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노쿠마 군단 기습 직전, 베이스 캠프 부근 ~
이즈미 코하루: " 언니, 이거 먹어요. 생선 구운 게 전부지만… 딱히 가릴 처지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겠죠. 맛있어요, 이거. "
히노 유이: " ……? "
이즈미 코하루: " 뭐예요…? 사람 그렇게 죽일듯이 쳐다보고. 아, 개 패듯이 패던 우리가 할 말은 아니긴하네. 미안하게 됐어요. 내가 좀 싸가지가 없어야지. "
히노 유이: " 아니… 별 다른 이유는 아니고요. TV에서 본 적 있어서요. 초고교급 아이돌이었죠…?? 대중적인 유명인사를 여기서 다 보네요. "
이즈미 코하루: " 날 알아요? 이상하네. 일본에서는 별 인기 없었는데. 난 해외에서 활동해요. 영국에서… 그 쪽에서 지내셨나봐요? "
히노 유이: " …… "
이즈미 코하루: " 미안하지만 아는 척을 해도, 심지어 팬이라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요. 카나데 만큼은 아니더라도 나 역시 언니한테 품은 적개심은 만만치 않거든요. "
히노 유이: " 글쎄… 그러면서 식사는 챙겨주시네요. 사회에서의 본분을 떠올리자 이미지 메이킹이라도 해야할 것 같았나요? "
이즈미 코하루: " 헛소리 하지 마요. 그럴 여유가 있었으면 언니를 패지도 않았어요. 이러다 굶어 죽으면 유일하다시피 한 정보책이 사라지는 거 잖아요? "
이즈미 코하루: " … 그리고, 이러나 저러나 처형 당하기 직전의 우리를 구해준 것도 사실이고요. 적어도 나랑 단 둘이 있을 때는 고문당할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
히노 유이: 네, 네… 퍽이나 고맙습니다. 이미지를 포기한 아이돌이라니 진심인가 모르겠네요. 아이돌을 하시고 싶은건 맞나요? "
이즈미 코하루: " 푸훗, 왜. 여기서 나가면 떠벌리게요? 폭력 연예인 이즈미 코하루라고? "
히노 유이: " 전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바쁜 사람이에요… 먼 훗날 집에서 초콜릿 쿠키를 굽는 법이나 배우는 시간 남아도는 노땅이 된다면 그 때는 생각해보죠. "
이즈미 코하루: " 대인배인건지, 바보인건지… 내가 할 말이 아니긴 하지만, 저였으면 바로 신고했을걸요. "
히노 유이: " … 해줘요? "
이즈미 코하루: " 그러시던가요. "
…………
히노 유이: " … 사람은 살아가는 이유가 있어야해요. 돈, 명예, 권력과 같은 듣기에 지저분한 것들이나 꿈, 가족, 우정… 유형과 무형을 가리지 않는 의미있는 것이라도요. "
히노 유이: " 당신은 재능에 아무런 미련이 없는 것 같네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 처럼. "
이즈미 코하루: " 되게 뜬금없는 맥락인 건 알죠? 왜, 저는 이 재능이 없으면 살아갈 이유가 없어보이세요? "
히노 유이: " 대개 그렇죠. 재능있을 뿐인 어린 학생들이, 그 재능을 믿지 못하고 의지할 수 없게 되면 방황하기 십상이던데. "
이즈미 코하루: " 걱정은 고맙지만 누가 누굴 걱정할 때는 아닌 것 같네요. 안 그래요? "
히노 유이: " …… 진짜 싸가지가 없긴 하군요? "
이즈미 코하루: " 암요. "
신경이 날 서있는 대화가 오가다가 심기가 불편해지기라도 했는지, 그녀는 손발을 움직일 수도 없는 포로의 입에 생선 살점을 구겨넣었다.
처음에는 히노 유이도 놀란 기색이었지만… 생선 맛이 나쁘지는 않았는지 금새 잠잠해졌다.
… 조용하다. 작게 우물거리는 소리만 빼면 이 세상에 단 둘이서만 남겨진 것 같을 정도였다.
그래도 처음부터 불안함에 몸을 떨던 그녀는 지금 같은 침묵을 꺼리지는 않을 것이다.
"시끄러운 것들이 다 사라지니까 좋네…" 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바로 그 때.
…… 하늘이 갈라지는 듯한 폭격음이 귓속을 넘어 머릿속을 찌르기 시작했다.
이즈미 코하루: " 뭐, 뭐야, 이 소리는!? "
히노 유이: " ……… 시작됐군요. "
이즈미 코하루: " 시… 시작되다니 뭐가! 이거 폭발음 아니에요? 뭔데 그래!? "
히노 유이: " 침착하고 들어보세요. 바람을 가르는 기체의 소리… 결코 소규모가 아니에요. 대규모 공습. 가상세계에 디바이스된 모든 모노쿠마들이 군단급 규모로 처들어 왔을거에요. "
이즈미 코하루: " 뭐라고요!? 그, 그걸 그렇게 태연하게… 공습을 알고 있었던건가요?! "
히노 유이: " 저는 처음부터 경고 드렸어요… 시간이 얼마 없을거라고.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의심하고 헐뜯고, 그러다가 이렇게 된 거 아니에요? "
이즈미 코하루: " 큭… "
히노 유이: " 그래도 다행인 사실이 있네요. 멀리서부터 폭격이 시작되었다는 건 당장 우리가 표적은 아니라는거고. 당신이 절 풀어준다면 은혜갚는 까치정도는 되어드릴 수 있어요. 어쩌실건가요? "
이즈미 코하루: " ……… "
이즈미 코하루: " 아, 알았어요! 상황이 급박한 것 같고, 여기에 두고가면 분명 위험할테니까 풀어드릴게요. 대신 손은 묶어둘- "
… 그녀가 포박을 풀어주려고 다가가자마자, 어느샌가 밑작업을 끝내두고 손을 쓸 수 있게된 히노는 묵직한 돌로 그녀의 머리를 세게 가격했다.
워낙 기습적인 일이었기에 이즈미는 제대로 된 반항도 하지 못하며 픽 쓰러졌고…
… 이미 무기력하게 쓰러진 사람을 몇 차례 더 내려찍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히노 유이: " 뒤져, 뒤져어어어-!!! "
그녀의 얼굴에는 이제야 겨우 자신의 피가 말라가며 상처가 아물까 했는데, 남의 피까지 섥혀 흉측한 몰골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녀가 지금껏 당한 것을 울분으로 토해내며 내려찍을 때마다 의식을 잃은 이즈미의 몸은 움찔거렸지만, 그 정도는 서서히 옅어지고 만다.
이성을 잃었던 히노가 문득 정신을 차리자, 이미 그 고압적인 유명인사는 주변을 피로 물들이며 엎어져 있었다.
그 광경을 눈에 새긴 히노는 그제서야 하던 짓을 멈추고 돌을 떨어뜨렸다.
히노 유이: " 헉, 허억, 허억…… "
히노 유이: " 나는… 이럴 수 밖에 없어… 당신에게 묶여다니며 허비할 시간이 없어…!! "
히노 유이: " … 에비나를 찾아야 해. 일이 이렇게까지 되어버린 이상 에비나를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야…!! "
히노 유이: " 내가, 내가… 너만큼은 어떻게든… "
히노 유이: " 어떻게든 지킬테니까-!! "
-
???: " … 두, - 속으로… 망쳐- "
???: " 우에하라… 망친다! 저 년 잡아-!! "
???: " … 노카가 부상을… 누군가 도와… 큿… "
… 뭐야, 왜 말을 하다 말아. 사람 궁금하게. 호노카의 부상? 호노카는 나잖아. 나, 부상 당했나?
…… 이윽고 철푸덕 하는 소리와 함께 몸에 압박이 가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건 인생의 무게?
아니, 아니다. 지금은 그런 실없는 소리를 할 때가…!!
호노카 아카네: " 커흑…!! 빠, 빨리 내려와 줘…!! 수, 숨이- "
호노카 아카네: " … 카나데!! "
분명히 아팠다. 정신을 차리자 서서히 눈의 통증이 커져가고 있었다. 분명 파편따위에 당한 것일테다. 고통이 느껴지자 혼란스러운 지경을 넘어섰고, 오히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일단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테지…
하지만 방금 막 내 쪽으로 쓰러진 카나데는 달랐다. 의식이 없었다. 피는 그렇게 많이 흘린 것 같지 않은데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그냥… 무언가에 맞아서 의식이 없는거라고 말해 줘.
호노카 아카네: " 아… 아무도 없어!? 카나데가, 카나데가-!! 빨리 옮기지 않으면… "
주변에 도움을 구하고자 애타게 소리를 질러봤지만 이미 대부분은 도망가고 있었다. 그 찰나의 순간에 누군가가 쓰러진 마키를 끌고 숲 속으로 들어가는 광경까지 목격했다.
그에 반응할 새도 없이 거센 지진이라도 일어난 마냥 땅과 하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또 다시 폭격이 시작된 것이다.
부상 때문인지 떨림 때문인지 제대로 가누기도 힘든 다리를 이끌고, 카나데와 함께 근처 바위 뒤에 숨어 숨을 골랐다. 다행히 무차별 폭격인지라 이번은 어떻게든 무사할 수 있었다.
호노카 아카네: " 어떡해, 어떡해… 카나데, 정신 좀 차려봐. 응!? "
카나데 카즈키: " …… "
호노카 아카네: " 이대로라면 들키고 말아… 이, 일단 죽은 척이라도…!! "
???: " 그거 좋지. 무거운 엉덩이 쫙 밀착시키고 있으라고, 좆경년아. "
………
호노카 아카네: " 아… 아라이, 너…!! "
호노카 아카네: " 도망 안가고 우릴 지켜주려고 하는거구나…!! "
아라이 미츠키: " 지랄. 나랑 어느정도 지냈으면 내 캐릭터 파악할 때는 지나지 않았냐? 난 우리 야옹이 말고는 좆도 관심없어. 여기서 저 새끼들 수를 줄이지 않으면 살 가망이 없기 때문에… 그저 그것 뿐. "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의 허리보다 높이 치솟은 돌을 괴력으로 뽑아 내어 체인으로 둘둘 감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거리감을 체크하다가 힐끗 하늘을 올려다보곤, 진땀을 흘리며 씨익 웃어보인다.
아라이 미츠키: " 저 좆만한 헬기가 후미… 야, 좆경. 궤도계산 잘하냐? "
호노카 아카네: " 나, 나는 문과인데. "
아라이 미츠키: " 유독 저 기체만 저공으로 날고있어. 육안으로 우리를 확인하려는 셈이겠지. 좆까라그래. 이 바위로 조종하는 녀석을 찌그러뜨려 죽이면 정보든 뭐든 탈취할 수 있지 않겠어? "
호노카 아카네: " 어떻게 그런 발상이 가능… 투석으로 헬기를 맞춘다니, 될 리가 없잖아! "
아라이 미츠키: " 글쎄, 해보면 알겠지! "
…
…
…
… 설마 진짜로 조종수를 명중시켜 격추시킬 줄은 몰랐다.
아라이는 부상당한 나와 파편에 당한 카나데는 신경도 쓰지 않고 추락한 헬기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 아직 완전히 박살나지 않은 모노쿠마가 눈을 붉게 물들이며 날카로운 공격을 감행하는 사소한 일이 있었지만…
그 정도는 예상했다는 듯 가볍게 피해내고, 모노쿠마의 목덜미를 잡아채 그대로 바닥에 수 십 번을 내려찍었다.
그 울림의 정도가 얼마나 세던지… 쿵쿵거리는 소리에 멀리 떨어진 나까지도 흠칫거리곤 했다.
아라이 미츠키: " 하여간, 곰 새끼들이라 그런지 존나 둔해. 사람 하나 족치고 싶으면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야지. 빠릿빠릿하게 찔러야 할 거 아니니? "
호노카 아카네: " …… 진짜 괴물이구나? "
아라이 미츠키: " 앙? 방금 뭐라고 지껄었니? "
호노카 아카네: " 진짜 멋있다구. "
아라이 미츠키: " 입을 찢어버리든가 해야지, 원… "
느껴지는 살의를 애써 넘기고 다시 카나데 쪽을 살펴보았다.
쓰러진 것은 폭발에 의해 생긴 잔해물에 머리를 타격받은 것으로 추정되며 큰 외상은 없어보여도… 픽하고 쓰러질 정도의 충격이었을테니 간과할 수는 없다. 게다가……
호노카 아카네: " 다리를… 너무 심하게 다쳤어. "
일단은 출혈부위를 조치하긴 했지만, 그 이상으로 출혈과 상처가 심했다. 의학적인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길한 예감은 지울 수 없었다.
호노카 아카네: " 저, 저기! 조금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
아라이 미츠키: " 조금 물어보기는, 저 적태양새끼 괜찮냐고 물어보려는 거 아냐? 좆까. 내가 의사야? "
호노카 아카네: " 으, 윽… "
아라이 미츠키: " … 라고, 원래대로라면 네 면상에다가 욕부터 박아버렸을텐데 말이지. "
호노카 아카네: " …?? "
아라이 미츠키: " 하아… 저 적태양 개새끼가. "
아라이 미츠키: " 카나데 카즈키 쟤, 이제 못 걸어. "
…
아라이 미츠키: " 염병한다. 다리 병신된게 적태양새끼지 너냐? 충격받아서 시덥잖은 감성팔이 같은거 하지말고 몸 성하면 헬기 잔해 뜯는거나 돕지 그래? "
호노카 아카네: " 다리를… 못 쓴다고? 이렇게 허무하게…?? 직업이 농구선수인 애가? "
아라이 미츠키: " 니미, 지금까지는 말이 되는 일이 하나라도 있었냐? 제발 좆같은 현실부정 하지 마라. 옆에 있는 새끼 정신력까지 갉아먹는 짓이다, 그거. "
아라이 미츠키: " 그리고 과몰입 하지 마, 등신아. 비록 저렇게 된 건 아쉽지만 가상세계잖아? 알 바야? 어떻게든 목숨만 부지하고 있으면 되는 일이지. 현실세계로 돌아만 간다면 잠시의 악몽으로 끝날 일이라고. "
아라이 미츠키: " 뭐… 이 폭격이 계속된다면 저 녀석의 생존 가능성은 한없이 낮겠다만. "
호노카 아카네: " ……… "
아라이 미츠키: " 지혈하기 전에 얼핏 봤는데 상처가 뼈까지 보이더라. 위치도 좆됐어. 저거, 다리 한 짝 썩어들어가기 전에 잘라내야 해. 안 그럼 뒤진다. "
호노카 아카네: " 자, 잘라내다니… 여기서 그런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했다가는 진짜 죽어버리고 말아… "
아라이 미츠키: " 버티지 못하면 뒤지는거지. 그리고 뭐 어때? 여기는 가상세계인데. 뒤지지 않고 현실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다리는 멀쩡히 붙어있을 거 아냐. "
호노카 아카네: " ……? "
위화… 감?
방금의 대화에서 이상한 부분이 있었나? 무언가 섬칫한 감정이 느껴진 것 같았다.
내 감정이면서 "같았다" 같은 애매한 표현을 쓴 게 이상하지만서도… 정말 그런 느낌이 든 게 맞는지조차 모호했다.
대화 내용에 모순이 있었나? 아니, 그렇지 않아. 아라이 미츠키가 카나데의 부상에 대해 거짓을 말했나?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을 뿐 더러 설령 거짓말을 했다고 해도 의학지식이 얕은 내가 어떻게 오류를 캐치하겠어.
뭔가… 아, 뭔지 알 것 같다.
아라이 미츠키: " … 씨발, 뭔가 찾았다. "
… 아라이는 어째서 카나데를 걱정하고 있는거지?
다른 누구도 아닌 너잖아. 이노우에 노도카를 죽이고, 마나베 리츠와 타카하시 쥰, 우에하라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긴게 너면서 …
카나데가 뭐라고 그런 안타까운 감정을 내비치는건데?
아니, 딱히 감정적으로 걱정하는 것처럼 들리지는 않았지만… 화자가 아라이 미츠키인 시점에서 그 툴툴거리는 말들조차 걱정으로 들린다.
그녀는 더럽혀진 손과 대비되는 깔끔한 검은색 문서 가방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그 가방에는 여덟 자리의 비밀번호가 걸려있어 열 수 있어 보이지는 않는데…
아라이 미츠키: " 아하. 이 가방은 종종 봐왔지. 분명 여기 근처였는데… "
아라이 미츠키: " 키힛, 여기가 우리 가방씨가 가버리는 스팟이었지? "
… 하며, 가방의 어느 지점을 거세게 두들기듯 패더니 가방이 열려버렸다.
놀라운 것과는 별개로 단어 선정이 너무 천박한 거 아니야…?
아무튼 그 가방을 열자 세 장의 인물 프로필과 한 장의 임무지령서가 팔랑거리며 허공에 흩날린다.
각각 칸다 케이타, 우에하라 에리, 마키 유이치에 관한 것들이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전에 히노 유이가 말한대로 이 가상세계에서 생존처리된 세 명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라인업이다.
인물 프로필에는 별 것이 없었다. 래디컬 패드에 나와있던대로 개인에 대한 신상과 얼굴 사진이 첨부되어있을 뿐이었지만…
임무지령서는 달랐다.
- 우에하라 에리, 위험인물 아님. 발견 시 목적지로 인솔하여 귀환시킬 것.
- 칸다 케이타, A급 위험인물. 발견 시 즉시 사살할 것.
- 마키 유이치, ? 급? ??인물. ???시 ??? 처리. 사살? 귀??? 환 불?? 가능?
호노카 아카네: " 이게 뭐야… 우에하라는 위험인물이 아니니까 귀환시키고, 칸다는 위험인물이니 사살하고, 마키는… 뭘 알아볼 수도 없잖아! "
아라이 미츠키: " 호우, 이것 좀 보게? 그 좆같은 년 때문에 모가지가 썰릴뻔했는데 위험인물이 아니란다. 나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다면 섭할 년인데, 씨발. "
호노카 아카네: " 마키는 문장을 이해할 수 조차 없으니 넘긴다치고, 우에하라가 위험인물이 아니라는건 제로니까, 흑막측에 우호적인 인물이니까 위험인물이 아니라고 쳐도 뜬금없이 칸다가 A급 위험인물이라는건 말이 안되지 않아? "
아라이 미츠키: " 그 촌뜨기가 A급 위험인물… "
아라이 미츠키: " …… 호오. "
호노카 아카네: " 그래, 뭔가 알아냈어? 그럼 다행이네. 그런데 말이야, 너… "
호노카 아카네: " 카나데랑… 무슨 사이야? "
카나데의 부상 탓에 기동력도 현저히 떨어진 지금, 또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이 두려워서 얼른 어딘가로 숨고 싶었지만…
알아내야만 할 것 같았다. 어쩌면 기분 탓일지도 모르는 그 순간을 추궁해야만 할 것 같았다. 내키는대로 폭력과 살인을 일삼는 저 여자에게 강경한 태도로 나서는 것은 그 자체로도 몸이 떨리는 일인데도…
~
검은 로브: " 당신들은 이미 죽었어요. "
~
히노 유이, 그 사람이 우리에게 해주었던 말이 계속해서 뇌리를 스친다. 그 때의 말이 생존에 대한 유일한 희망마저 짓밟는 지금,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거지?
히노 유이의 발언도 그렇고, 살아남은 마키와 칸다, 우에하라만 쫓는 모노쿠마들도 그렇고…
우리가 정말 죽었다면, 이 가상세계가 유지되는 것도 그 세 명이 살아있는 덕분이라면… 우리가 여기서 얼마나, 어떻게 발버둥치든 상관없는 이야기가 되는게 아닌가?
여기서 나가도… 나 자신은 이미 죽어있고, 그 기능은 가상세계에서만 가능한 상황이라면… 나는…
… 더 이상 최악은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용기를 북돋아 준다.
아라이 미츠키: " 참나, 너도 보통 범인은 아니구나? "
호노카 아카네: " 말 돌리지 마. "
………
아라이 미츠키: " … 야, 좆경. 우리 거래 하나 하자. "
아라이 미츠키: " 뺀질이 한테서 들었다. 너가 그 거울의 미궁을 클리어한 최후의 1인이라고. 거기서 얻은 보상을 내게 넘겨. 네가 가지고 있어 봐야 용도도 모를 애매모호한 잡동사니 취급일 거 아냐? "
아라이 미츠키: " 대신 나는 네가… 너희들 모두가 간절히 바랄 소원 하나를 이뤄주지. 이 가상세계를 탈출하는 것. 그 보상을 넘기면 즉시 이뤄줄 수 있- "
넘겼다.
이 정체불명의 지도… 이즈미가 눈치까지 주며 꽁꽁 숨기라고 했던 거울의 미궁의 보상.
"나갈 수 있다" 라는 말 한 마디에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그녀에게 넘겨버렸다. 넘길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아라이가 스탠드가 어쩌고 저쩌고 하더라도… 몸과 마음이 망가져가는 지금은 그런걸 따질 때가 아니다. 여기서 나갈 수만 있다면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설령 거짓말이라고 해도… 1%의 가능성에 희망을 건 것을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라이 미츠키: " 와. 존나 빠르네. 이거야? 이 보물 지도 같은거? 이게 네가 얻은거라 이거지? "
호노카 아카네: " 확실해. 네 말대로 난 그 지도가 어디에 쓰이는지도 몰라. 그저 그 개고생을 했으니 무언가 중요한 데에 쓰이겠다는 추측 뿐이지. 그걸 네게 넘겼어. 거짓말 할 이유는 없- "
아라이는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어떤 리모컨 같은 것을 던져건넸다.
그 구식의 리모컨은 그저 빨간 원형의 버튼만 있어, 누가봐도 그 버튼을 누르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호노카 아카네: " 그건… "
아라이 미츠키: " 하나에 리온. 그 마스크의 개인실에서 뜯은 유품이지. 그거 아냐? 그 새끼의 유서에는 꽤나 감명깊은 것들이 여럿 적혀 있었거든. "
아라이 미츠키: " 그 중 하나가 저거에 관한거야. [초고교급 행운]이 운좋게 만들어 낸 비상 전원장치. "
호노카 아카네: " … 초고교급 행운이 만들어 낸 비상 전원장치? "
아라이 미츠키: " 글쎄, 뭔 씨발 얼마나 운이 좋아야 그런 걸 만들어내는건지는 모르겠는데. 적어도 지 뒤지는 걸 예상하고 써둔 유서에 장난질을 해뒀겠어? "
아라이 미츠키: " 그 비상 전원장치 리모컨은 신호를 받은 가상세계의 인물을 강제로 추방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단다. 네가 나가려면 네 자신에게 쏘면 되겠지. "
호노카 아카네: " … 이건 또 뭐야? 2/3? 무슨 표시지? "
아라이 미츠키: " …… 전체 횟수, 잔여 횟수. 3번중에 2번 남았다고. 너랑 네 후장 열심히 빨아준 새끼 하나 데리고 나가. 이정도면 존나게 혜자인 거래 아니냐? "
호노카 아카네: " 3번중 2번… 그렇다는 말은 누군가가 이미… "
아라이 미츠키: " 내가 이 리모컨을 습득한 시점은 두번째 섬에 도착하기 전, 네가 다시 발견되기도 전이었다. 그 때도 잔여횟수는 2/3이었어. 난 이 리모컨을 습득한 이후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고, "
아라이 미츠키: " 그걸로 여길 나가. 카나데 카즈키는 냅두고. 써먹을 데가 있다. "
………
호노카 아카네: " 왜…? "
호노카 아카네: " 이런 장치가 있었다면 왜 하나에 리온은 이걸 진작에 사용하지 않은거지? 너도 마찬가지야. 네가 아끼는 이리에랑 나갈 수도 있었을텐데. 하지만 네가 처형당하기 직전에도 사용하지 않았잖아… 대체 왜? 심지어 카나데는 또- "
아라이 미츠키: " 아… "
아라이 미츠키: " … 씨발. "
아라이 미츠키: " 내가 말 좀 섞어주고 저자세로 거래 좀 해줬다고 아주 친구 먹을 수 있을 것 같지? 야, 그거 모르냐? 난 내 마음에 좀 안 든다고 사람을 쏴죽인 미친 년이야. 지금이라고 다를 것 같아? 여기서 시간을 보낸지 고작 3주도 되지 않았다고. 그 시간동안 내가 너희들한테 감회라도 됐을 것 같냐!? "
아라이 미츠키: " 그런 미친년이 대가리에 총맞아서 존나게 꿀통인 거래까지 해줬으면 아가리 닫고 꺼져. 혼자 탈출하든 같이 떡칠 남자새끼를 데리고 가든 보빌 여자새끼를 데리고 가든 여기서 꺼지라고. "
아라이 미츠키: " 난 여기서 해야할 일이 있어. 그리고 나가려면 최대한 빨리 나가는게 좋을거다. "
아라이 미츠키: " … 스탠드의 리더 되는 분께서 존나 미친 도박수를 던질 예정이거든. "
호노카 아카네: " ……… "
웃음… 실소…?
아니, 저 말을 끝으로 서서히 새어나오는 것은…
광기였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아라이 미츠키라는 사람은 알고보면 의외로 나쁘지 않은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과거가 어찌됐든 내가 보지는 못했고, 입이 험하고 위협적인 태도만 제외하면 딱히 해가 되는 일은 없었기에… 멋대로 그렇게 판단했었다.
이 가상세계에서 일으킬 도박수. 그 목적에는 그녀의 광기가 서려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고야 말 것 같았다.
… 카나데에게는 미안하지만 억지를 쓰며 카나데까지 챙기기에는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호노카 아카네: " … 미안, 카나데. "
앞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아 휘청거리기 일수였지만… 모노쿠마에게서, 아라이에게서 벗어난 지금은 단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호노카 아카네: " 단 한 명… 단 한 명을 데리고 이 가상세계를 나갈 수 있어. 오직 한 명만…!! "
호노카 아카네: " … 를 찾아야 해! "
-
???: " 하아, 하아… "
그 폭격에서 막 도망쳐 나왔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끔한 형태의 소녀가, 자신의 체구보다도 큰 소년을 땅에 질질 끌며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엉망이 되어가는 그의 상태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필시 과거의 그녀였다면 눈물을 쏟아내며 환자의 상태를 걱정했으리라.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모든 것들로 인해 변해있었다.
자신이 초고교급 간호사였다는 자각은 잃어버린지 오래… 이미 머릿 속에는 단 하나의 것으로만 가득했다.
우에하라 에리: " 드디어 손에 넣었어. 여기서 해내야만 하는 마지막 과제… 루프를 끝내는 것. 그걸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릴 처지가 아니야. "
우에하라 에리: " 미안하지만 네 도움이 필요해. 마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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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기자 / 마키 유이치
초고교급 작가 / 호노카 아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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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농구선수 / 카나데 카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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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아이돌 / 이즈미 코하루
초고교급 도박사 / 이리에 사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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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요리사 / 칸다 케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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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간호사 / 우에하라 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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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용병 / 아라이 미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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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행운 / 에비나 코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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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생존 인원: 05 / 17 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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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의 멤버
- 에이트
- ???
- 우에하라 에리
- 타카하시 쥰
스탠드의 멤버
- 아라이 미츠키
- 마에카와 히로토
- ???
- 사쿠라 카야데
이노센트
- ???
- 미도리카와 안나
- ???
- ???
- 하나에 리온
- 이노우에 노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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