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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 Ruin

4챕터 17화

~ 몇 년 전, 어느 곳의 면접장 ~

https://youtu.be/PCRqV4WcE5Y

14번 지원자.

뭘 멍 때리고 있어? 방금 14번 지원자 불렀잖아.

그래, 방금 주변 둘러본 너.


하나에 리온: " 아…!! 네, 네! "


…… 아, 큰일-

벌써부터 지겨워. 관상부터 지루해. 14번 지원자! 여기가 무슨 면접장인지는 알고 온 거야? 귀중한 기회잖아! 멍이나 때리고 있을 거니?


하나에 리온: " 죄, 죄송합니다!! "


하아…

… 그래도 면접보기도 전부터 돌려보내지는 않으니까 안심해. 자, 첫 번째 질문인데 말이야.

너는… 운이 좋다고 생각하니?


하나에 리온: " …… 네? 아, 네! "


흐음, 그래?

안 내면 진 거, 가위 바위… 보.

………

풋, 운이 좋아?


하나에 리온: " 아… 그, 그게- "


아, 됐어. 그거 말고도 여러가지 적어냈네.

발명, 심리학, 문예, 조화, 요리… 진짜야? 어머, 나름대로 수상 내역이나 이력은 화려한데.


하나에 리온: " 가, 감사합니다… "


그런데… 알지? 표정 보니까 본인도 잘 알고 있는 것 같네.

어느 정도 재능이나 자질은 있는 것처럼 보여도… 과연 이 정도 수준을 "초고교급"이라고 불러도 괜찮을까? 조금 애매하지 않아?


하나에 리온: " 하, 하지만! 이 정도로 넓은 스펙트럼의 재능을 보유하고 있는 건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긍정적으로 봐주실 수 없을까요…!? "


반박은 안 받아. 판단은 내가 하는 거니까. 그나마 네 재능중 발명이랑 조화는 가능성이 조금은 있어보이는데, 응…

알잖아. 초고교급. 전국의 날고 기는 녀석들이 총집합하고, 그 중에서도 일부만 뽑는 거. 그 녀석들이랑 비교하면 경쟁력이 후달려요. 무슨 말인지 알겠지?

아쉬운 마음은 이해해. 하지만 네 재능의 가치는 간신히 본선에 올라오기는 했지만 16강에서 탈락한 애매한 축구팀 정도의 것… 조금만 더 훌륭했다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은 분명 존재한다만.

그저 그 뿐이야. 자, 설명 해줬으니 이해해주길 바란다. 이제 돌아가.


하나에 리온: " … 납득할 수 없어요. "

하나에 리온: " 저는 이 면접의 기회를 얻기 위해서 평생을 노력했어요. 길을 여럿 터놓으려고 많은 재능을 준비했고… 뭐든 특출나다고 할 수준에 이르렀단 말이에요. "

하나에 리온: " 그런데… 제 인생이 담긴 30장의 서류는 30초 만에 넘겨버리고, 글 몇 줄로 제 재능의 가치를 폄하하고, 비교하고, 자신이 완벽히 옳다는 듯 굴고…!! "

하나에 리온: " 아무리 면접관이라도 이건 너무하잖아요! 제게도 가치를 입증할 시간을 주세요! 앞 사람들의 면접은 10분이 넘게 걸렸는데, 저는 이게 뭐냔 말이에요! "


그 아이들은 자신의 가치를 입증할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냈지. 넌 아니었고, 무슨 말인지 알아?


하나에 리온: " 뭐라고요…? "


걔네들은 '고작' 글 몇 줄로 면접을 보고 싶게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는거야. 우리가 원하는건 얕고 많은 재능이 아니라 하나의 완벽한 재능이라고. 앞서 면접을 본 녀석들? 몇 십 년 동안이나 걸어온 자신들의 이야기를. 고작 몇 백 자로 압축하고 또 압축했는데도 너무나도 훌륭한 이야기였어. 알아?

하지만 네가 포트폴리오랍시고 내놓은 것들은 질소 가득한 과자 같은거였고, 걔네들은 포장지 없는 명품 초콜렛… 아, 언제까지 설명해줘야해? 나 이런 비유 못한단 말이야. 나름대로 둘러 말해준거니까 기분 나빠하지말고. 내가 좀 직설적이거든.

… 아, 전화왔네. 14번 지원자는 탈락이야. 수고했고, 나가. 흠흠, 여보세요?


하나에 리온: " ……… "

하나에 리온: " 내 인생이… 고작… 3분만에… "


그 종이? 음… 아무 데나 뿌려버려. 예전에도 지금이랑 비슷한 형태였을 거 아냐? 응? 그러다 상관없는 사람의 손에 들어가면 어떡하냐고?

그럼 이번 기수에서는 안 뽑는거지. 뭘 어렵게 생각해? 어, 어. 그래. 수고.

………

뭐해? 아직도 안 가고. 현실부정이라도 하는 중이니?


하나에 리온: " …… "



-












에비나 코토리: " … 그랬다는 거지 뭐야. 쯧, 어쩌면 좋담? "

히노 유이: " 어쩌기는. 아쉽지만 네가 마음 쓸 일은 아니지. 위로나 잘 해줘… "

에비나 코토리: " 그래도~ 그렇게 얌전하고 조용한 애가 펑펑 울면서 토로했다니까? 내 마음이 다 아파서 그냥! 크흑…!! "

히노 유이: " … 너무 맘 쓰지 말라니까. 무엇보다도 이상하지 않아? 우리 79기도 그랬고, 키보가미네 학원은 인류사상 최대 최악의 절망적 사건 이전과 동일하게 스카우트 제도를 운용 중에 있었을텐데… "

히노 유이: " 이번 80기만 유독 특이하게 두 자리가 남았다는 이유로 면접을 도입했잖아. 한 명은 자진 입학 포기였고, 또 한 명은… "

에비나 코토리: " 아, 그거! 뉴스에서 봤어. 초고교급 행운으로 입학 예정이던 학생이 입학 1주 전 공사장 안전 사고로 사망했다고… 추락물을 피하지 못했다나. "

히노 유이: " 아이러니하지. 초고교급 행운으로 뽑힌 행운아가 그런 불행한 사고로 목숨을 잃다니. "

에비나 코토리: " …… "

히노 유이: " … 뭐야, 표정 왜 그래? "

에비나 코토리: " 괜히 그렇잖아. 학교에 둘 뿐인 초고교급 행운의 입학예정자가 사고로 죽다니. 싱숭생숭하달까… "

히노 유이: " … 아무튼 요지는, 이렇게 추가 모집으로 들어와봤자 마냥 좋지는 않았을거라는 거야. 갑작스레 얻어진 기회에 시기질투하는 정신병자들도 엮이겠지. 무려 키보가미네 학원이니까. "

히노 유이: " 지금 당장은 그 아이가 안타깝겠지만… 그냥 냅둬. 꼭 키보가미네 학원에 입학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

에비나 코토리: " … 학원장님도 그러시긴 했징. 재능이 모든 것은 아니라고, 초고교급 행운이라는 재능이 이 곳에 입학한 것도 단순히 행운이라는 재능 탓에 주변에 열등감을 가지라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라는 의미라고. "

에비나 코토리: " 그래… 입학식 때부터 들었던 말인데, 왜 이걸 까먹었을까? 달달한 거라도 사서 위로해줘야겠… "

에비나 코토리: " … 어라? 저기 좀 봐! 꽃밭에 웬 검은 편지봉투가 있어. "

히노 유이: " 누가 잃어버리기라도 한 모양이지. 야, 야… 왜 다가가는거야. 귀찮게 주인이라도 찾아줄 셈은 아니지? 귀찮아질 일을 왜- "

에비나 코토리: " 당연히 찾아줘야지! 요즘같은 시대에 받는 손편지의 행복은 아무 때나 찾아오는 게… 아니…… "

에비나 코토리: " ………… 에? "

히노 유이: " … 뭐야, 뭔데 그래? 어디 봐. "


………


히노 유이: " 키보가미네 학원 입학 안내서… 축하드립니다… 이 편지를 습득한 당신은 초고교급 행운으로 선정되셨습니다… O월 O일까지 인장이 찍혀있는 면을 참고하여 각 조항에 서명하시고 XXX으로 찾아오시면… "

히노 유이: " … 인장도 똑같아. 확실히 키보가미네 학원의 그것이긴한데, 이게 말이 돼? 너, 작년에도 이런 거 발견해서 입학한 거 아니었어!? "

히노 유이: " 진짜 행운은 행운인가보다. 연구 가치가 확실히 있다니까? 저기, 혹시 해부해봐도 괜찮을까? "


………


히노 유이: " … 농담이야. 난 IT 쪽 재능이라 해부는 관심없어. 그래서, 이건 어떻게 할 거야? 암암리에 팔아도 떼돈 벌 수 있을 것 같은데. "

에비나 코토리: " ……… 저기, 이거 양도해도 상관없는거잖아. "


… 그렇지?
















- 메모리아, 어딘가의 숲 속 -


왜…

지금같은 상황에, 과거의 일들이 조금씩 떠오르는걸까요.

왜 하필이면 지금, 그 과거의 기억들이 제 곁으로 돌아오는걸까요.

내게 너무나도 소중한 추억이어서?

어떻게든 되찾고 싶은, 그런 중요한 것이어서?

…… 아니에요. 이 기억은 그런 가슴 따뜻한 것 따위가 아니에요.

이건… 내가 어떻게든 바꾸고 싶었을 과거.

그 종이를 줍지만 않았다면… 쓸 데없는 동정과 오지랖따위 무시할 수 있었더라면…

하다 못해, 내가 그 아이를 끝까지 책임이라도 질 수 있었더라면…



???: " 드디어… 다행이야. 무사했구나. "



조금은 그리웠을지도 모르는 목소리였습니다.

아니, 분명히 그리워하고 있었던 목소리입니다.

지금의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 무너져가는 나를 붙잡아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

… 그런 그녀의 목소리였지만.


에비나 코토리: " … 뭔가요. 그 피, 다치기라도 하신… "


애써 불온한 예감을 무시해가며 내던진 질문이었지만, 그녀의 주변에 튀긴 어색한 혈흔은 결코 자기 자신의 상처에 의해 생긴 것이 아니었어요.

단순한 예감이었습니다. 그러기를 바랐고요. 하지만 그 바람은 곧 그녀의 광기어린 미소로 인해 산산히 찢어지고 말았습니다.

저는 그만 몸이 굳어져 버렸고… 그 상태로 그녀가 내뱉는 말들을 들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히노 유이: " 큭큭… 그런 것보다 지금 상황 말이야. 그거에 대해 말하고 싶어. 대충 보니 가상세계의 항체와 같은 존재, 모노쿠마들이 바이러스를 잡으려고 안달이 난 것 같네. 보이지? "

히노 유이: " 그래… 저번 섬에서 너희들이 재판에 실패한 시점에서 이 가상세계의 수명은 끝났어. 덩달아 마키 유이치는 애매하게 주어진 시간 덕에 진상에 다다르지도 못한 이도 저도 아닌 존재가 되었지. "

히노 유이: " 한창 치트키를 손에 넣어 이것저것 만져보던 참이었을텐데… 의도치않게 거사를 치뤘구나. 타카하시 쥰… "

에비나 코토리: " …타카하시? 갑자기 그 이름은 왜 나오는 거에요? "

히노 유이: " 됐어. 이미 죽은 망자에 대한 감상을 늘어놓을 여유따윈 없는걸. 그것보다 이걸 받아줘. "


한껏 떨리는 갸날픈 목소리로, 부상 탓에 안쓰럽게도 휘청거리며, 그녀는 내게 일렁이듯 다가와 무언가를 손에 쥐어주었습니다.

… 나이프였습니다.

분명히 이 나이프는… 그녀가 카나데에게 제압당할 때에도 보였던 것. 하지만 지금은 그녀를 감시하던 이즈미가 가지고 있을텐데-



히노 유이: " 죽였어. "

에비나 코토리: " …… "

히노 유이: " 걱정하는 것 같아서… 더 이상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해주는거야. 내가 죽인 거 맞아, 그 여자. "

에비나 코토리: " 그런 끔찍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

히노 유이: " 윤리적인 죄책감은 당연히 가지고 있… 아니, 솔직히 별로 없어. 네가 바깥의 진상을 조금이라도 깨닫는다면 내 심정을 이해해줄테지만… "

히노 유이: " 자, 날 봐. 네 친구를 죽였어. 네겐 사람을 해할 수 있는 흉기가 있어. "

에비나 코토리: " …… 뭔데요? 내 앞에 나타나고, 자꾸만 기억 속에 아른거리다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를 죽이고 와서는. "

히노 유이: " … 죽이고 싶니? "



…………



히노 유이: " 묻고 있잖아. 나를 죽이고 싶냐고. "

히노 유이: " 너무 고민하지는 마… 여기서 누굴 죽인다고 해도 법적인 책임은 물론 비난을 퍼부을 목격자도 없으니까. "

에비나 코토리: " … 어이가 없네요. 뭘 원하시는건가요? "

에비나 코토리: " 마치… 제발 날 좀 죽여달라는 애원으로 보이는데, 기분 탓인가요? "

히노 유이: " …… 잘 아네. "

에비나 코토리: " 하, 미쳤네요. 진짜… "

https://youtu.be/ri7jQX2gmqc


찔러 버렸습니다.

너무나 어이가 없고 화가 나는 뻔뻔한 요구였습니다.

이즈미를 죽이고는… 그 살벌한 몰골로 다가와선 넉살좋게 나를 죽여달라?

들어줄 수 없는 요구였습니다. 그런데, 나는 왜 그런 선택을……

뭐라고 해야할까요.

이건 제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요…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들이 에이트의 기억 속 소우토라는 사람을 엿보았을 때 느꼈던… 선택의 자유가 없던 무력함.

흘러가는대로 휩쓸려갈 수 밖에 없었던, 마치 그렇게 정해져 있었던 이야기 마냥…

… 그렇지만 이건 현실이잖아. 비록 가상세계지만,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지금까지 나의 의지였어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대체 왜?


히노 유이: " 컥, 커흑… 역시- "

에비나 코토리: " … 히노. "

에비나 코토리: " 유이 쨩-!! "


이게 참, 뭐하는 시츄에이션일까요?

기세좋게 휘둘러 놓고선 울며불며 그녀의 죽음을 부정하는 꼴이라니.

… 우습잖아.

나는 그만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좀 울컥했다고 사람을 죽여버리다니 최저최악이야. 나같은 건 죽어버려야 해. 칼로 손목을 그어버리자!


에비나 코토리: " 푸핫, 푸하핫-!! 나… 나, 나같은 건 죽어버려야-!! "

히노 유이: " 잡았다…. "

에비나 코토리: " …!? "

히노 유이: " 내가… 너를 도발해가면서 확인하려고 했던 것은… 네가 이 이야기의 일부가 되어버렸는지… 여전히 변수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 "

히노 유이: " 이미 동화되어버려… 늦어버렸… 내 책임도 커… 미안하게 생각… "

히노 유이: " 커흑…!! "

에비나 코토리: " 마, 말하지 말아요! 내, 내가 대체 왜 이런 짓을…!! "

히노 유이: " 너는… 예정에 없던 존재이니까. "

히노 유이: " 이 가상세계가 무너져 내리는 이유들을… 알아냈어… 하나는 마키 유이치가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고 할 수록, 자유를 향해 나아갈수록… "

히노 유이: " 그 자체가 그들에게 놀아나는 꼭두각시가 되어… 그 부조화에 따른 대가… "

히노 유이: " 나머지 하나는… 네 존재 자체… 생각해 봐. 정교한 100층짜리 건물 기둥에... 단 하나의, 0.01cm 폭의 장애물이라도 생겨버린다면… 쉽사리 무너져버려… 그 균열로 인해서… 순식간에… 완전히… "

히노 유이: " 하지만 네가 이 가상세계에 오래 있을수록… 네 존재는 더 이상 변수가 아니라 당연한 것이 되어버려… 그런 시스템이야. 하나에가 몇 십 번의 루프를 실패한 것도… 그 많은 과정 중에서도 똑같이 실패라는 결과만을 얻어낸 것도… "

히노 유이: " 변칙성을 잃어버렸기 때문… 네가 지닌 변칙성도 얼마 남지 않았어… 이미 결과는 바꿀 수 없을 지도 몰라. 그래도, 더 늦기 전에… "

히노 유이: " 과정을 바꿔줘. 마키 유이치가… 아니, 그들이 마키 유이치에게 겪게 하고 싶지 않을 것을 겪게 해줘. "

히노 유이: " 그것… 만이… 유일한… "


………

………


한 멍청이의 헛소리로 인해 자살이 늦어져 버렸네요.

비록 듣기 좋은 말과 그럴싸한 의문점들이지만, 나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칼을 들기로 했습니다.

소중한 친구를 내 손으로 죽여버리다니,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요? 하아… 괘씸하거든요.

그런 나에게 내리는 벌입니다. 아디오스! 나의 잔혹한 세계.


???: " 지랄도 정돈껏. "

에비나 코토리: " 게헥- "


……


아라이 미츠키: " 얘가 미쳤나… 혼자서 중얼거리더니 자살까지 하려고… 무언가에 조종당하는 것처럼. "

아라이 미츠키: " … 하아. 이 년은 또 뭐야? 뒈졌네. 네가 죽였냐? 야, 에비나 코토리. 네가 죽였냐고. 뒷통수 좀 깠다고 의식이라도 잃었어? "

에비나 코토리: " …… "

아라이 미츠키: " … 짐 덩어리만 늘었잖아. "
























-

아라이 미츠키: " … 짐 덩어리만 늘었잖아. "

아라이 미츠키: " 읏차- 적태양이랑 병신년 둘이 합쳐 100kg은 넘겠지? 존나 무겁네, 씨이팔. "


우연이었다.

영문 모를 대화와 영문 모를 상황. 그 모든 것을 몸을 숨기며 상처를 지혈하던 도중 우연히 들어버렸다.

아까 들었던 것들을 정리해보자면… 히노 유이, 그 누나의 유언을 토대로 유추해보자면.

에비나 누나에게는 아직 변칙성이라는게 남아있고 우리에겐 없다는 뜻은… 수 십 번 반복된 살인게임 때문에 그렇게 되어버렸다… 그렇게 이해하면 되나? 이번 살인게임은 에비나 누나가 참여한 첫 살인게임이고.

아니, 그것보다도… 이상하잖아. 그 말은 마치 우리가… 내가 누군가의 이야기에 맞춰 설정된대로 행동하는 NPC라는 말 같은데.


이리에 사야하: " 나는… 내 의지대로 행동하는 것이 맞는거야…? "


앞에 있는 돌을 주웠다.

그렇게 하려고 마음 먹었고, 그렇게 했다.

이건… 분명한 내 의지다. 하지만 이 조차도 가상세계가 원하는 스토리의 일부라면? 그러니까, 나는 그저 맞춰진대로 행동하는…

………

… 그거였나.

마키, 그 형이 옛날부터 광적일정도로 자유에 집착하던 것이 그런 이유였나.

그 때는 단순히 정신병자의 패티쉬라고만 여겼건만, 내 행동에 담긴 의지에 의구심이 생기게 되자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이상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한 사람이 없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살인을 저지를 수 밖에 없었던 미도리카와 누나.

그저 모두가 죽어야 한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인 마나베 누나.

사쿠라 누나, 타카하시 형… 모두가 마찬가지다. 생각해보면 자신만의 사적인 감정은 일체 없었다. 개인적인 원한이나 이득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것이 무언가에 엮여있었다.

마치… 이래서는 자신의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지 않나?


이리에 사야하: " 지금 상황에서 유일한 끄나풀로 보이던 사람도 눈 앞에서 죽어버렸으니… 이제는 마키 형이라는 도박수라도 걸어봐야겠는데… "

이리에 사야하: " 내 선택이 맞았으면 좋겠… 아니, 이제 이것도 과분한 희망이겠지. "

이리에 사야하: " … 앞으로 내가 내릴 선택들이, 순수한 내 의지로만 이루어졌기를…… "


딱히 마키 형과 친하다거나, 사사로운 영웅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두려웠을 뿐이다. 내가 내 의지대로 행동할 수 없게 된다면… 미도리카와 누나나 에비나 누나같은 꼴이 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테니까…

그래서, 그 곳으로 향했다.


???: " 으으, 추워… 얘는 도대체 언제 오는거야…!? "

이리에 사야하: " 아하하~ 미안미안. 늦었지? 큰일이었다구, 정말~ 이 정도의 대규모 플랜은 처음이어서, 혹시나 실패하면 어쩌나 했다니까! "

이리에 사야하: " … 뭐, 그래도 도박은 성공했네. 그렇지? 우에하라 누나. "

???: " …… "

우에하라 에리: " 여긴 우리 둘 뿐이야. 언제까지 그 기분나쁜 호칭으로 날 부를 셈이야…? "

이리에 사야하: " 뭐 어때~? 초절정 귀여운 내가 눈나♡ 하고 불러주면 오히려 좋은 거 아니야!? "

우에하라 에리: " 시끄러우니까 어서 끝내!! 네가 말한대로 마키를 확보해왔어… 이제 루프를 끝낼 수 있는 거지? 우리는… 용서받을 수 있는거지!? "


……

……


이리에 사야하: " 그렇게나 용서받고 싶었어? "

이리에 사야하: " 글쎄. 그런 것 치고는 꽤나 갈팡질팡하지 않았나? 친구들을 지키려고 하다가도 금방 버리고. 모두의 안위를 위하는 척 하다가도 금방 개인주의로 돌아서고. "

이리에 사야하: " 솔직히… 그런 모습들을 보인 주제에 보여주기 식 행동 몇 개로 퉁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안 그런가요? 바깥의 어르신들. "


원망과 조롱이 섞인 눈빛으로 하늘을 살짝 올려다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 밖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이들이 있다.

이 프로젝트를 재미로든, 연구의 목적이든 누군가의 손에 놀아나고 있다는 기분은 썩 유쾌한 것이 아니었기에…

… 조금 반항심이 생겨버렸다.


우에하라 에리: " 이… 이 이상 뭘 어쩌라는거야… 살아남은 제로는 나 혼자 뿐이야… 더 이상 무언가를 꾸밀 힘도, 계책도 없어… "

이리에 사야하: " 그야 당연하지! 애초에 제로라는 그룹은 에이트 형이 죽은 시점에서 아웃이구! 리더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 둘이서 뭘 하겠어. 내가 소화수 역할이라도 하지 않았으면 아무것도 못했잖아? 뭐, 나도 제로를 이용한거긴 하지만. "

이리에 사야하: " 그래도… 모든 것이 백지인 탓에 그림을 그리기는 쉬웠어. 실제로도 우에하라 누나가 저번 섬에서 그 난리를 치르지 않았으면 "조건"은 만족하지 못했을테니까. "

우에하라 에리: " …… "

이리에 사야하: " 자, 더 이상의 사담은 됐어. 기억의 섬에서 재현을 겪고 자의식을 상실한 마키 유이치를 확보한다- 라는 조건은 만족시켰어. 그럼 거래를 시작하자. "

이리에 사야하: " 요구 조건은 기억하지,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아저씨들? 50억엔, 그리고 나의 블랙 계급 보장. "

이리에 사야하: " 그런데… 마음이 바뀌었어. "

우에하라 에리: " …!? "

이리에 사야하: " 아저씨들, 거래를 진행 하려면 지부장보다도 더 높은 사람이 필요해. 그래, 가령 여왕님이라던가… "

우에하라 에리: " 미, 미쳤어!? 네가 뭔데 여왕님을 부르는거야!?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

이리에 사야하: " 기다려 봐. 거래라는건 오고가는 것이 분명하고 그 과정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을 때나 하는거야. 그런데 난 그 안전을 조금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거든. "

이리에 사야하: " 5분 주겠어. 당장 외부에서 여왕을 접속시켜. 그렇지 않으면 마키 유이치는 죽어. 내가 그렇게 할 거야. "

우에하라 에리: " 주, 죽인다고!? 그럴거면 지금까지 우리가 개고생한건 대체- "

이리에 사야하: " … 많은 것이 바뀌었어. 나는 지금까지 일어났던 모든 과정이 내 계산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했거든. "

이리에 사야하: " 물론 세부적인 것들은 삐끗한 것도 있지만… 저번 섬에서 마키 형을 빼돌리게끔 주문하고 둘을 이용해 재판 실패까지 이끌었을 때에는 자아도취에 빠지기도 했는데, 이게 내 계산이 아니라 그들의 바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기 시작했어. "

이리에 사야하: " 어쩌면 지금 내가 반기를 드는것도 당신들의 바람일지도 몰라… 어찌됐든 상관없어. 이미 여러 차례 자유 의지를 빼앗긴 사례를 봐왔어. 그 말은 곧 거래고 뭐고 당신들의 목적만 이루어진다면 토사구팽 당하는건 시간 문제라는 뜻이지. "

이리에 사야하: " 그런 의미에서…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새로운 보험을 들어야겠어. 벌써 1분 지났어요, 여왕님. "

이리에 사야하: " … 당신이잖아. 마키 형을 제 2의 무나카타 쿄스케로 만들어 당신의 변태적인 욕구를 투영하려고 하는 사람 말이야. "


……


이리에 사야하: " 그래… 아무 반응 없을 줄 알았어. "

우에하라 에리: " 그러게 왜 도발을 하고 그래!? 이, 이제껏 얼마나 용서받기 위해 노력했는데… 어, 어어? 너 지금 뭐하는- "


아까 주웠던 뾰족한 돌을 주머니에서 꺼내들었다.

설마 가상세계라고 할 지라도 살인이라는 것을 해 볼 줄은 몰랐지만…

지금까지의 것이 물거품이 되더라도 상관없다. 내가 손해를 보고 상대방만 이득을 보는 것보단 쌍방이 망해서 갑을위치 만큼이라도 없애는게…

… 반기를 든 시점에서의 유일한 생존 가능성이야.


이리에 사야하: " 미안해, 마키 형. "

이리에 사야하: " … 잘 가. "

우에하라 에리: " 안 돼애애-!!! "


그대로 내려치려던 팔을 필사적인 기세로 붙잡혔다.


이리에 사야하: " … 놔, 누나. "

우에하라 에리: " 미안하지만 못 놔…!! "

우에하라 에리: " 네가 우리들의 사명을 알기나 해!? 나카무라와 타카하시는 생전 우리들의 죄를 씻기 위해서 모든 것을 내던진 아이들이야! 특히 나카무라는… "

우에하라 에리: " … 은인의 명예를 위해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는데도…… "

이리에 사야하: " … 나야 제로 입장에서는 굴러들어온 돌, 기껏해야 조력자 입장이라 누나들의 진정한 목적은 잘 몰라. 그저 윈윈 관계에서 마무리 짓고 싶었지만… 이렇게 이해관계가 충돌된 이상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겠네. "

이리에 사야하: " 뭘 속죄한다는거야? 제로의 진짜 목적은- "


" 거짓된 하늘에 떠오른 단 하나의 태양… "


???: " … 감히 네가 함부로 불러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

이리에 사야하: " … 그럴 줄 알았습니다~ 보스가 직접 행차할 리는 없겠지… 여왕을 대신해서 당신이 올 줄 알았어. "

우에하라 에리: " 히, 히이익… B…!! "

B: " 긴 말 않겠다. 마키 유이치를 넘겨라. "

이리에 사야하: " 듣기는 하셨죠? 내 요구사항. 거래에 대한 안전보장. "

이리에 사야하: " … 해명을 요구합니다. 우리들, 살인게임의 참가자들이 때때로 자유의지를 빼앗기고 행동하는 것은 패러디스의 결함인지… 아니면… "

이리에 사야하: " … 당신들의 바람인지. "

이리에 사야하: " 전자라면… 결함이 있는 장치에서 온전한 무나카타 쿄스케가 탄생할 리도 없으니 마키 형은 그냥 죽여버리겠어… 딱히 상관 없잖아요. 그렇죠? 괜한 핑계 댈 생각은 마세요. "

이리에 사야하: " … 전 믿고 있지만요. 혹여나 우리들의 행동에 당신들의 의지가 개입되고 있다면… 우리들은 그저 당신들의 뜻대로 놀아나고만 있는 중이라면… "

이리에 사야하: " 이 경우, 제로를 비롯한 당신들의 목적을 들려주셔야겠어요. 이후 마키 형의 처분은 알아서 판단할테니까. "

B: " 우습군. 날 협박하는건가? 우리들의 거래에 그런 조항은 없었다. "

이리에 사야하: " … 우리들은 그저 신 미래기관의 꼭두각시가 된다는 조항도 없었지. "

B: " …… "

이리에 사야하: " 이상한게 너무 많은데, 우선 날 고용한 당신들 간의 관계부터 확실히 해둬야겠어요. 날 고용한 쪽이 누구인지는 확실히 알아야 하잖아요? "

이리에 사야하: " 에이트, 타카하시 쥰, 우에하라 에리는 제로. 신 미래기관 산하 8 지부장이었던 에이트가 우두머리인 그룹… 여기까지는 이견없어. "

이리에 사야하: " 그런데 스탠드, 이 쪽은 딱히 신 미래기관의 공식 인물이 없잖아요? 그래서 얼핏보면 스탠드와 제로는 딱히 관계없는 그룹처럼 보이지만… "

이리에 사야하: " 아라이 누나가 당신의 양 딸이더라. 이러면 B, 당신과 스탠드는 꽤나 밀접한 관계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은데… "

B: " …… "

이리에 사야하: " 아하, 재미있는 가설 하나 세워볼게요! 스탠드는 단순히 사건의 재현을 위한 행동을 취했고, 제로는 살인게임의 우승 및 바깥세상으로의 속죄…가 메인으로 보이는데. "

이리에 사야하: " 결국은 둘 다 살인을 해야한다로 귀결되기는 해도, 은근히 목적이 다르단 말이에요. 제로는 신 미래기관의 공식적인 산하 단체이지만 스탠드는 신 미래기관보다는 B, 당신과 더 가까워 보이고… "

이리에 사야하: " 결국 이러니 저러니 해도 스탠드와 제로는 엄연히 다른 그룹. 그런데 그들의 목적이 은근히 달라 보이는건… 그 말은 곧 신 미래기관과 신 미래기관의 지부장 B의 목적이 다르다는 뜻 아닌가요? "

이리에 사야하: " 그도 그럴게, 타카하시 형이 죽기 전에 스스로 떠벌렸다구요? 아라이 누나한테 그러더라구요. 판데모니움에 대적할 저항군의 리더께서 아직도 그 모양 그 꼴이라고… 마치 남 일 말하듯이 말하던데. "

이리에 사야하: " 자, 발뺌할 수 없도록 여기까지는 추측해놓았어요. 그러니 스탠드와 제로, 신 미래기관에 대해 아는 모든 것을 털어놓으세요. "

이리에 사야하: " … 그렇지 않으면 나는 이 상황에 불안을 느껴 거래는 파토. 되도 않는 헛소리다 싶어도 파토야. 마키 형이 그렇게나 중요하다면… "

이리에 사야하: " 말 똑바로 하는 게 좋을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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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기자 / 마키 유이치
초고교급 작가 / 호노카 아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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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농구선수 / 카나데 카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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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아이돌 / 이즈미 코하루
초고교급 도박사 / 이리에 사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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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요리사 / 칸다 케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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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간호사 / 우에하라 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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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용병 / 아라이 미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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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행운 / 에비나 코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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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생존 인원: 05 / 17 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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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의 멤버

- 에이트
- ???
- 우에하라 에리
- 타카하시 쥰


스탠드의 멤버

- 아라이 미츠키
- 마에카와 히로토
- ???
- 사쿠라 카야데


이노센트

- ???
- 미도리카와 안나
- ???
- ???
- 하나에 리온
- 이노우에 노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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