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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 Ruin

4-12

 

 

 

 

 

 

에비나 코토리: " 자, 잠깐… 기다려… 멈춰…… "

 

에비나 코토리: " 안 돼애애애애애-!!!!!!!!! "

 

 

검은 로브의 나이프가 그대로 목을 그어버리려던 순간이었다.

 

수풀가에는 나와 이즈미만 숨어있는 줄 알았는데,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부터 남성의 우렁찬 고함이 귀를 울린다.

 

너무 빨라서 눈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무언가가 검은 로브를 향해 저돌적으로 돌진한다. 돌진이라기엔 들이박는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검은 로브: " 무, 무슨…!? "

 

???: " 후우… "

 

???: " 폭력 멈춰어어어어어-!!!! "

 

에비나 코토리: " 일단 들이박고 멈추라고 하는거예요!? "

 

 

정체모를 무언가와 검은 로브가 기분나쁠 정도의 충격음을 내자 검은 로브는 몇 바퀴를 구르며 바닥을 나뒹굴었고… 정체모를 무언가는 그녀의 복부를 거세게 들이박곤 공중에서 몸을 한 바퀴 틀어 가볍게 착지해낸다.

 

아니, 어두워서 긴가민가 했는데… 저건.

 

 

호노카 아카네: " 카… 카나데!? "

 

검은 로브: " 당신… 이게 지금 뭐하는…!! 어, 어라… 앞이… 흐려…. "

 

 

에비나 코토리: " 히, 히노…! 괜찮아요!? "

 

카나데 카즈키: " 뭐하는 짓이냐니… 누님, 방금 에비나를 해치려고 했잖아요? 녀석들이 나만 왕따시키나 싶어서 몰래 따라가봤는데 이런 일이 있었을 줄이야… "

 

카나데 카즈키: " 기껏 우리를 구해준 영웅 행세까지 한 주제에… 부끄럽지도 않아요? "

 

에비나 코토리: " 그게 아니에요…!! 히노는 절 죽이려던게 아니라 자살을 하려고… 아니, 그게 아니네요. 나이스 타이밍. "

 

검은 로브: " 으… 윽…… "

 

 

방어본능인지, 그녀는 떨어뜨린 잭 나이프를 주워 자신을 들이박은 카나데를 향해 위협적인 자세를 보였으나…

 

아까의 충격 탓에 그 방어 태세도 오래가지 못했다.

 

균형감각을 상실한 그녀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차마 지탱하지 못하고 풀썩 쓰러져버렸다.

 

… 아예 기절까지 한 모양이다.

 

 

카나데 카즈키: " … 괜찮냐? 에비나. "

 

에비나 코토리: " 네, 네에… 감사합니다. "

 

에비나 코토리: " … 다 들으셨죠? 히노가 말한 것들 말이예요. "

 

카나데 카즈키: " 저 누님 성씨가 히노냐… 뭐, 듣긴 했는데. "

 

카나데 카즈키: " 말했잖아? 난 여기의 모두를 믿기로 했다고. 네가 해야할 이야기가 있다면 마땅히 해주겠지. 그렇지? "

 

에비나 코토리: " ……… "

 

 

그 말을 끝으로, 에비나와 카나데는 검은 로브… 아니, 의식을 잃은 히노 씨를 어깨에 걸쳐 부축해 돌아갔다.

 

카나데가 아니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을 상황이었다.

 

잘했어, 카나데…

 

 

이즈미 코하루: " …… "

 

이즈미 코하루: " 일단 돌아가자. "

 

호노카 아카네: " 헤에… 로브 언니도 없고, 뗏목이 저렇게 뻔히 놓여져 있는데 안 가는거야? "

 

이즈미 코하루: " 구, 굳이 그럴 필요를 못 느끼겠어. 상황 돌아가는 꼴을 보니 이젠 저 언니와 에비나에게서 무언가를 얻어낼 수도 있을듯한 분위기고… 네 말대로 무턱대고 뗏목을 타봤자 위험하기도 하고. "

 

이즈미 코하루: " 가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야…. 우선은 그 로브에게서 정보를 얻어내야 해. 그 사람은 아무런 장치도 없이 뗏목만으로 우릴 여기까지 이끌었잖아? 분명 그럴 수 있던 이유가 있었을거야. 그걸 알아내야 해. "

 

호노카 아카네: " 흐응… "

 

이즈미 코하루: " 뭐야… 그 우습다는 듯한 표정은? 내, 내가 우스워!? "

 

호노카 아카네: " 아니~ 그런 것치곤, 아까 카나데가 에비나를 일으켜세울 때 뭔가 감동받은 표정 아니었어? "

 

이즈미 코하루: " 우,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내가 그 근육고릴라의 어디를 보고 감동을 받는다는거야!? "

 

이즈미 코하루: "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아까 전의 대화를 들어버린 이상… 그들에 대한 의심은 의심이 아니라 확신이 되어버렸으니까. 우리도 돌아가자, 호노카. "

 

 

 

 

 

 

 

 

 

 

-

 

 

 

 

<메모리아, 베이스 캠프>

 

 

카나데 카즈키: " 누님. 우리 목숨을 구해준 것을 생각하면 못 할 짓이라는건 아는데요… 똑바로 좀 앉아있을까요, 네? "

 

히노 유이: " 윽… 로프를 너무 세게 묶었잖아요. 풀어주세요! 숨 쉬는 것도 힘들다고요. "

 

카나데 카즈키: " 그건 누님이 자꾸 움직이니까 그렇죠. 꿈틀대지 말고 가만히 계시면 괜찮을거예요. "

 

 

다시 베이스 캠프로 돌아오자 우리를 맞이한 모습은… 각오했던 것 보다는 훨씬 정적이었다.

 

고개를 떨구고 벤치에 앉아있는 에비나, 굵직한 나무에 밧줄로 몸을 묶여 힘겨워하는 로브… 아니, 히노 씨.

 

… 거기에 가볍게 휘두르기 좋아보이는 나뭇가지를 바닥에 꽃고, 거기다 턱을 괸 채로 묶여있는 그녀를 내려다보는 카나데가 있을 뿐이었다.

 

 

카나데 카즈키: " … 왔냐. "

 

호노카 아카네: " 으, 응. 그 사람을 묶어뒀구나…? "

 

카나데 카즈키: " 뭐… 그렇게 됐어. 그런데 놀라지도 않네? 다 아는 일인 마냥. "

 

호노카 아카네: " 그게… 아까 전에- "

 

이즈미 코하루: "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나랑 호노카는 숲 길을 산책하다가 막 돌아온 참이야. 지금 이 상황의 영문을 모르겠으니까 빨리 설명이나 해. "

 

호노카 아카네: " ……… "

 

카나데 카즈키: " 그러게나 말이다. 설명을 듣고 싶은 쪽은 오히려 난데… 에비나는 마음의 정리를 해야한다는 말만 반복하고, 대화를 할 상태가 아니더라고. "

 

카나데 카즈키: " 뭐, 상황은 굳이 더 듣지 않아도 돼. 내가 들은게 있으니까. "

 

카나데 카즈키: " 이 누님은 에비나에게 마키를 죽이라고 주문했어. 다른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우리중 누군가를 죽이게 하려고 했다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해. "

 

카나데 카즈키: " 그러고보면 이상하지 않아요? 누님은 우리의 살인게임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것도 아니고, 끽해야 크루즈에서 내린 이후의 이야기만 얼핏 봤을 뿐인데… "

 

카나데 카즈키: " 정작 섬에 도착한 이후의 마키는 학생회에 저지되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어디론가 사라졌어요. 그런데, 누님은 어떻게 마키를 위험인물로 지정하는거죠? "

 

카나데 카즈키: " 그 정도가 어느 정도길래 사람을 죽이라는거예요? 누님이 뭐길래 에비나에게 그런 무리인 요구를 하는거죠? 당신… 우리 편은 맞는거예요? "

 

히노 유이: " ……… "

 

이즈미 코하루: " … 이제야 이야기가 통하겠네. 수상한건 그 뿐만이 아니야. 저 언니가 스스로 말했잖아? 저번 섬에 있던 거울의 미궁, 그걸 만든게 본인이라고. "

 

이즈미 코하루: " 이 가상세계에 오브젝트를 만들었다…? 우리를 해칠 목적이었든 아니든, 그 자체만으로도 가상세계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위험인물인건 달라지지 않아. "

 

카나데 카즈키: " … 누나. 저 마지막으로 물어보는 거예요. 입 안 열거예요? "

 

히노 유이: " ……… "

 

히노 유이: " 말했잖아요… 마키 유이치는 위험하다고. 그는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위험한 사람이예요. 자세히 말해줄 수는 없지만… 제발, 저를 믿어주세요. "

 

이즈미 코하루: " 진짜 답답하게…!! 그렇게 정당성을 어필하고 싶으면 말을 하라니까요? 우리는 당신이 원하는대로 움직이고 행동하는 꼭두각시가 아니란 말이예요! 적어도 우리를 납득시켜야- "

 

 

… 그 때였다.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바람을 가르는 뭉퉁한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귀에 들어오는 것을 더 빨리 받아들일 정도로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카나데가 짚고 있던 가시 박힌 나뭇가지가, 그대로 히노 씨의 얼굴을 베듯 살벌하게 휘둘려졌다.

 

그녀의 목은 꺾이듯 돌아갔고, 하얗던 얼굴은 순식간에 일자의 흉터가 새겨져 피가 쏟아져 나온다.

 

 

이즈미 코하루: " …!? "

 

히노 유이: " ……… "

 

카나데 카즈키: " 누님. 말했잖아요. 마지막으로 묻는다고. "

 

 

그 말을 마지막으로, 카나데는 더 이상의 질문은 하지 않았다.

 

… 그저 가혹한 폭행을 이어갈 뿐이었다. 더 이상 그녀를 감싸주는 로브도 없었다.

 

나뭇가지가 그녀의 살을 스칠때마다 눈에 보일 정도의 유혈이 눈에 띄었다.

 

와이셔츠의 소매를 걷어올린 부근의 팔근육이 씰룩거리고, 숨을 헐떡이며 죽은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는 카나데의 모습은…

 

… 지금까지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짐승의 모습이었다.

 

 

에비나 코토리: " 그, 그만 두세요…!! 이러는건 카나데 답지 않아요! "

 

카나데 카즈키: " 놔. "

 

에비나 코토리: " …… "

 

카나데 카즈키: " 놓으라고. "

 

 

어떻게든 카나데의 팔을 붙들어 저지해보려던 에비나였지만… 특히나 강압적인 카나데의 모습에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히노 씨를 적대하던 이즈미도, 상상 이상의 가혹 행위에 차마 놀람을 숨길 수는 없었는지 충격에 입을 틀어막았다.

 

 

호노카 아카네: " 뭐… 하는 거야? "

 

호노카 아카네: " 진정하고 말을 들어봐…! 원래 아무렇지 않게 폭력을 휘둘러도 괜찮은 사람이었어, 너!? "

 

호노카 아카네: " 저번에 모두를 믿어보겠다고 한건 다름아닌 너였어…! 그 마음은 어떻게 된 거야? "

 

카나데 카즈키: " 호노카… 그건 틀렸어. "

 

카나데 카즈키: " 나는 처음부터 이 인간을 믿지 않았어… 내가 믿기로 한건 여기 있는 네 명, 아직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친구들… 그 녀석들 뿐이지. "

 

카나데 카즈키: " 이 인간은 생판 남이야… 그런 사람이 에비나에게 마키를 죽이라고 명령했어. 마키가 비록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해도, 녀석은 아직 우리와 같은 클래스메이트라고… "

 

카나데 카즈키: " 그런 녀석을 죽이라고 했어. 마찬가지로 우리의 친구인 에비나에게 말이다. 넌 아무렇지도 않냐…? 난 지금까지 호구처럼 휘둘렸을 에비나를 생각하면 화가 치솟는데. "

 

호노카 아카네: " 그, 그건… 그렇다고 해도 그렇게 잔인한 폭력을 행사하는건 옳지 않아…!! "

 

히노 유이: " 크큭… 호노카 씨, 냅둬보세요… "

 

히노 유이: " 사람은 본래 극한의 상황일 때 본성이 나온다고들 하죠… 아무렇지도 않게 무력화된 상대를 고문하듯 패는 인간… 저게 카나데 카즈키의 진짜 모습. "

 

히노 유이: " 그렇다면… 지금 갑작스러운 저 사람의 변화가 어느정도 납득되지 않겠어요? "

 

호노카 아카네: " 언니도 진짜…! 잘한 거 하나 없으니까 괜히 자극하지 마세요! 카나데, 일단 그거부터 내려놓고… "

 

이즈미 코하루: " 아니… 말리지 말아. "

 

호노카 아카네: " 뭐…? "

 

이즈미 코하루: " 카나데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대신 해주고 있는거야. 방법은 다소 과격하지만… 들었잖아. 저 인간이 에비나에게 마키의 살인을 명령했다고. 이게 가볍게 넘어갈 사안으로 보여…? "

 

이즈미 코하루: " 저 여자는 좀 맞아도 싸. 사사로운 감정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얻어내려면 무력을 사용하는걸 감안해야 해… "

 

이즈미 코하루: " 마음 약해지지 마. 보기 괴로우면 에비나를 데리고 잠시 어딘가로 가 있어. 이건 나랑 카나데가 해결할테니까. "

 

 

카나데는 이즈미의 의지를 확인하고는 다시 나뭇가지를 휘두른다. 질문은 뒷전이고, 일단 맞고 보라는 식의 무조건적인 폭력이다.

 

이즈미는 철썩이는 소리가 퍼질 때마다 눈을 질끈 감아버리지만, 딱히 이를 말릴 생각은 없어보인다. 카나데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무표정하게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에비나도… 둘의 관계를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뜯어 말릴 줄 알았으나 생각보다 큰 저항은 하지 않았다. 정작 온 몸에 피흉터가 생긴 히노 씨는 엉망이 되어가면서까지 카나데를 올려다보며 원망의 눈빛을 쏘아붙인다.

 

그녀 또한 카나데가 질문을 하든 말든, 딱히 답을 할 의지는 없어보였다.

 

다들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않고 있어. 서서히 줄어드는 사람들, 그 속에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놓여진 자신들의 목숨… 그런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다보니 눈 앞의 실마리에 눈이 돌아간거야….

 

 

히노 유이: " 난… 당신들을 위해서 이러는거야… 이래서 말하지 않으려고 했던 거였어요… 아직도 마키 유이치 따위를 친구라고 생각하니까… 커헉…!! "

 

호노카 아카네: " 저, 저러다가 진짜 죽으면 어쩌려고 그래! 역시 그만두는게…! "

 

이즈미 코하루: " 진짜 죽을 것 같으면 알아서 입을 열겠지. 애초에 이 지경까지 온 것도 괜한 고집으로 아무런 설명을 해주지 않는 저 여자 때문이잖아…? 뭐하고 있어. 보기 힘들면 잠깐 가 있으래도. "

 

에비나 코토리: " ……… "

 

 

 

-

 

Q. 히노 유이를 향한 가학적인 폭력을 보았을 때, 나는…

 

A. 에비나를 데리고 잠깐 자리를 피한다.
B. 카나데를 설득해서 말린다.

 

-

 

 

 

 

 

 

 

 

< 축제의 섬 시렌스, 축제장의 놀이공원 >

 

 

아라이 미츠키: " 보트 단단히 고정했냐! 자, 간다! 트럭을 직접 끌어보는건 처음이구만-!! "

 

우에하라 에리: " 처, 처음? 자신있게 트럭에 보트를 옮겨보자고 하길래 당연히 경험 있는 줄 알았는데…! "

 

우에하라 에리: " … 어라? 이리에?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같이 있었… 꺄아악-!! 너무 빠르잖아! "

 

이리에 사야하: " 우와아아…! 이 트럭 천장도 열려! 기분 최고다-!! "

 

 

난생 처음 타보는 트럭을 이끌고 광기의 질주를 펼치는 아라이 미츠키, 트럭의 열린 천장 위로 상반신을 빼꼼 내밀어 드라이브를 즐기는 이리에 사야하, 너무나도 빠른 속도에 정신이 혼미해져가는 우에하라 에리…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사람의 조합은 꽤나 이질적이었지만, 그것보다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상 현상은 그보다 더욱 의아하게 다가왔다.

 

 

 

 

이리에 사야하: " 진짜 쩔어…!! 아라이 누나, 혹시 드리프트랑 부스터도 쓸 수 있어!? "

 

아라이 미츠키: " 씨발, 안되면 되게 해야지! 한 번 보여줘!? "

 

우에하라 에리: " 그, 그런 건 우리같은 학생들이 하면 위험해…!! 그것보다 밖을 봐! 뭔가 이상하잖아!! "

 

아라이 미츠키: " 엉…? 밖? "

 

 

그제서야 속도를 줄이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한 그들이었다.

 

크게 달라진 점이나 이상한 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어두운 밤 중, 가상세계의 기능이 정지한 지금이라면 모든 것이 작동을 멈춰있어야 할 터인데… 놀이공원의 모든 전등이 갑자기 켜졌다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아라이 미츠키: " … 불이 켜졌잖아. "

 

우에하라 에리: " 이, 이상해… 분명 어제 밤에는 어떤 불도 켜지지 않았어. 가상세계의 기능이 정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

 

우에하라 에리: "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

 

 

………

 

 

아라이 미츠키: " 존나 아찔한데…? 이 타이밍에 가상세계의 기능이 복구됐다고? 씨발, 말도 안되는 소리를… "

 

아라이 미츠키: " … 사야하, 몸 집어넣어. 천장도 닫고. 잠깐 동태를 지켜본다. "

 

 

수상함을 눈치챈 그녀는 즉시 건물 사이의 으슥한 좁은 골목에 트럭을 주차하고 숨죽이며 상황을 읽어간다.

 

아무런 인공적인 빛이 없던 섬에 일제히 빛이 되돌아왔다… 추측만이 가능할 뿐이라지만 본능적으로 다가오는 불길함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 그리고 그 불길함은 머지않아 청각화되어 들려오기 시작한다.

 

 

우에하라 에리: " 주, 주차 잘한다… 트럭은 처음이라더니… "

 

아라이 미츠키: " 아는 아저씨한테서 이론은 배웠어. 지금 그게 중요하냐? 당장 저것부터 설명하라고…!! "

 

 

… 옛날에, 이런 의혹이 제기되었다.

 

피라미드가 만들어졌을 당시대에는 그런 것을 만들 기술이 없었다고. 혹자는 외계인이 피라미드 건설에 도움을 주었다고까지 말한다.

 

어이없게도, 당장 자신들의 앞에 펼쳐진 황당무계한 풍경에 떠오른 것은 그런 피라미드 미스테리였다.

 

 

 

지금껏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수 천, 수 만의 모노쿠마들이 일제히 합을 맞추며 납과 유리, 각종 도구들을 항구쪽으로 운반하고 있었다.

 

하늘을 가르는 기계음에 위를 올려다보면, 수 십 대의 헬리콥터가 자재들을 매달고 똑같은 목적지로 날아가고 있다.

 

목적지였던 항구까지는 얼마 남지 않은 탓에 그 곳의 상황도 훔쳐볼 수 있었다.

 

… 그것들은 운반한 것을 이용해 무언가를 여러 개 만들고 있었다. 고작 무언가라고 어림짐작하기엔 이미 배의 뼈대라는 형태를 확실히 띄고 있다.

 

 

이리에 사야하: " 저것들… 배를 만들고 있잖아… "

 

우에하라 에리: " 어, 어째서…? 모노쿠마들이 왜 배를 만드는건데!? "

 

아라이 미츠키: " 처형 도중에 도망친 녀석들을 잡으려고 하는 거겠지. 확실하게 끝을 내려는 셈이다… 그 새끼들, 살아남았나보구만. "

 

우에하라 에리: " 그렇다고 해도… 저것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순간이동을 하는 존재라고? 굳이 저런것까지 만들 필요가… "

 

이리에 사야하: " … 아니. 저것들은 더 이상 이 곳에서의 만능적인 존재가 아니야. "

 

우에하라 에리: " 뭐…? "

 

 

-

 

모노쿠마: " 아니, 사실 나는 상관 없거덩? 나야 이 세계의 전지전능한 신이니까! 텔레포트 정도는 마음껏 할 수 있어! "

 

모노쿠마: " 자! 나의 안락한 마음의 고향, 크루즈로 가게 해주십삽사와! "

 

카나데 카즈키: " 십삽사와는 또 뭐냐…? "

 

 

그렇게, 모노쿠마는 요상한 주문을 힘차게 외우며 크루즈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듯 했지만… 평소와는 달리 그것의 전매특허인 순간이동마저 허락되지 않았다.

 

 

모노쿠마: " …? "

 

모노쿠마: "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마키 군의 권한이 내 권한을 강등시킬 정도는 아니었을텐데…! "

 

호노카 아카네: " 뭐, 권한…? "

 

모노쿠마: " 아니, 잠깐… 이건 속임수인가? 그래… 그럼 그렇지. 아무리 그래도 내 권한까지 손을 댈 수는 없을테니까… "

 

-

 

 

이리에 사야하: " 저번 재판이 열리기 직전, 마키 형이 크루즈를 탈취해서 모노쿠마가 그를 따라가려고 했던 적이 있는데… 그 때 모노쿠마는 순간이동을 하지 못했어. 권한이 어쩌고 하면서. "

 

아라이 미츠키: " 순간이동을 못하니까 저 막대한 인력으로 배를 만들어서 추격한다는거지…? 좆같이도 영악한 새끼들… "

 

우에하라 에리: " 어, 어쩌면 좋아!? 만약 너희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말 그대로 잡히면 죽는거잖아! "

 

아라이 미츠키: " 닥쳐봐. 애초에 너는 모두의 뒷통수를 후리며 살아남았잖아? 넌 떳떳한 검정이라고. 네가 왜 호들갑이야? 좆되게 생긴건 우린데. "

 

우에하라 에리: " 그, 그래도… 무섭잖아… "

 

아라이 미츠키: " 하아… "

 

 

……

 

 

아라이 미츠키: " 야옹아. 저거 보이냐? 지금 우리 트럭 밑으로 지나간 모노쿠마. 저거 혼자지? "

 

이리에 사야하: " 양 손으로 전기톱 끌고가는 모노쿠마를 말하는거지…? 으응. 보여. "

 

아라이 미츠키: " 저거, 한 30초 안에 뺏어올테니까 너는 그동안 이 곳을 무사히 탈출할 방법을 생각해둬라. 못하면 홀딱 벗겨서 미끼로 쓸거야. "

 

이리에 사야하: " 뭐, 뭐어…? 저질! 요정같이 귀여운 날 미끼로 쓸 작정이야!? "

 

아라이 미츠키: " 지랄 말고. "

 

 

그녀는 자신의 상의를 벗어 오른 팔에 둘러매고,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하고는 잽싸게 그 모노쿠마의 뒤를 노렸다.

 

왼팔로는 모노쿠마의 목덜미를 낚아채어 건물의 벽에 그것을 여러번 내려찍는다.

 

두 세 번 정도는 모노쿠마가 맥없이 당하는 듯 했으나, 이내 엄청난 완력으로 그녀에게서 벗어나곤 입을 찢어지듯 크게 벌리며 그녀에게 달려왔다.

 

… 분명 그녀를 물어뜯을 심산이다. 아찔한 광경에 트럭 안의 둘은 눈을 질끈 감았으나, 아라이 미츠키는 옷으로 감싼 자신의 오른팔을 내주며 다시 아까와 같은 것을 반복한다.

 

모노쿠마는 이미 무언가를 물어버린 상태라 더 이상의 추가적인 반항을 하지 못했고, 마침내 머리부분이 박살난 모노쿠마는 맥없이 던져졌다.

 

 

아라이 미츠키: " 씨발… 존나 쫄렸네. 전기톱 이거, 위험하니까 손대면 뒤진다. "

 

우에하라 에리: " ……… "

 

우에하라 에리: " 너, 사람은 맞니…? 안 다쳤어? "

 

아라이 미츠키: " 옷으로 칭칭 싸맨 부분을 물려서 존나 아픈걸 제외하면 외상은 없어. 그것보다… 방법은? "

 

이리에 사야하: " … 지금이 몇 시지? "

 

우에하라 에리: " 19시 57분… 방금 58분으로 넘어갔는데. 왜…? "

 

이리에 사야하: " 곧 여덟 시야. 가상세계의 기능이 복구되어서 전등이 켜지고 모노쿠마가 재가동 되는거라면, 이 섬의 고유 시스템인 매일 20시마다 폭죽이 터진다는 사항도 유효할거란 말이지. "

 

이리에 사야하: " 저 모노쿠마들은 작업에 착수하느라 다른 것에는 시선을 두고 있지 않아. 20시 정각에 폭죽 쇼가 시작된다면 우리는 그 소리에 조용히 묻혀갈 수 있을거야. 폭죽 쇼는 약 5분간 지속되니까… 그 안에 항구에 도착해서 보트를 옮겨야 해. "

 

아라이 미츠키: " 캬핫… 우리 기특한 야옹이.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어? "

 

우에하라 에리: " 무, 무리야! 그러다가 들키기라도 하면… 아까 아라이도 모노쿠마 한 기를 간신히 이겼는데, 저것들이 트럭 소리를 듣고 단체로 덮치기라도 하면 끝장이야! 다른 방법은 없어? 아니, 애초에 굳이 다른 섬으로 가야하는거야!? "

 

아라이 미츠키: " 도전하다 죽든 여기에 죽치고 있다가 더 많은 모노쿠마가 들이닥쳐 죽든… 씨발, 어차피 둘 다 좆될 위험성이 있다면 뭐라도 하다가 뒤져야 하지 않겠냐? "

 

아라이 미츠키: " 20시… 그 때가 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항구로 달린다. 너희들은 도착하면 어떻게든 배를 바다로 끌어. 나는 혹여나 쫓아올 모노쿠마들을 상대할테니까. "

 

 

 

 

 

 

아라이 미츠키: " 후우… 다들 준비됐냐. "

 

이리에 사야하: " ……… "

 

우에하라 에리: " 나, 나는 준비 안 됐어! 너무 무모하다구…!! 이대로 죽기는 싫- "

 

아라이 미츠키: " 씨발, 가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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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기자 / 마키 유이치 [???]

초고교급 농구선수 / 카나데 카즈키 [호감,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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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작가 / 호노카 아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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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아이돌 / 이즈미 코하루 [평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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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생존 인원: 05 / 17 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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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의 멤버

 

- 에이트

- ???

- 우에하라 에리

- 타카하시 쥰

 

스탠드의 멤버

 

- 아라이 미츠키

- 마에카와 히로토

- ???

- 사쿠라 카야데

 

이노센트

 

- ???

- 미도리카와 안나

- ???

- ???

- 하나에 리온

- 이노우에 노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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