쳐버릴 것 같았거든… "


카나데 카즈키: " 날 봐. 두 다리는 쓸모없는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렸어. 아라이 미츠키가 아니었다면 나는 폭격에 산산조각나고 말았겠지. 심리적으로 불안해 죽겠는데 움직이는 것 조차 못 해. 네가 원한다면 날 미도리카와 마냥 죽일 수도… 하아, 막 말하기엔 섬뜩한 단어네, 이거. "


카나데 카즈키: " 야, 에비나. 에비나! 일어나 봐. 친구가 왔잖아. "


에비나 코토리: " 우으…… "


마키 유이치: " 친구라… 넉살도 좋네, 너. "


카나데 카즈키: " 에비나 녀석… 무슨 나쁜 꿈이라도 꾸는 지 웅얼거리기만 하고 일어날 생각을 안 해. 흔들어서 깨워주고 싶은데, 보시다시피 움직일 수가 없어서. "


카나데 카즈키: " 악몽에 시달리는 친구를 도와주자고.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 "


마키 유이치: " …… "



여기는… 기억의 섬 메모리아. 당연히 아는 정보는 없다. 원래대로라면 섬에 대해 기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모노쿠마도 아웃인 상황이니.


그런 미지의 공간에서 딱히 둘의 위치를 특정하지도 않았고, 찾을 생각도 없었다. 의지대로 움직였더니 "우연히" 도달한 곳이 여기였을 뿐.


뭐… 나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괜한 저항을 할 생각은 없어.


깨워줄게, 에비나.


가볍게 몸을 툭툭 건드리자 화들짝 놀라 깨어난다. 숨을 헐떡이며 풀린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모습을 보니 꽤나 지독한 꿈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에비나 코토리: " 마…… 키? 바, 방금 전까지는 여기가 아니었는데… 히, 히노… "


에비나 코토리: " 아, 아아… 아아아…!!! "


마키 유이치: " 히노…? "


카나데 카즈키: " … 히노는 히노 유이, 거울의 섬에서 사공노릇을 했던 검은 로브의 본명. 에비나의 친구였던 모양이야… "


카나데 카즈키: " 자면서 계속 말하더라. 아마 에비나가… 죽인 모양이야. 패닉 상태인 것까지 고려하면 가능성은 더욱 높다고 본다. "


카나데 카즈키: " 에비나… 야, 정신 좀 차려… "


에비나 코토리: " 아으으우으으아… 아아어으… 우으우으으… "


카나데 카즈키: " … 정신 차리라고…… "


카나데 카즈키: " 그만 좀 하라고, 망할!! "



서서히 감정이 격해졌는지, 카나데는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두고도 나무에 기대어 앉아있던 에비나를 번쩍 들어 옆으로 패대기 치고는 그 위에 올라타 어깨를 꽉 눌러잡았다.



카나데 카즈키: " 병신같이 우으거리지만 말고 말을 하란 말이야-!! 너, 그 여자 죽였어!? "


에비나 코토리: " 우으…!! "


카나데 카즈키: " 히노 유이, 그 검은 로브 썼던 여자!! 네가 죽였냐고 묻잖아!! "


에비나 코토리: " 우, 우으…!! "




… 눈물을 펑펑 흘리며 격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저러다 목이 빠지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격했다.


꽤나… 많이 망가졌구나, 너희들.


내가 일행을 이탈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름 공동체의 개념이 존재하는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망가져있어.


마냥 남의 일은 아니야. 나도 가슴이 아파…


그 해맑던 녀석들이 장애를 입은 피투성이와 실어증에 걸린 바보가 되다니…



카나데 카즈키: " 왜… 그랬는데. "


카나데 카즈키: " 그 여자를 정보 갈취라는 목적으로 때리고 협박한 내가 할 말이 아닌건 잘 아는데요… 어쩌면 우리의 마지막 기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일지도 몰랐잖아… 이제 어쩌면 좋냐고… "



………



카나데 카즈키: " 그래도… 대답해줘서 고맙다. "


에비나 코토리: " 흑, 흐흑, 흑… 흐으윽…… "



그래… 적당히 훈훈한 분위기 연출이네.


훈훈한 거 좋지. 마음이 따뜻해지고, 희망도 가지게 해줘. 싫어하는 건 아니야. 다만…


그런 걸 왜 네가 하고 있는거야?



마키 유이치: " 뭐 하고 있어…? "


카나데 카즈키: " 뭐하고 있냐니… 아, 자세가 묘하긴 했지. 고쳐 앉으면 되잖냐. "


마키 유이치: " 아니… 이상하잖아. 너에겐 그런 따뜻한 말을 나눌 자격 따위 있을 리가 없을텐데. "
 

카나데 카즈키: " … 뭐라고 했냐. "


마키 유이치: " 잘 들었으면서. 아무튼, 너 그러는 거 아니야. 나도 나쁜 놈이긴 하지만 자기가 나쁜 거 아는 나쁜 놈이랑 착한 척 하는 나쁜 놈은 많이 다르다고. "


카나데 카즈키: " 너… 그게 무슨… "
 

마키 유이치: " 아니… 왜 진짜 모르는 표정인데. 그야 너는- "


마키 유이치: " … 진짜 모르는 거야? "
 

카나데 카즈키: " 너 말이야… 안 보인 사이 사람 기분 나쁘게 하는 방법 특강이라도 받고 온 거냐? 기분 나쁘다 못해 소름이 끼치는데… "



이건… 아, 설마 정신이 그 정도로 오염된건가…


자기 자신은 모두에게 신뢰받는 형님처럼 지내왔고, 또 그렇게 보여왔는데… 이런 말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얼굴이잖아.


안됐지만 카나데의 정신 상태를 걱정해줄 시간이 없어. 내가 볼 일이 있는건 네가 아니니까…



마키 유이치: " 에비나, 가자. "


카나데 카즈키: " 뭐…? 에비나를 왜 데려 간다는건데? "


마키 유이치: " 알 거 없잖아… 너는 그저 여기서 다른 친구를 기다리면 돼. 모두에게 신뢰받고 있잖아? "


카나데 카즈키: " …… "


카나데 카즈키: "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아서… 네 놈을 팰 수는 없다만… "


카나데 카즈키: " 처신 잘 해라. 쓸 데 없이 분란을 조장하고 다니는게 한 번이라도 더 보이면 가만 안 둔다. "


에비나 코토리: " …… "


에비나 코토리: " 어디로 가는건데요…? "


마키 유이치: " 글쎄… 어디로 가지. "


에비나 코토리: " …? "


마키 유이치: " 하하, 농담이야. 목적지가 어디인지 모를 리가 없잖아. 그래도 이 곳에 있으면 많이 위험할 것 같거든… 모노쿠마 녀석들이 들이닥칠거야. "


에비나 코토리: " ……… "
 

에비나 코토리: " 싫… 어요. "


에비나 코토리: " 곧 모노쿠마가 들이닥치는데 다리가 불편한 카나데를 혼자 두고 갈 순 없어요. 분명히 죽고 말아요… "


에비나 코토리: " 갈 거면 혼자 가주세요. 미안해요… "


마키 유이치: " 네가 죽였다고 생각해? "


에비나 코토리: " …? 무, 무슨 소리를- "


마키 유이치: " 아까까지 울고 불고 난리도 아니었으면서 모른다는 표정은 그만둬 주지 않을래…? 히노 유이, 마지막으로 남은 네 동기이자 친구. 정말로 네가 해코지 한 거야? "


마키 유이치: " 아마… 억울한 면도 없지 않을텐데. "


에비나 코토리: " …… "


마키 유이치: " 내 손을 잡아. 같이 가자. 적어도 그 사건에 대한 진실 만큼은 파헤쳐 줄 테니까… 이래 봬도 나, 기자다? "


에비나 코토리: " … 정신을 번쩍 들게 해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또 떠올랐네요… 네, 분명히 그 때 당시의 제 의지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충분하지만요. "


에비나 코토리: " 그렇다고 해서 눈앞의 목숨을 저버릴 정도로 무책임해지고 싶지는 않아요. 나의 탐구심은 그 정도로 강할 필요는 없으니까… "


에비나 코토리: " 무엇보다도 조만간 아라이가 돌아와여. 썩 유쾌한 만남은 아닐 것 같은걸요. "


마키 유이치: " 그렇구나… 그럼 뭐, 아쉽지만 가볼게. 잠깐이지만 즐거웠어. "



………



에비나 코토리: " 네… 떠나보내는 수 밖에 없겠네요. 마키는 이 세상 무엇에게도 묶여있을 수 없는 존재이니까요. "


에비나 코토리: " 그래도 전하고 싶은 한 마디가 있어요. 이것만큼은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는 사실에 구애받지 않아요. "


에비나 코토리: " 당신을 불태우고 있는 자유에 대한 갈망과 집념에… 마키의 생명마저 불태우지 않기를 바랍니다. "


마키 유이치: " …… "


마키 유이치: " 아아- 역시 안되겠어. 에비나, 넌 나랑 같이 가야 돼. "


에비나 코토리: " … 네? "


마키 유이치: " 지금은 자세히 설명해 줄 시간조차 없어. 그래도… 하나 말해줄 수는 있지. "


마키 유이치: " … 다음 녀석들에게 발버둥 칠 수 있는 기회를 넘기는거야. 이건 내 개인적인 욕망과 관계없어. 이미 파국으로 치솟은 상황에서 내가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에 행동하려는 것 뿐이야. 그리고 그 열쇠가 되어줄 수 있는 건 오직 너밖에 없어. "


마키 유이치: " 모노쿠마들의 공습이 계속되고 있어. 이대로 가다간 섬 전역이 쑥대밭이 되어버려. 모두가 죽고 말아… "


마키 유이치: " 아직 생명의 불씨가 남아있는… 녀석들까지도… "


에비나 코토리: " … 이상해요. "


에비나 코토리: " 생명의 불씨라니… 처형에 휘말리지 않은 우에하라와 칸다를 말하는건가요? 물론 그 둘은 아직 온전한 상태이겠지만, 그 둘을 살리려고 왜 그렇게까지 초조해 하는건데요… 당신과는 딱히 친하지도 않았잖아요. "



…… 물론, 친하지는 않았지.


그래도 아까 되새겼듯이…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야. 이건 내 자의도, 타의도 아니야. 돌아갈 수 있는 길은 없고… 앞은 어둠 속 희미하게 비추어진 일직선의 비좁은 통로 하나 뿐이라면, 그 길을 걸어가는 수 외에는…


… 그것 이외엔 방법이 없잖아.



마키 유이치: " … 이노센트. "


마키 유이치: " 이제 이 가상세계에 살아남은 이노센트는 한 명 뿐이야. 그리고 그 이노센트도 머지않아 마주할 진실에 무너져내릴 모래성같은 존재지. "


마키 유이치: "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나와 함께 가자. 너가 마주해야만 하는 진실이 하나가 남았어. "


마키 유이치: " 가지 않으면… 이 비극은 끝나지 않아. "



이렇게까지… 간절했던 적이 없었다.


그들이 날 순순히 떠나보낼 때 까지만 해도 에비나에 대한 집착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저렇게 착한 녀석이 아무것도 모른 채 친구 살인범으로 끝나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까웠어.


그래… 끝……


… 에비나는 내가 내민 손을 홀린 듯이 잡아주었다. 그러면서도, 카나데를 져버리지는 않았다.



에비나 코토리: " 카나데는… 제가 업고 갈게요. 저, 힘 되게 세요… 그러니까 버리고 가자는 말은 하지 마세요. "


에비나 코토리: "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의 의미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도 가만히 있다 모노쿠마 따위에게 당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


카나데 카즈키: " …… "


마키 유이치: " …… "


카나데 카즈키: " 아라이 미츠키를 기다리기로 했지만…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겠어. 그래서, 어디로 가는 건데. "


마키 유이치: " 뭐, 말하면 알아? 다리 병신되고 업혀가는게 전부면 그냥 죽 닥치고 따라오지 그래. "


에비나 코토리: " 마키…!! "


마키 유이치: " 나조차도 모르는 곳이야… 그저, 그 곳에 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불온한 예감. 그것에 의지해서 움직이는거야. 그 이상의 단서는 없어… 하지만 너도, 미도리카와도 느껴본 기분일거야. "


마키 유이치: " 그렇지만… 그 곳에는 진실이 있어. 그게 나의 바람이니까.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


마키 유이치: " 이 가상세계는 마지막까지 날 도와줄거야. "


 

 


마키 유이치: " 정말이지… 운이 좋은 하루야. "













~ 다시, 현재 ~



알파: " …… B, 상황 보고하겠습니다. 가상세계의 붕괴가 시작되자 모노쿠마들이 통제에 응하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수월하게 그들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


알파: " 해변가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우에하라 에리, 확보에 성공했습니다. 특이사항 없습니다. "


알파: " 거대나무 인근에서 마키 유이치, 카나데 카즈키, 에비나 코토리의 신변을 확보했습니다. 에비나 코토리의 상태는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


알파: " 칸다 케이타의 신호가 감지되지 않습니다. 또한… 아라이 미츠키는… 제 뒤에서- "
 
 
" 윽…!? "
 
 
아라이 미츠키: " 그게 아니라니까… 신변 확보 했다고 말하라 했잖아… 문장이 어려웠나, 등신 같은 놈. "


아라이 미츠키: " 어이, 영감. 듣고 있지? 무전기도 못 들을 정도로 귀가 먹은 건 아니지? 벌써부터 그러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양딸에게 물려줄 사망보험금에 문제가 생겨요. "


" …… "


" 첫번째 섬, 세인트루시아 캐슬 인근의 이리에 사야하. 확보에 성공했다. 특이사항은 없다. 양호실에서 호노카 아카네를 발견, 확보에 성공했다."


" 보고는 마치겠다, 알파. 잠시 대기하고 있도록. "


아라이 미츠키: " 첫번째 섬이라… 벌써 그 곳인가. 됐어.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그 둘을 데리고 다시 이 섬으로 돌아와. 마지막 재판을 열겠다. "


" 웃기는 군. 네가 무슨 권한으로 마지막 재판을 열겠다는거지? 떼 쓰고 협박한다고 만사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단다, 어린 아이야. "


아라이 미츠키: " 6번 교칙. "


" … 뭐? "



-

1. 수학여행에 기한은 없습니다.


2. 살인이 일어났을 경우, 참가 가능한 전원이 참가하는 "학급재판"이 실시됩니다.


3. 학급재판에서 올바른 검정을 지목했을 경우, 검정만이 벌칙을 받습니다.


4. 학급재판에서 올바른 검정을 지목하지 못했을 경우, 검정 이외의 하양이 전원 벌칙을 받습니다.


5. 검정이 승리할 경우, 수학여행을 수료하고 바깥 세상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6. 하양들이 계속 이겨 나갈 경우, 남은 학생이 5명 이하가 되면 모든 진상을 밝혀내는 '졸업 재판' 을 실시합니다.



7. 밤 10시부터 아침 7시까지의 "심야 시간"에는 세탁실과 목욕탕, 식당과 주방의 사용을 금합니다.


8. 지도 교수인 모노쿠마를 향한 폭력은 엄격히 금지됩니다.


9. 모노쿠마가 살인에 관여하는 일은 없습니다.


10. 래디컬패드는 개인귀속 물품이므로 부수지 말고,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빌려줄 수 없습니다.


11. "시체발견 방송"은 3명 이상의 학생이 시체를 발견했을 시 울립니다.


12. 각 섬에 대해 조사하는 것은 자유입니다. 행동에 제한은 두지 않습니다.


13. 교칙 위반을 저지른 학생은 " 퇴학 " 처분을 받게 됩니다.


14. 이 가상세계에서 살인을 목적으로 하지 않은 모든 폭력은 제한됩니다.


15. 가상세계의 근원을 깨뜨리는 행위를 할 경우, " 퇴학 " 처분을 받게 됩니다.


16. 또한, 학원장 재량으로 교칙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



아라이 미츠키: " 그 촌뜨기의 신호가 감지되지 않는다면 현재 이 가상세계에서 살아있는 사람은 마키 유이치, 우에하라 에리… 둘 뿐 아닌가? 남은 학생이 5명 이하라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이유가 없을텐데. "


" …… "


아라이 미츠키: " 와라, 영감… 당신네들이 세팅한 무대의 종지부는 확실하게 찍어줄테니까. "



그 말을 끝으로, 아라이 미츠키는 더 이상 대화의 여지는 없다는 듯 무전기를 박살내는 파열음이 들려져왔다.



" … 건방진 년. "


-

 
 
 



 
-
초고교급 기자 / 마키 유이치
 
초고교급 작가 / 호노카 아카네
 
-
 
-
초고교급 농구선수 / 카나데 카즈키
 
X
 
X
 
초고교급 아이돌 / 이즈미 코하루
 
초고교급 도박사 / 이리에 사야하
 
-
 
-
X
 
X
 
X
 
X
 
초고교급 요리사 / 칸다 케이타
-
 
-
초고교급 간호사 / 우에하라 에리
 
X
 
초고교급 용병 / 아라이 미츠키
 
X
 
초고교급 행운 / 에비나 코토리
-
 
현 생존 인원: 05 / 17 人?
 
-
 
제로의 멤버
 
에이트
- ???
- 우에하라 에리
타카하시 쥰
 
스탠드의 멤버
 
- 아라이 미츠키
마에카와 히로토
- ???
사쿠라 카야데
 
이노센트
 
- ???
미도리카와 안나
- ???
- ???
하나에 리온
이노우에 노도카
 
 
-









































- 신 미래기관, 알현실 -
 
 
 

C: " 여왕님, 현장에 파견나간 B와 상황 통제에 나선 A와 두 명의 지부장, 패러디스에서 사망한 H를 제외한 모든 지부장들을 소집했습니다. 그의 대리인 자격으로 사회법률 제 8지부 대리인, 하나에 아리아가 대기 중에 있습니다. "
 
 
" 여왕… 이라. "
 
 
" 의문이네요. 과연 우리가 바라는 이상향에 저희의 이상과는 충돌하는 여왕이라는 권력자가 필요한 것인지… 궁극적인 목표와는 별개로 제 존재의 필요성에 대해 자주 고민하고는 했습니다. "
 
 
" … 물론 지금 와서 이런 고민은 하는게 아니지만요. 그렇지만 C, 단 둘이 있을 때까지도 격식을 갖출 필요는 없어요. "
 
 
C: " … 제 책임이 크다는 걸 압니다. "
 
 
C: " 신 미래기관 과학보안지부의 대리인, 2인자 격 되는 인물인 히노 유이가 저희를 배신했습니다. 처분도 각오해야 하는 일이죠. 하지만… 저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

니다. "

 

 

C: " 이 래디컬 프로젝트는… 정말 대의를 위한 것이 맞는겁니까? "

 

 

" ……… "

 

 

C: " 어째서 프로젝트 참가자 명단에… 여왕님의 옛 아드님의 이름이 등재되어 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

 

 

" ……… "

 

 

" 코바야시 마이, 당신은 하늘을 의심하나요? "

 

 

C: "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하늘을 바라보며 그것만을 위해 나아갔습니다. 하지만 제 임기가 끝나가는 마당에 용기를 내어 여쭈어보는 겁니다만… 이 래디컬 프로젝트는 여왕님의 사적인 욕망을 위한 것이 아닌지요? "

 

 

C: " … 오해하지 마십시오. 앞으로 있을 모든 명령에는 여태까지와 같이 따를겁니다. 이 절망적인 세상에서 저희들의 심장을 태워가며 만들어 낸, 심장을 태워가며 만들어 갈 세상에 반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

 

 

C: " 주제넘게 떠들어 죄송합니다. 잠시 자리를 비울테니, 준비가 끝나시면 저희를 호출해주십시오. "

 

 

 

………

 

 

 

무너져가는 가상세계, 남은 이노센트는 제로.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든, 무엇을 생각하든… 그 곳에서의 대장정을 마무리 짓는 졸업 재판이 시작되었다.

 

 


상황이 상황인만큼 여유롭게 있을 때가 아니라는 걸 알지만, 여유를 잃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법이란다.



" 그나저나 많이 컸겠구나. 모름지기 부모란 자식의 성장을 마주했을 때 가장 큰 희열을 느끼는 법인 걸 아니? "


" 그러니… 최대한의 모습으로 너를 만나러 갈게. 그간 정말로, 진심으로 만나고 싶었어. "

 



잊지 말아주렴. 설령 기분나쁜 방관자가 되더라도… 그 어떤 형태가 되더라도…


엄마는 늘 너와 함께였단다. 유이치, 나의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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