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
너무나 어둡고 두렵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놓여져 있지 않은 공간에 또 다시 떨어져 버렸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낮선 공간임이 틀림 없지만… 나는 생각보다 이런 광경을 생각보다 자주 접했다.
크루즈의 양호실에서 깨어나기 전, 미궁의 시련에 도전하던 도중, 처형 도중에 빠져나와 깨어나기 전. 모두 공통되게… 아무것도 없는 무의 공간이었다.
… 그리고 문득, 이전에도 들었던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와 소름끼칠 정도로 닮은, 어쩌면 나일지도 모르는 여성의 목소리가 말이다.
???: " 죽었다고 하네요. "
" ……… "
???: " 만족하세요? 음, 표정을 보아하니 그건 아닌 것 같네요. 원치 않았을 결말이죠, 그렇죠? "
" ……… "
???: " 네… 뭐, 심정은 이해해요. 어느 순간부터 그 소년은 너의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으니까요. "
???: " 그래도 어쩌겠어요. 모든 이야기에는 위기가 있어야 분위기가 고조된다고요? 평화롭기만 해서는 읽는 이들의 몰입을 이끌어낼 수 없답니다. "
" ……… "
???: " 으음… 대화를 해 볼 만한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요? 네가 상대조차 해주지 않으면 제 기분이 몹시 비참해지는데요. "
" … 너는 누구야? "
………
" 이제야 확신할 수 있겠어… 저번 몇 차례 동안 누군가에 대한 요구를 늘어놓았는데, 그 대상은 결국 마키였던거야. "
"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 내 앞에 나타나 준 사람, 너는 나에게 그 사람을 위해 그의 곁에 남아주어야 한다고 계속해서 요구해왔어… 대체 어째서지? 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단 말이야. "
???: " 어머… "
???: " 어머어머어머…♥ 기억나지 않으시다는 거죠. 네에?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지 않는다… "
???: " … 기억나지 않아? 넉살좋은 핑계로군요.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서 있던 일이 없던 일로 되지는 않아요. 음주 운전과 비슷한 맥락이라구요? "
" ……… 마키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몰라. 어쩌면 진짜 죽었을 수도 있어. 물론 칸다의 거짓말 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기 전에는 그런 거야. 네가 죽었다고 알려준들 쉽게 믿어줄 것 같아? "
" 그리고 네가 아무리 그런 것들을 강요해봤자… 지금의 나는 그저 기억을 잃은 호노카 아카네일 뿐이야. 마키에 대한 확실한 기억도 없어. 그저 추측에 불과한 것들 뿐… 그런 상황에서 강제 주입식의 동기부여가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한 거야? "
???: " 아뇨, 지금의 당신은 호노카 아카네가 아니에요. 호노카 아카네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가짜일 뿐이죠. "
???: " 결국 기억이라는 것이 그런 거예요. 기억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의 경험, 환경, 사람, 사물, 계기, 추억, 후회, 좌절, 절망… 그 모든 것이 결합되어 하나의 사람을 나타내는 가장 강력한 아이덴티티라고요. "
???: " 그런데, 지금의 당신은 그 기억이 없는 상태잖아요? 심지어 몇 십 년의 인생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잃어버린 상태… "
???: " … 가소롭네요. 감히 누가 누구더러 '진짜'라는 타이틀을 가져다 붙이는건가요? "
동시에, 보이지 않는 손이 목의 목도리를 낚아채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물어온다.
???: " … 말해보세요. 기억이라는 코어가 없어진 너는, 정말로 호노카 아카네가 맞다고 자신할 수 있나요? "
-
호노카 아카네: " 으으윽…!! "
머리가 쪼개질듯한 고통이 덮쳐온다.
과장 조금 보태서 도끼로 머리를 가르고 잠시 얼음으로 뇌를 식히고 싶을 지경이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 아니야. 심지어 시간이 흐를수록 형태가 뚜렷해져가고 있어.
기억이 없는 나는 나라고 할 수 있냐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다. 그것이 하나하나 따지고 들 때마다 무언가 정곡을 찔린 듯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만약 지금 이 모습이 내가 아니라면, 나는…
나는 도대체…?
나 자신의 과거에 대한 기억에 모순은 없다. 적어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 도대체 어느 부분의 기억이 없다는건데…!!
……
아니, 어쩌면 외면하고 있던 걸지도 몰라.
지금까지 계속해서 나와 묘하게 엮여오던 그 이름, 마키 유이치의 존재가 내 기억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한다고 해도 흐릿하고 희미한 단편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흐릿하고 희미한 단편이 원래의 기억의 일부분이나마 보여주는 것이라면…
나는 마키와 관련된 기억만 빼앗긴 상태라는건가…
하지만… 기억 속에 사람 한 명 사라졌다고 그런 싸늘한 여자의 목소리가 내가 될 수 있는 거야?
도대체가… 넌 나의 뭐였던건지…
이즈미 코하루: " 뭐, 뭐야… 왜 그래? 괜찮아!? "
호노카 아카네: " … 마키. "
호노카 아카네: " 마키가 죽었다고 했지. 방금 그거… 진심이야? "
칸다 케이타: " 그래… 죽었다. 정확히는 죽였다. 내가 죽인 게 아니라, 그들이 마키를 죽였다. "
칸다 케이타: " 바깥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증오스러운 신 미래기관 놈들에게 말이다… "
호노카 아카네: " 무슨… 뜻이야? 바깥의 신 미래기관 사람들… 그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마키를 죽였다는거야…? 그럼 그 사람들도 이 가상세계에 있다는… "
칸다 케이타: " 그런 건 아니다. 니들도 알고 있지 않나? 금마, 자아의지에 대해 광기에 가까운 집착을 보이던 거… 그게 결국은 한계에 닿았던기라. "
칸다 케이타: " 마키는 나를 신경도 쓰지 않고 네 번째 섬 어느 깊숙한 곳으로 걸어갔다. 나 또한 혼자 남겨지는 것은 원치 않았고, 금마가 뭘 하는 지도 궁금했기때문에 뒤를 몰래 밟았는데… "
칸다 케이타: " 숲에 가려 잠깐 시야에서 사라진 사이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발견된 마키는 이미 복부에서 피를 뿜어내며 죽어가고 있었다. 주변에 널브러진 것들을 보아 거울의 섬에서 뜯어온 유리로 자살한 듯 했지… "
칸다 케이타: " 나는 그 광경을 보고 일단 살리고 보자는 생각으로 도움을 주려고 했는데… 오히려 금마는 죽어가면서도 도움을 바라지 않았다. 그저 한 줄의 말을 남겼을 뿐이지. "
이즈미 코하루: " ……… 그 마지막 유언이라는게… 뭐였어? 뭐가 마키 유이치, 걔를 자살로까지 이끈건데? "
칸다 케이타: " … 바깥에게 놀아날 수 없다. 내가 내 의지가 아닌 타인의 의지로 자유를 쫓을 바에야 내 의지로 포기하는 것이 옳다고 하더라. "
카나데 카즈키: " 진짜… 마지막까지 그런 정신 나간 선택을 하다니…!! "
에비나 코토리: " …… "
에비나 코토리: " … 그럴 리가- "
호노카 아카네: " 거짓말이야! "
생각보다 본능이 앞선 말이기는 했지만, 머지않아 확신할 수 있었다. 마키는… 마키 유이치는 그렇게 허무하게 자살할 인물이 아니다.
잃어버린 과거에 대한 미련이나 희망이 아니다. 종종 찾아오는 누군가의 강제적 명령에 의해서도 아니다.
이즈미의 말을 들어보면, 마키는 바깥의 인물들이 자신들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 마키의 성격 상 칸다의 증언이 아주 말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채로 자유를 쫓는 것은 물론, 자신의 의지로 포기하는 것 또한 마키의 사상에는 어긋나는 행동일테다.
그도 그럴 게… 결국 자신의 의지로 포기하는 것 조차 외부의 요인에 의해, 즉 자기 자신의 자유의지가 아닌 타인에 의해 형성된 환경탓에, 즉, 마찬가지로 타인의 의지로 인해 그런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적어도… 그 녀석은 그렇게 포기할 녀석이 아니다. 과거의 완전한 기억이 없는데도 그런 확신이 들었다.
………
그런데… 옛날에도 그랬나?
이리에가 추측한 것 처럼 나도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마키와 나는 과거부터 가까운 사이였을 가능성이 높겠지. 미궁에서의 꿈과 이런저런 정황들이 받치고 있는 만큼,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데…
비록 내 기억은 불완전할 지 언정 이전 섬에서 보여준 마키의 행적은 그렇지 않았다. 어느 정도 전체적인 기억이 복구되었을 가능성 또한 높다. 그 원인까지는 알 수 없더라도, 아주 엇나간 추측은 아닐 것이다.
그러면… "기억이 돌아온" 마키 유이치가… 왜 나에게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은거지?
목도리를 챙겨준 것이야 단순한 호감의 표시 정도이고… 전체적인 사건에서 나를 절대적으로 신뢰한다면 돌아온 기억들은 즉시 공유해주는게 맞지 않나? 나와 그 정도로 가깝지는 않았던거야?
게다가, 걔… 분명 미궁에서 탈락하기 전에는 내게 이런 말까지 했어. 구하러 오겠다고. 그랬던 녀석이 나에게는 아무런 것도 알려주지 않은건 역시 이상해…
… 아무튼, 과거에 대한 추측은 잠시 접어두자. 확실한 건 하나다. 마키 유이치는 그런 이유로 자살하지 않는다. 너무나도 분명하게도 말이다.
칸다 케이타: " ………… "
칸다 케이타: " 알겠다, 쎄리 마. 같이 가제이. "
이즈미 코하루: " 뭐? 어디로 가자는건데? "
칸다 케이타: " 믿기지 않는다면 백 번 말하는 것보다 한 번 보여주는 게 낫지 않겠나? 가자. 마키가 죽은 곳으로. "
에비나 코토리: " 자, 잠깐만요! "
에비나 코토리: " 저… 히노는 저런 상태라구요…? 어딘지는 몰라도 저 상태의 히노를 끌고가는 건 무리예요. 그렇다고 혼자 두자니 무슨 짓을 할 지도 모르고… "
에비나 코토리: " 괘, 괜찮다면 제가 옆에서 지켜볼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칸다 케이타: " … 니는 저 여자랑 아는 사이라고 했다 아이가. "
에비나 코토리: " 네? 네에… 그렇기는 한데요… "
칸다 케이타: " 그러면은 무리다. 저 여자가 어떤 수작을 부릴 지 모르는 거 아니겠나… 여기에는 카나데가 남는게 어떻겠노? "
이즈미 코하루: " 아니, 여기엔 내가 남을게. "
칸다 케이타: " 뭐… 상관은 없는데, 왜 네가 남겠다카노? 몸 멀쩡한 머스마 두고서리. "
이즈미 코하루: " 에비나는 에비나대로 불안 요소가 있고, 카나데는 단 둘이 냅뒀다간 진짜 죽여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래. 호노카는… "
이즈미 코하루: " … 아무래도 자기 친구를 만나러 가지 못하면 많이 슬퍼할 것 같으니까, 내가 남는 게 맞아. "
호노카 아카네: " 이즈미… 괜찮겠어? 카나데 정도가 아니면 혼자서는 위험할텐데… "
이즈미 코하루: " 됐으니까 빨리 다녀 와. 가서 살아있는 몸뚱아리든 시체든 찾으라고. "
이즈미 코하루: " 물론 마키 유이치, 그 새끼는 흠씬 패죽여야 마땅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이야기조차 나누지 못했으니까. "
이즈미 코하루: " 죽으려면 이야기 정도는 하고 뒈지라고… 멍청한 자식이. "
호노카 아카네: " ……… "
이즈미 코하루: " … 나는 걱정 마. 난 애초에 살아남는 것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여자니까… 위험에 빠지더라도 어떻게든 무사할 수 있을 거야. "
호노카 아카네: " … 다녀올게. 무사히 기다려줘. "
칸다 케이타: " 대충 남을 사람 정해졌으면 후딱 가제이. 너희들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겠지만… "
칸다 케이타: "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
- 메모리아, 밤의 숲 속 어딘가…
카나데 카즈키: " 이즈미 걔, 괜찮을까… 에이씨, 역시 내가 남는다고 해야했는데. "
칸다 케이타: " 재판에서도 그랬지만 생각보다 똘똘한 가스나 아이가. 냅두라, 알아서 잘 하긋제. "
에비나 코토리: " 저도 걱정이 돼요. 히노도, 이즈미도… 하지만 그보다도 더 걱정되는게… "
에비나 코토리: " 칸다가 딱히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는 것도 사실이에요… 마키가 정말 죽었고, 그 시체를 우리들이 발견한다면… "
에비나 코토리: "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걸까요? 가상세계의 기능이 중지된 지금 당장은 몰라도, 나중에 시체발견방송이 울리기라도 한다면… "
칸다 케이타: " 그럴 위험성이 있는데도 니들은 기어코 날 믿지 못해서 마키의 시체를 보러가는 거 아이가. 교칙에는 세 명 이상이 시체를 목격하면 방송이 울린다고 했는데… 하아, 각오 하는 게 좋을기다. "
에비나 코토리: " … 칸다, 그건 이상하잖아요. 칸다는 아까 저와 히노를 단 둘이 남겨두는 것을 꺼려했어요.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요. 그것과 저희가 칸다의 말을 확인하러 가는 것이 뭐가 다른거에요…? "
칸다 케이타: " 차이 있제. 멀찍이 떨어져 사건을 일으키지 않은 사람이랑, 스타트부터 화려하게 저격수들을 끌고온 사람… 스타트부터가 달라도 너무 다르지 않나? "
에비나 코토리: " 그 말은… 저를 믿지 못하시겠다는 말이군요. "
칸다 케이타: " 꼭 그렇다기보다는 믿기 위해서 의심 한다고 생각해주는 쪽이 좀 더 듣기 좋지 않나? "
에비나 코토리: " ……… "
칸다 케이타: " ……… "
호노카 아카네: " … 그만해. 지금 우리가 어디로 가는건지 잊었어? 네 입으로 시체라고 했잖아… 죽은 사람을 찾으러 가는건데 잡담이 나와? "
칸다 케이타: " 내는 조용히 하고 있었는데 느그들이 대답을 하게 만드니까 그러는 거 아이가. 예민한 거 이해는 하지만서도 사리 분별은 해야하지 않긋나? "
호노카 아카네: " … 알았으니까. 마키는 어디야? 어디까지 가야 현장에 도착하는건데? 벌써 30분을 걸었어… "
… 라고 말하자마자, 왜인지 모를 본능적인 감각이 곤두세워졌다.
그 감각은 싱긋한 풀의 내음이 역함으로 변질되었음을 인지했고… 머지않아 그 정체를 확신할 수 있었다.
마에카와의 일이 있던 것도 3일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그 냄새를 다시 맡게 되다니……
… 심지어, 그게 마키의… 마키 유이치의…
카나데 카즈키: " 이 냄새는… 피 냄새야. 칸다! 이 근처에 있는거지, 어? "
에비나 코토리: " 마주하고 싶지 않아요.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 시체가 되는 거에요… "
에비나 코토리: " 내가…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했더라면… "
칸다 케이타: " 그래, 이 근처에 있다. 거짓말같게도 이 덤불을 헤쳐가면 바로 보일기라. "
칸다 케이타: " 그런데… 자신 있나? "
호노카 아카네: " 뭐가 자신 있냐는거야…? 빨리 비켜…!! "
칸다 케이타: " 아까 했던 이야기의 연장선이다. 시체발견 조건에 마키가 포함되어있지 않더라도 여기 있는 네 명이 시체를 발견하면 방송이 울릴 지도 모르는 일이지. "
칸다 케이타: " 이제 와서 말하는 것도 뭣하지만… 나는 만약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카나데 카즈키: " 뭐… 나도 조금은 그렇게 생각- "
호노카 아카네: " 비켜-!! "
코앞에서 간을 보는 듯한 행동에 인내심을 잃어버린 나는, 칸다를 밀쳐 덤불을 비집고 들어갔다.
그곳이 반겨준 첫 풍경은 은은한 달빛이 퍼진 넓은 들판이었다.
동화속에서나 볼 법한 몽환적인 분위기에… 각오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이질적인 무언가가 널브러져 있었다.
새빨갛다 못해 검붉은 쪽에 가까운 기분나쁜 피는 이미 땅에 고여 나름대로 깊이있는 웅덩이를 형성해 있었고… 그 근원지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하늘색의 머리카락, 옛날의 향기가 나는 옷차림, 나와 비슷한 체구… 모든 것이 마키가 맞았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덤덤했던 것 같다.
도착한지 며칠이 흘렀지만 여전히 미지의 섬인 메모리아, 그 곳에서 마주한 에이트의 기억. 갑작스레 돌변한 히노 유이와 카나데, 우연히 다시 재회한 칸다, 그로부터 전해들은 마키의 사망 소식…
이 모든 것이 24시간 만에 일어난 일이다. 현실인지 아닌지도 분간이 가지 않을 수준이다.
떨리면서도 이상하리만치 차분하다. 그런 심정으로 묘하게 얼굴을 보이지 않은 채로 쓰러진 마키의 얼굴을 돌리기 위해 그의 얼굴에 손을 대었다.
… 그 순간이었다.
저 멀리서부터 바다를 가르는 소리가… 비슷한 거리에서는 바람을 가르는 헬리콥터의 굉음이 들려온다.
이상해…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카나데도, 에비나도, 나도…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하는 데에 시간이 걸렸는지 커져만가는 소리에 얼어붙었고, 제일 먼저 상황판단이 끝난 칸다는 소리를 확인하러 가야한다며 냅다 바다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달려갔다.
그에 굳어버린 사람들이 하나, 둘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도 마키를 끝까지 확인하지 못한 채 그들을 따라가고 말았다.
그래서는 안 되었을텐데… 워낙 급박하게 변해버린 상황 탓에 적절히 대처하지를 못했다.
아무튼, 정신없이 달려가 바다 너머에서 다가올 무언가를 초조하게 기다리다보면…
그들과 그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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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이 미츠키: " 씨이빨-!! 야, 사야하! 저 모노쿠마 씹새끼들이 도대체 몇 대나 쫓아오는거야!? "
이리에 사야하: " 열, 스물… 스물 네 대…? 스물 다섯? 보트가 너무 흔들려서 셀 수가 없어! "
우에하라 에리: " 우, 우리는 죽을거야… 죽을거야… 비상사태야… 비상사태야…!! "
아라이 미츠키: " 닥쳐봐! 씹, 연료가 얼마 남지 않았어… 이대로 첫번째 섬까지 가는 건 무리야! "
이리에 사야하: " 앗, 저기 좀 봐…!! 저기에 육지가 보여! 섬… 섬이야! "
아라이 미츠키: " 히야, 운좋네. 이대로 죽으라는 법은 없는 모양이구만…!! "
아라이 미츠키: " 잘 들어! 혹시라도 중간에 시동이 꺼지면 즉시 바다로 뛰어들어라! 목적지는 저기 저 섬이다! 알겠냐!? "
이리에 사야하: " 으… 물에 홀딱 젖잖아. 이거, 비싼 정장인데…!! "
우에하라 에리: " 나, 나는 수영도 못한단 말이야! 그러다가 죽으면 어떡해…!? "
아라이 미츠키: " 그럼 그냥 뒤지던가, 병신들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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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기자 / 마키 유이치
초고교급 작가 / 호노카 아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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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농구선수 / 카나데 카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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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아이돌 / 이즈미 코하루
초고교급 도박사 / 이리에 사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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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요리사 / 칸다 케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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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간호사 / 우에하라 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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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용병 / 아라이 미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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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행운 / 에비나 코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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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생존 인원: 05 / 17 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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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의 멤버
- 에이트
- ???
- 우에하라 에리
- 타카하시 쥰
스탠드의 멤버
- 아라이 미츠키
- 마에카와 히로토
- ???
- 사쿠라 카야데
이노센트
- ???
- 미도리카와 안나
- ???
- ???
- 하나에 리온
- 이노우에 노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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