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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 Ruin

4-5

 

* 이번 일상편은 3챕터 7화의 마에카와의 자유행동, 3챕터 23화의 조사편과 연계되므로 가급적 읽어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

 

 

 

 

 

나는… 

 
언제나 우수해야만 했다.

 

 

" 아~ 힘들다. 히로토, 같이 축구하러 가자! 지금이라면 특별히 공격수 롤이라구! "

 

" 으, 응? 아니… 오늘은 몸이 안 좋아서… "

 

" 칫, 또 몸이 안좋냐? 됐다~ 야, 가자! "

 

" ……. "

 

 

어쩔 수 없었다. 다른 녀석들이 놀이터에서 뛰어놀때, 내게 허락되는 것은 책과 펜 뿐이었으니까.

 

그런데… 어딘가 이상하다.

 

그들이 뛰어노는 소리는 분 짜증나고 거슬리는 소음에 불과했을텐데…

 

 

 

" …… 부럽다. "

 

 

… 어느샌가 그 불만은 평범에 대한 동경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키보가미네 학원. 그 명예높은 인재들을 양성하는 곳에 입학하고야 말겠다… 
 
그 일념 하나만으로 나날을 버텼지만 어느샌가 나는 나와 다른 아이들에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고, 흥미를 가지게 되었으며, 그들이 되고 싶어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고개를 휘저으며 시궁창 같은 인생을 사는 부모님을 떠올리고는 한다.

 

나는 절대 그렇게 되지 않을거야. 절대 그렇게 되지 않아. 절대…

 

 

" … 그런데 이상하다. "

 

" 저렇게 땀을 뻘뻘 흘리는 녀석들이 땀냄새가 하나도 안 나잖아…? "

 

 

……

 

 

" 네? 우리 애가… 뭐라고요? "

 

" 후각소실입니다. 신체에 다른 이상은 없어보이는데… 최근에 심한 감기에 걸렸다던가, 집에서 담배를 피운다던가 하는 건 없나요? "

 

" 이, 있어요… 저희 아빠가… 집에서 담배를…… "

 

" … 우선 확실하진 않으니 내시경검사랑 영상검사도 해보도록 할게요. 그리고 후각뿐만이 아니라 다른 지병도… "

 

 

…… 후각소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후각소실이라니… 왜? 내가 노력해서 부모랑은 다른 최고의 길을 걸어보고자 하는데, 하필이면 후각소실이라고?

 

그것도, 인생에서 보았던 것 중 제일 무능한 존재인 아빠가 집에서 담배나 뻑뻑 피워대는 것 때문에?

 

있을 수 없다. 왜… 어째서지? 보통 부모라는 존재는 자식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할 망정, 이렇게 앞길을 가로막는 존재이던가?

 

그게… 일반적인 부모야? 아닐거잖아. 그건 아니잖아…!!

 

왜 하필이면… 조향사의 길을 걸으려는 나에게서 향기를 뺏으려고 하는건데.

 

혼란 끝에 진단이 끝나고, 엄마께서는 불편한 다리를 절뚝이며 어느 작은 식당으로 날 데려가셨다.

 

 

" … 천천히 고르렴. 배고프지? 고생 많았다, 아들. "

 

" ……… "

 

" 아들, 뭐 먹을래? 엄마도 배고프다. 돈까스 먹을까? "

 

" … 하지만 엄마. 목요일은 채소랑 해산물만 먹는 날이야… 이런 걸 먹으면 몸에 안 좋아. "

 

" 응? 아니, 괜찮단다… 히짱은 지금 이대로도 예쁘고 잘 생겼으니까. 하루정도는 마음 편하게 먹어도 되잖니? "

 

" … 그리고, 나 20분 후에는 공부 시작해야해. 그거 끝내면 또 향료 논문 읽어봐야하고… 또- "

 

" 히짱? 괜찮다고 하잖니. 하루 정도는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지내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아. 자, 이걸로 주문할까? 괜찮지? "

 

" 이러고…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엄마. 나 집으로 가야겠어요. 조금 있으면 공부 시작해야 하는 시간이란 말이예요…!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남들과 다를게 없어져버려… "

 

" 그러니까 괜찮다고 하잖니-!!!! "

 

 

……

 

 

" 괜찮아, 다 괜찮아… 미안해, 엄마가… 아빠가 미안해… 정말 미안해… "

 

" …… "

 

" 왜 사과하는거야? "

 

" 후각소실이라도 당장 모든게 사라지는건 아니야… 아직 시간은 남아있어. 그러니 내가 정한 길은 달라지지 않을거야… "

 

" 키보가미네 학원에 들어가려면 남들보다 우수해야 하는건 당연한거고… 특별해야 하는 것도 당연하잖아? 그러니까 이럴 수 밖에 없는거야. 그런거잖아… "

 

" 나는… 엄마나 아빠같이 힘들게 살고싶지 않고, 현세대의 가난을 미래의 아이에게 되물려주고 싶지도 않아…! "

 

" …! …!! "

 

 

그러고는, 다리가 불편하신 엄마를 두고 홧김에 집으로 돌아가버렸다.

 

나는… 나쁜 새끼다. 부모를 원망하지만서도 그런 생각을 지울 수는 없었다.

 

그런 생각이 머리를 맴돌아 나를 괴롭게 할 수록 나는 그것을 공부로 풀어내야했다.

 

그 날 이후 엄마는 미친듯이 공부만 하는 나에게 아무런 제동을 걸지 않으셨다.

 

예전에는 적당히 하라는 말을 하루에 수십 번은 들었던 것 같은데… 어째서일까.

 

그저… 아들의 진심을 듣고서는 더 이상 진로에 방해를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게 아니었을까 하고 추측할 뿐이다.

 

 

……

 

……

 

 

그리고 훗날, 나는 나를 안타까워 하신 고모님네의 배려로 그들의 밑에서 재능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으로… 가까운 가족중에 희망하는 진로를 앞서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더할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으니까.

 

자식을 떠나보내기 싫어하던 부모와는 크게 싸우게 되었고, 그로인해 관계도 최악으로 치솟게 되었지만… 적당한 등가교환이라고 생각하니 마냥 견딜 수 없던것은 아니었다.

 

다니던 중학교도 전학을 가게 되었다. 친구는 없었기에 딱히 울 일은 없었다.

 

그저… 묘했을 뿐이다. 태어나서 떠난 적 없던 고향을 떠나게 되었으니까.

 

 

" 아이고~ 무거워라. 짐은 이게 끝이니? 슬슬 이동하면 되는거지? "

 

" 어휴, 그러게 이삿짐센터 부르자니까… 허리도 안좋은 사람이. "

 

" 후후후… 이 정도로는 한 손으로 들어도 무리없지! 어때, 이 근육! 든든하지 않아!? "

 

" …… 네? 아, 네… 멋져요, 고모부. "

 

" 하, 하하… 참! 떠나기 전에 동네 한 바퀴라도 돌고오지 그러니? 아니면 동네 친구라던가, 가족이라던가… 짐은 다 실었으니까 몸만 차에 타면 돼. "

 

" 아유, 뭐라는거야! 가뜩이나 엄마 아빠랑 싸우고 온 애한테. "

 

" 그래도 지금이 아니면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걸? 지금 안풀면 안 좋아~ 그거. "

 

" …… "

 

" 아뇨… 됐어요. 그냥 가요. "

 

" 어…? 정말? 그래도 괜찮겠어? "

 

" 제가 그렇게 나와버렸는데 어느 부모가 좋다고 웃어주겠어요… 고모랑 고모부 들으라고 하는 소리는 아니지만, 저한테 좋은 감정이 있을 리가 없어요. "

 

" 그러니까… 그냥 가요. "

 

" ……… "

 

 

이런 비싼 차는… 타본 적이 없다.

 

내가 기껏해야 타본 것은 아버지의 털털거리는 고물 트럭 뿐이었는데… 같은 차량이라도 이렇게나 다를 수가 있구나.

 

트렁크부터 뒷칸까지 짐으로 가득 차버려 마땅히 움직일 공간은 없었지만… 이런건 전에 살던 집에서도 자주 느끼던 감각이라 대수롭지 않았다.

 

그래, 그 집… 그 좁아터진 집도 이걸로 안녕이다. 여름이면 모기가 들끓고, 바퀴벌레가 튀어나오는 그 구역질나던 집은 더이상 볼 필요가 없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미운 정이 들어서라도 뒤를 돌아볼 법도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뒤를 돌아보면 독하게 품었던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어져 버릴까봐, 조금이라도 미련을 가지게 될까봐…

 

… 돌아보지 않았다.

 

 

……

 

……

 

 

분명, 그러려고 했다.

 

이제 막 움직이는 차량의 창문을, 무언가가 부서질듯이 두들기고 있었다.

 

 

" 아이고 깜짝이야! 어, 언니? "

 

" 하아, 하아… 잠깐… 잠깐만…! "

 

 

엄마… 였다.

 

다리가 불편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사람이, 내가 아는 한 처음으로 뛰면서까지 굴러가는 자동차를 따라잡은 것이다.

 

숨을 헐떡이면서,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 아들과 잠시만 이야기해달라고 애원하듯 부탁해왔다.

 

딱히 그렇게 부탁하지 않아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데… 엄마는 너무나도 간절해보였다.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는 것처럼…

 

 

" 어, 엄마… "

 

" 하아, 하아… 우리 아들… "

 

 

내 어깨를 부여잡으며 울음을 터트리셨다. 그러곤 나를 꼭 껴안으며 제대로 알아들을 수조차 없는 말을 울음섞인 목소리로 웅얼거리셨다.

 

하지만… 머리가 갑자기 맑아진 기분이 들 정도로, 그 문장은 너무나도 명확하게 뇌리에 스며들었다.

 

 

" 미안해, 정말 미안해, 가난해서 미안해… 아프게 해서 너무 미안해… "

 

"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아들… 이제와서 못난 애미애비를 용서해달라고도, 보내기 싫으니 제발 같이 살자고 붙잡지도 않을테니까… 이거 하나만 기억해줘… 응? "

 

" 언제여도 괜찮아. 내일이든, 다음 주든, 다음 달이든, 내년이든, 몇년 후가 되더라도… 그 언제가 되더라도…!! "

 

" 제발… 돌아와줘…… "

 

" 네가 꿈을 이루든 이루지 못하든 엄마에겐 중요하지 않아… 너는 이미 이 세상에 태어난 것으로도 너무나 특별한 존재니까… 그러니까… "

 

" 힘들어지면, 언제든 돌아오렴… "

 

 

-

 

 

… 바보같이, 나는 그에 대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얄랑한 자존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정말로 대답을 할 수 없어서 그랬을까… 그 당시의 감정을 기억할 순 없지만, 지금의 나라면 분명히…

 

돌아가겠다고 말했을텐데.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그래서 그 날의 기억이 더욱 아프게 다가오는 것 같다.

 

만약… 내가 살아나갈 수만 있다면, 반드시 돌아갈게.

 

 

-

 

 

우에하라 에리: " …… "

 

우에하라 에리: " 뭐야, 이거… 마에카와의 개인사만 가득이잖아… "

 

우에하라 에리: " 이딴 건 필요없어…! 뭔가 이 상황에 도움이 될만한 다른 것이 필요하단 말이야-!! "

 

 

그렇게, 그의 마지막 흔적이었던 수첩은 동굴 바닥에 내팽겨쳐졌다.

 

무언가… 그가 살아있었다면 알 수 있을 다른 이야기가 있었겠지만, 그건 만약의 이야기.

 

 

우에하라 에리: " 그것보다 빨리 아라이의 시나리오를 찾아야 해. 가상세계의 기능이 종료되었는데 아직까지도 내가 나가지 못했다는건, 분명 오류가 생긴거야… 그래서 그런거야…! "

 

우에하라 에리: " 그런 와중에 모노쿠마까지 기능을 해버린다면 그 때는 정말 끝이야… 찾아야 해… 아라이가 내게 말했던 루프를 벗어나는 방법이 분명히 여기에 있을거야. 있어야 하는데… "

 

 

나름대로의 아지트 답게 몇 개의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 파일, 그것을 구체화한 화이트보드…

 

그것만으로도 나름 갈피를 잡을 수도 있겠지만, 둔한 그녀에겐 그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녀의 눈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정체가 아라이 미츠키에게 들킨 그 날, 그녀에게서 들었던 단 하나의 키워드가 담긴 가설 파일 뿐이었다.

 

 

우에하라 에리: " … 찾았다. 이 파일이야. "

 

우에하라 에리: " 가상세계의 열쇠, 에비나 코토리…!! "

 

 

-

 

 

 

 

 

 

<메모리아, 어딘가의 숲>

 

 

에비나 코토리: " … 네? "

 

호노카 아카네: " 아, 아니… 눈을 떴는데 너가 없길래… 무슨 일이 일어난게 아닌가~ 싶었지! 하, 하하… 별 일 없었다는거지? "

 

에비나 코토리: " 네. 아무런 일도 없어요. 짧게 산책을 다녀왔을 뿐… 걱정을 끼쳐드렸다면 미안해요. "

 

호노카 아카네: " 미안하긴… 나야말로 호들갑 떤 것 같아서 미안해. 그, 그리구… 너희들한테도 미안하고… "

 

이즈미 코하루: " ……… "

 

카나데 카즈키: " 하~암. 그러니까… 별 일 없는걸로 마무리지…? 그럼… 들어가자… 피곤하다… "

 

 

… 다행히도 내가 생각하던 최악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다.

 

안전하게 움직이기 위해 카나데와 이즈미를 깨워 기껏 수색하러 나섰는데… 그 결과가 잠깐의 산책이라니.

 

김이 빠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더 이상 연연할 필요는 없겠지. 애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다시 돌아가도 되겠다.

 

 

이즈미 코하루: " … 야, 잠깐. "

 

에비나 코토리: " ……… 저요? "

 

이즈미 코하루: " 아니, 너 말고. 호노카 말이야. 화장실 가려고 깼었다며? "

 

호노카 아카네: " 으, 응… 별 것도 아닌걸로 깨워서 미안해. 화장실은 혼자 갈 수 있으니까 따라오지 않아도… "

 

이즈미 코하루: " 뭐라는거야? 적어도 한 명은 따라가야지. 아무것도 모르는 어두운 숲을 혼자 돌아다닐 셈이야? "

 

에비나 코토리: " ……… "

 

카나데 카즈키: " 후아암… 그래… 다녀와라… 조심히 돌아오고… 길 안 잃어버릴거지? "

 

이즈미 코하루: " 그래, 걱정말고 돌아가서 잠이나 자. 그리고 에비나는 좀 자고. 곧 네가 경계서야하니까 우리 돌아오면 일어나. 알았지? "

 

카나데 카즈키: " 알았어어어… 그럼 간다… 가자, 에비나… "

 

에비나 코토리: " 네? 아, 네에… "

 

 

그러면서, 이즈미는 그 둘을 다급하게 내쫓듯이 돌려보냈다.

 

일단 따라와주겠다니 고맙기는 한데, 부끄럽기도 하고…

 

… 거리는 좀 두라고 말해야겠지?

 

 

이즈미 코하루: " … 호노카, 내 말 잘 들어. "

 

이즈미 코하루: " 에비나 말이야, 분명 항구쪽의 검은 로브랑 만나고 온 거야. 아까는 어두워서 긴가민가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맞아. "

 

호노카 아카네: " 어… 그래? 그랬나? 온통 숲이라 그 방향이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

 

이즈미 코하루: " 확실히 맞다니까! 그리고 걔 말이야… 며칠 전부터 상태가 맛이 가지 않았어? "

 

이즈미 코하루: " 정확히 어느 때인지는 모르겠는데, 분명 거울의 미궁을 들어서기 전에는 그러지 않았거든? 애가 미궁을 빠져나오니까 저렇게 됐더라고. "

 

이즈미 코하루: " 미궁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너라면 알지도 모르겠는데, 혹시 짐작가는 바는 없어? "

 

호노카 아카네: " 짐작가는 바라면… 뭔가 있었던 것 같기도. "

 

 

-

 

 

그 관조자라는 여성이, 에비나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무엇을 속사포처럼 중얼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에비나에게 해코지라도 하려는가 싶어 황급히 에비나의 손을 붙들고 밖으로 빠져나갔다.

 

 

호노카 아카네: " 노, 놀랐잖아…! 에비나, 괜찮아? 저 여자가 너한테 무슨 짓이라도 하지는 않았지? "

 

 

꽤나 잽싸게 그녀에게서 에비나를 낚아왔다고 생각했기에, 확인차 던진 가벼운 질문이었지만…

 

괜찮지 못한 모양이었다.

 

 

에비나 코토리: " ……… "

 

에비나 코토리: " … 나가야해요. "

 

 

-

 

 

호노카 아카네: " 맞아! 정신이 없어서 조금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확실히 그 검은 로브 씨랑 접촉이 있고 난 이후부터 명백히 이상해졌어… 무언가 있기는 한 것 같은데. "

 

이즈미 코하루: " ……… "

 

이즈미 코하루: " 있잖아. 네가 카나데, 그 얼간이랑 묶여 다니면서 남을 믿든 믿지않든 내 알 바는 아니야.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지금 내 상황이 너무 뭣같거든? 알아? "

 

호노카 아카네: " 으, 응…? "

 

이즈미 코하루: " 앞서 말한대로 난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어… 이리에, 칸다, 카나데, 에비나. 넷 중 두 명은 반드시 스탠드인지 제로인지 거슬리는 집단의 소속이야. 사이좋게 살인도 한 번씩 일으켰지. 스탠드 한 번, 제로 한 번. "

 

이즈미 코하루: " 제일 무서운게 뭔지 알아? 하필이면 그 넷 중에서 제일 의심되는 두 명이랑 너랑 나, 이렇게만 낙오되었다는 사실이야. 당장 이 새벽중에 누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아. "

 

호노카 아카네: " …… "

 

이즈미 코하루: " 자꾸 너한테 질척거리는 것 같아서 미안하고, 나도 이런게 마음에 들지 않는데… 내 말 한번만 들어봐. 응? "

 

이즈미 코하루: " 이 섬을 도망쳐나가자. "

 

 

………

 

 

호노카 아카네: " 뭐? "

 

이즈미 코하루: " 이 섬을 빠져나가자고. 기억의 섬인지 뭔지 이젠 지긋지긋해. 저러다가 카나데나 에비나가 진짜 제로나 스탠드라서 본색을 까발리게 되면 그 때는 정말 끝이야. 여기엔 우리를 도와줄 그 누구도 없다고. "

 

호노카 아카네: " 기, 기다려 봐! 아직 이 섬에서 조사하지 못한 것도 많이 남아있잖아…! 칸다나 마키도 이 곳에 있을지도 모르고, 그 검은 로브 씨도 이 섬의 중요도를 말해왔고, 또… "

 

이즈미 코하루: " 그 검은 로브의 말을 너는 어떻게 믿는데? "

 

호노카 아카네: " …!! "

 

이즈미 코하루: " 그래, 칸다나 마키… 걔들이 이 섬에 있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건 추측이잖아? 없을 가능성도 있는거라고. "

 

이즈미 코하루: " 그리고 설령 그 둘이 이 섬에 있다고 쳐. 그럼 뭐가 달라지지? 칸다도 결국 의심후보중 한 명이고, 마키 유이치… 걔는 이제 뭐가 뭔지도 모르겠어. 그 또라이랑은 다시 엮이고 싶지도 않아. "

 

이즈미 코하루: " 어차피 항구에서 배를 지키고 있는 사람은 검은 로브 한 명 뿐이야. 우리 둘이 마음만 먹는다면 그 여자쯤은 제압하고 배를 탈취할 수 있어. "

 

호노카 아카네: " ……… "

 

호노카 아카네: " 네 말대로 배를 훔쳐서 이 섬을 달아난다면? 그럼 그 다음은 어쩔 셈이야? 결국 가상세계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건 여전하고, 더 이상 갈 섬도 없잖아! "

 

호노카 아카네: " 네가 불안해 하는 이유는 알아. 나도 모두를 믿겠다고 말은 했지만 아무런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건 어리석은 거겠지. "

 

호노카 아카네: " … 근데, 그런 너는 나한테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가 뭐야? 어제 낮에도 들었지만 별 다른 이유는 없었잖아. "

 

이즈미 코하루: " 그, 그건…! 말했잖아! 다들 이런저런 이유로 의심스러운데, 너가 만약 그런 녀석 중 하나였다면 기억을 소실당하는 일을 겪지 않았겠지! "

 

이즈미 코하루: " …… "

 

이즈미 코하루: " 어쩌면… 이 극한의 상황에서 믿고 싶은 존재를 바랐을지도 모르고. "

 

이즈미 코하루: " 아무튼, 아무런 생각없이 이 섬을 나가자는게 아니야. 돌아가는거야. 첫번째 섬으로… "

 

호노카 아카네: " 첫번째 섬…? "

 

이즈미 코하루: " 네가 기억을 잃어버린 곳이고, 우리가 절망병이라는 통제불능의 바이러스에 걸려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못한 곳이야. 듣자하니 이노우에가 그 곳을 빡세게 조사했다던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그런거겠지. "

 

이즈미 코하루: " 당장 저번의 두 번째 섬과 세 번째 섬은 너희 학생회가 나름대로 조사했는데도 별 성과를 얻지 못했잖아? 물론 지금 기억의 섬은 이야기가 다를 수 있겠지만, 목숨을 걸어가면서까지 리스크를 짊어지고 싶지는 않아. "

 

이즈미 코하루: " 그러니까 같이 첫번째 섬으로 돌아가자. 거기서 너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못다한 조사를 끝마치고… 다른 실마리를 찾아낸 다음 졸업 재판이라도 도전하는거야. "

 

이즈미 코하루: " 물론 도박인건 알아. 하지만 이 섬에 남아서 위험한 상황을 계속 두고보는 것도 똑같은 도박이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노우에가 너랑 연계하면서까지 조사를 했던 이유. 거기에 분명 진실이 있다고 생각해. 우리가 알지 못하고 넘어갔던 진실이…! "

 

호노카 아카네: " ……… "

 

이즈미 코하루: " 지금 당장 답해달라고 하지는 않을게. 하지만 내 정신력으로… 더 이상 아무렇지도 않게 이 상황을 버티는건 슬슬 한계야. 아마도 내일이 그 한계가 되겠지. "

 

이즈미 코하루: " … 늦어지기 전에 확실하게 답해줘. 내일… 아니, 지금은 새벽이니까 오늘이겠네. 오늘 밤, 나는 네가 날 돕든 돕지않든 계획을 실천에 옮길거야. "

 

이즈미 코하루: " 다시 말하지만… 너무 늦지는 말아줘. "

 

 

-

 

< 다음 날 아침, 메모리아의 항구 > 

 

 

검은 로브: " 다들 와주셨네요… 잠자리는 편하셨나요? "

 

카나데 카즈키: " 으, 누나가 통나무에서 자봐요. 허리랑 목이 남아나나… "

 

이즈미 코하루: " 본론이나 말해요. 아침부터 왜 모이라 한거죠? 그것보다도, 어제 하루 종일 이 섬을 조사했는데 단서라고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어요! 뭔가 있기는 한 거 맞아요, 여기? "

 

검은 로브: " …… "

 

검은 로브: " 첫 번째 기억의 균열이 발견되었어요. "

 

호노카 아카네: " 기억의 균열…? 그게 무슨 말이예요? "

 

검은 로브: " 원래라면 모노쿠마가 살아남은 사람들을 자극하는 용도였을 기억의 균열이었어요. 아마 살인게임이 제대로 기능했다면 살인 동기로 쓰였겠죠. 하지만… "

 

검은 로브: " 그건 살아남은 사람들의 기억을 봤을때의 일이고, 죽은 사람들의 기억은… 아무래도 상관 없잖아요. "

 

호노카 아카네: " 아니, 그거야…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그렇겠죠? "

 

검은 로브: " … 그렇다면 따라오세요. 첫 번째 기억의 균열은 머지 않은 곳에 있어요. "

 

검은 로브: " 기억의 균열이란… 누군가의 깊은 기억을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는, 일종의 관찰을 할 수 있는 것…… 어쩌면 무언가의 단서를 얻어낼 지도 몰라요. "

 

카나데 카즈키: " 허어, 별 이상한게 다 있네… 아무튼 죽은 친구들의 기억을 들여다본다는 말이죠? 그래서, 누구의 기억인데요? "

 

검은 로브: " … 원래라면 모노쿠마의 권한이라, 제가 이 섬의 어디에 균열이 있고, 누구의 기억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

 

검은 로브: " 지금 우리가 갈 기억의 균열은, 에이트라는 자의 기억이예요. "

 

이즈미 코하루: " 에이트…!? 그 기분나쁜 녀석… 아니, 제로의 리더라던 애잖아? 하도 접점이 없어서 까먹었는데, 그 기억의 균열이라면…!! "

 

검은 로브: " ……… "

 

 

그녀는 더 이상의 말을 덧붙이지는 않았다.

 

그저 묵묵히 숲길을 앞장섰고… 우리 또한 이 이상 질문하지않고 그녀를 따라갔다.

 

에이트… 들은 바로는 우리들과의 접점은 거의 없었고, 괴팍하다 못해 소름끼칠 정도의 언행을 보였던 사람이라고 했지만… 제로라는 집단의 리더라는 것 하나만으로, 그의 기억은 상당한 가치를 가질 것이 분명하다.

 

살아남은 사람을 자극할 용도의 기억이라면, 분명히 그 기억의 중요도도 무거울테지… 기억의 섬이라는 이명에 걸맞는 좋은 단서가 발견될 지도 몰라.

 

그렇게, 한 10분 정도를 걸어 도착한 곳에는… 꽤나 이질적인 기운이 맴돌았다.

 

분명히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연못인데, 한여름에 콘크리트가 일렁거려보이는 듯한 이상현상과도 같은 일렁임이 멀미를 유발한다.

 

 

호노카 아카네: " 으음…? 로브 씨, 여기예요? "

 

검은 로브: " …… 연못에 들어가세요. "

 

호노카 아카네: " 네? "

 

검은 로브: " 모든 기억의 균열은 이런 연못 형태일 거예요… 연못에 빠지면, 그 다음은 자연스레 진행될거예요. "

 

이즈미 코하루: " 미, 미쳤어요…? 연못에 빠지라니, 여분의 옷도 없는데…! "

 

카나데 카즈키: " 후후… 어찌됐든 연못에 빠지면 된다 이거죠? 후우, 좋아요. 간다! "

 

카나데 카즈키: " 무야호-!! "

 

 

그렇게, 카나데는 기세좋게 연못에 다이빙했지만…

 

무언가 둔탁하게 박히는 소리가 들리고, 맑은 연못은 곧 시뻘겋게 물들어갔다.

 

 

카나데 카즈키: " 게헥. "

 

이즈미 코하루: " ……… "

 

에비나 코토리: " ……… "

 

호노카 아카네: " 꺄아아아악-!! 카나데!? "

 

이즈미 코하루: " 뭐, 뭐예요… 연못에 빠지라면서요. 저거 맞아요? "

 

검은 로브: " ……… "

 

검은 로브: " 연못에 들어가라고 했지… 저렇게 수심이 얕은 연못에 머리부터 박으라고 하지는 않았어요… "

 

검은 로브: " … 상관없겠죠. 카나데 씨는 그대로 연못에 눕혀주세요. 여러분들도 따라 누우시고요. 눕고, 눈을 감고, 마음을 비우면… 곧 그의 기억에 다다를 수 있게 됩니다. "

 

 

눈을 감고, 마음을 비워라…

 

명상이랑 비슷한 마음으로 연못에 누웠다. 수심이 얕아 누워도 귀에 물이 들어오지 않았고, 오히려 편안한 기분마저 느껴졌다.

 

카나데는… 이런 곳에 진심으로 다이빙을 한거야?

 

………

 

집중하자. 에이트… 라는 사람의 기억을 들여다 보는거야.

 

눈을 감고, 마음을 비워라.

 

눈을 감고…

 

마음을 비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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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기자 / 마키 유이치 

초고교급 농구선수 / 카나데 카즈키 

X

초고교급 작가 / 호노카 아카네

X

초고교급 아이돌 / 이즈미 코하루

-

 

-

...

X

X

X

X

-

 

-

초고교급 요리사 / 칸다 케이타

초고교급 간호사 / 우에하라 에리

X

...

X

초고교급 행운 / 에비나 코토리

-

 

현 생존 인원: 03 / 17 人?

 

-

 

제로의 멤버

 

- 에이트

- ???

- 우에하라 에리

- 타카하시 쥰

 

스탠드의 멤버

 

- 아라이 미츠키

- 마에카와 히로토

- ???

- 사쿠라 카야데

 

이노센트

 

- ???

- 미도리카와 안나

- ???

- ???

- 하나에 리온

- 이노우에 노도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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