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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 Ruin

4-6

 

 

 

 

 

 

-

 

 

 

 

 

???: " … 일어나주세요. "

 

???: " 일어나주세요, 소우토 씨. "

 

소우토?: " 으, 으음… "

 

 

여긴… 어디?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여긴 사무실인가…?

 

다소 어두컴컴한 분위기의 공간에서, 단정한 오피스 룩을 입은 여성이 양 어깨를 흔들어온다.

 

그런데, 방금 이 여자… 나한테 소우토라고 한 거야? 난 호노카… 호노카 아카네인데?

 

… 아니, 잠깐만. 이 몸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잖아!?

 

게다가 다부진 근육질의 몸이야! 이 탄탄한… 팔… 가슴…

 

…… 오.

 

 

소우토: " 으아악-! "

 

???: " 어머. 놀랐잖아요. "

 

소우토?: " 다, 당신은 누구예요? 여긴 또 어디… 저는 소우토라는 사람이 아니- "

 

 

… 아차.

 

당황스러움에 그만 소란을 피운 곳이 침묵으로 가득찬 사무실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당연히 불편한 시선들은 곧장 나를 향했지만… 어리바리한 날 도와준건 아까의 그 여성이었다.

 

 

???: " 어머, 소우토 씨… 어제 야근하시더니 잠깐 꿈을 꾸셨나봐요. 혹시 그 꿈은 판타지였나요? "

 

???: " 예를 들어… 어린 시절 학생으로 돌아가 재미있는 추억을 탐험했다던가. "

 

소우토?: " …!? "

 

 

어린 시절… 학생의 이야기… 맞아, 그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분명 이 곳은 에이트의 특정한 기억 속 인거야. 나는 그 일부분인거고.

 

나는 소우토라는 사람의 시점으로 에이트의 기억을 옅보게 되는건가…?

 

… 로브 씨도 진짜. 이런 디테일까진 이야기 해주지 않았잖아!

 

 

???: " … 잠시 커피나 마실까요? 제가 사 드릴게요. "

 

 

-

 

 

여기는… 도대체 뭐하는 회사지?

 

막 깨어난 곳의 분위기는 평범한 회사의 사무실 같았는데, 직원휴게실로 올라가는 내내 급변하는 분위기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내가 깨어난 곳은 5층으로, 7층의 직원휴게실까지 그리 먼 길을 올라간 것은 아니었지만 무언가 크게 잘못되어먹은 회사임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6층을 올라갈 때에는 사상을 찬양하는 같은 집단 숭배의 광경을 목격했고, 7층의 복도를 걸어가는 도중에도 옆 창문을 통해 보이는 모습은… 아무리봐도 사이비집단과 다를 바가 없었다.

 

… 아무리 기억 속이라고 해도 책잡힐 짓은 하지 않는게 좋을텐데, 불행히도 지금 상황에 대해선 아무것도 아는게 없고… 그나마 이 앞의 여자는 나에게 호의적인 사람인건가?

 

나를 대하는 것을 보면 나름 친분이 있던 관계였을텐데… 내가 이 여자의 이름조차 모른다는건 그건 그것대로 이상하잖아.

 

우선 이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정보를 알아내자. 시작은 간단한 것부터라도 좋으니까…

 

 

소우토?: " 저… 당신은 당신 이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

 

???: " …? 소우토 씨, 당신이 언제부터 말을 높이는 사람으로 변했던가요? "

 

소우토?: " …… 어떻게 생각해? "

 

 

처, 첫 단추부터 잘못 꿰맸다!!

 

지나가다 창문에 비춰보이는 나는 꽤나 나이가 든 중년의 아저씨이길래, 이 사람과의 나이차를 고려하면 상호 높임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 " … 뭐, 아직 잠이 덜 깬거라고 칠게요. 아무튼 제 이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셨죠? "

 

하나에 아리아: " 뜬금없긴 하지만… 적당히 예쁜 이름 아닌가요? 하나에 아리아. 아이, 예뻐라. "

 

 

하나에 아리아…? 어째서인지 낯익은 이름인데…

 

… 가 아니라, 하나에 리온…! 같은 하나에잖아!

 

세상 살다보면 성씨 같은 사람 여럿 만난다지만,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레 튀어나온 사람 성씨가 하나에라는건…

 

 

소우토?: " 으응? 그, 그렇지. 좋은 이름이네. "

 

하나에 아리아: " …… "

 

소우토?: " …… "

 

하나에 아리아: " 뭔가요? 당신이 괴짜중의 슈퍼 괴짜인건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맥빠지는 대화는 흥미도 없을 뿐더러 답답하기만 하다구요. "

 

하나에 아리아: " … 아니면 그간 이름이 특이한게 마음에 걸리기라도 했나요? "

 

소우토?: " 응? 아니, 그런건 아닌데… "

 

하나에 아리아: " 괜찮아요. 신 미래기관에 입사할 때도 그렇고, 동료 직원들도 그렇고… 이름이 특이하다며 해외 출신이냐고 많이들 물어봤거든요. "

 

 

신 미래기관…!

 

역시, 갑작스러운 분위기에 에이트와 관련된 기억인만큼 보통 회사는 아니리라 생각했지만, 이 곳은 신 미래기관이었던가…

 

 

하나에 아리아: " 그래요, 뭐… 숨길 일은 아니죠.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아기였을 때에 저는 영국에서 태어났다고 해요. 한 세 살까지는 그 곳에서 살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일본에 넘어왔고요. "

 

하나에 아리아: " 덕분에 이런 예쁜 이름과 외모도 얻을 수 있게 되었고… 후후, 부럽나요? "

 

소우토?: " … 동생은 잘 지내고 있나? "

 

하나에 아리아: " 동생…? 네, 뭐… 잘 지내고 있겠죠. 그런데 어떻게 아셨나요? 동생 이야기는 꺼낸 적이 없었을텐데. "

 

 

무심코 찔러본 말이지만, 역시 하나에 아리아라는 사람은 80기생 클래스메이트였던 하나에 리온과 밀접한…

 

… 아니, 남매 사이가 아니었을까.

 

방금 전까지 조심하자고 다짐해놓고 이렇게 찔러보는 것도 우습긴 하지만… 다행히도 이후 그 여자의 말이 나를 곧 안심시켰다.

 

 

하나에 아리아: " 참, 그래도 당신은 기관의 제 8 지부장이니까요. 부서 직원들의 개인정보 정도야 훤히 꿰뚫고 있었겠죠? … 부끄럽네요. "

 

소우토?: " 뭐… 그렇지. "

 

 

지, 지부장…!? 내가, 아니… 소우토라는 사람은 신 미래기관의 제 8 지부장이었다고?

 

그래서 아까 사무실에서 난리를 피웠을 때도 아무도 뭐라고 한 사람이 없었구나…! 일개 평사원이 그랬다면 상사 되는 사람이 뭐라고 했을 법도 한데.

 

그렇다면 지금부터 조금 배짱있게 나가보자. 나는 이 신 미래기관에서 지부장 급으로 높은 위치의 사람이고, 앞의 여성은 내 부하직원이다. 기 죽을 필요는 없어.

 

 

소우토?: " 그래서, 그 동생 이름이 뭐였지? 너를 닮아 멋진 이름일 것 같군. "

 

하나에 아리아: " 후후, 그럼요. 걔 이름은 리온이예요. 저나 그 아이나 외국식 이름이죠. "

 

하나에 아리아: " 참. 얘가 예쁘기는 또 얼마나 예쁜데요. 사진 보실래요? 이건 다섯 살 때 욕조에서 오리 장난감 가지고 놀던 걸 찍은 사진, 이건 일곱 살 때 그네 타다가 뒤로 넘어져서 울먹거리는 사진, 이건 열 살 때… "

 

소우토?: " 그, 그만. 그 쯤이면 됐다. "

 

 

… 어린 시절의 귀여운 사진들이 잠시 감상에 젖게 했지만, 지금은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름도 하나에 리온… 얼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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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하나에 리온과 매우 유사하다. 더 이상 둘의 관계를 유추할 필요도 없겠어.

 

프로필 상으로 하나에 리온을 봤을땐 꽤나 이국적인 아이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그게 진짜였구나.

 

 

하나에 아리아: " … 요즘 고민이 많아보여요. 없다고 하면 그건 그것대로 이상한 일이지만요. "

 

소우토?: " 음? 고민? "

 

하나에 아리아: " 아시다시피 당신의 임기는 곧 끝나잖아요. 임기가 끝나면 어떻게 되는지… 저보다도 당신이 훨씬 잘 알고 계시겠죠. "

 

 

임기가 곧 끝나…? 임기가 끝나면 어떻게 되는데?

 

 

하나에 아리아: " 신 미래기관, 다 좋지만 이 체계만큼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아요. 5년간 각 지부의 지부장을 맡은 사람은 정의관과 사상이 흔들리지 않았는지 시험을 받고, 거기에 만족할만한 결과를 내지 못한 사람은 6개월 후 직위에서 해제된 뒤… "

 

하나에 아리아: " …… 극비보안을 위한 기록말살. 이후로는 들은 바가 없어요. "

 

소우토?: " 기록말살… "

 

하나에 아리아: " 기록말살. 적어도 기억소각에서부터 시작해서 어쩌면 극비리에 「처분」당할수도 있는 일이라고 사료됩니다만… 그것도 모두가 바라는 궁극의 희망에 도달할 수 있다면 겸허히 받아들인다. 그것이 신 미래기관 모두의 사명감이 아닐까요? "

 

하나에 아리아: " 불행히 시험에 실패한 당신에게 남은 시간은 3개월이 조금 남지 않았어요. 어때요, 당신도 앞서 처리된 지부장들처럼 그 희망에 생명을 바칠 수 있나요? "

 

소우토?: " …… "

 

소우토?: " 그야… 당연하다. 무너져내린 희망을 재건하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야. "

 

하나에 아리아: " …… "

 

하나에 아리아: " 당신이라면… 그럴 줄 알았어요. "

 

 

표정이 살짝 굳어지다 금새 활짝 웃어보이는 그녀는 다 마신 커피 잔을 세척기에 넣고 이런저런 버튼을 눌러댄다.

 

내가 뱉은 말이지만… 방금 전의 대사는 저번 재판에서 타카하시가 남기고 간 이런저런 정보와 이 여성의 분위기를 눈치보아가며 적당히 그럴듯한 말을 한 것 뿐이지만, 크게 이상한 점은 없던 모양이다.

 

지금은 그저 상황을 잘 넘긴것에 안도하고 있었다.

 

여성이 세척기를 작동시키고 다시 자리에 앉자, 휴게실을 비롯한 기관 전 곳에 짧고 명쾌한 벨소리가 여러 번 울려댄다.

 

 

하나에 아리아: " 어머, 벌써 점심시간인가요? "

 

하나에 아리아: " 나가서 먹죠. 어차피 다음 업무는 래디컬 센터로 나가야 하는 일이예요. "

 

 

래디컬 센터…? 분명 가상세계에서도 종종 언급되던 기관이다.

 

이번 에이트의 기억에서는 지금까지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조합되지 못한 정보들을 맞출 수 있는 훌륭한 기회일지도 몰라…!

 

 

소우토?: " 아, 그러지. 그런데… 래디컬 센터에는 왜 가는 거였더라? "

 

하나에 아리아: " 정말이지… 아직도 잠이 덜 깨신건가요? 아까도 말했지만 당신의 임기는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잖아요. "

 

하나에 아리아: " 당신의 후임자가 될 아이를, 본격적으로 신 미래기관에 적응시킬 시간이예요. "

 

 

-

 

 

… 래디컬 센터에서 중학생 남짓되어보이는 아이를 막 차에 태우고 돌아오는 길이다.

 

진한 남색 빛 머리칼에 창백하게 보일 정도로 하얀 피부… 다크서클은 없지만 이목구비부터 유달리 큰 키에 마른 체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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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리긴 하지만… 이 아이도 에이트가 확실하다.

 

래디컬 센터에서 에이트를 데려올 때에는 내 지식부족으로 인한 별다른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나를 대신해 하나에 씨가 이런저런 서류상 절차를 다 해결해주었고, 앞으로 '소우토'의 입장인 내가 해야 할 일은 남은 임기동안 에이트를 신 미래기관 제 8 지부장에 걸맞게 성장시키는 것…

 

… 이라고는 하나 보다시피 고작 중학생 나이대의 소년이다. 아무리 래디컬 센터에서 보증한 인재라고는 하지만… 괜찮은건가, 이 신 미래기관이라는 곳은?

 

 

하나에 아리아: " … 이런, 대낮부터 비가 쏟아지네요. 어쩌죠? 저, 운전은 초보라서 사고가 날 지도 몰라요. "

 

소우토?: " ……? "

 

하나에 아리아: " 뭘 그리 무섭게 쳐다보시나요? 설마 운전대 대신 잡아달라고 할까봐요? "

 

 

……

 

나, 나도 운전할 줄 몰라요… 언니……

 

 

소우토?: " 후후… 하나에, 사고가 나지 않는 방법을 아는가? "

 

하나에 아리아: " … 운전 중이거든요? 실없는 농담 하시면 드리프트 해버릴거예요. "

 

소우토?: " 알겠네, 알았어… 농담도 못하겠군. "

 

 

… 큰일이다. 나도 모르게 이 소우토라는 사람의 캐릭터를 막 창조하고 있어…!

 

그런데도 전혀 이상하게 여기질 않는걸 보면, 나름대로 캐릭터 해석은 맞게 한 건가?

 

 

???: " …… "

 

하나에 아리아: " … 아이랑 말이라도 좀 나눠봐요. 머지않아 당신의 모든 것을 알려주고, 알게 될 사이인데. "

 

하나에 아리아: " 얘기 꺼내는게 어려우면 제가 보내둔 파일이라도 참고해보세요. 무언가 화제거리나 공통점이 발견될 수도 있잖아요? "

 

소우토?: " 으음… "

 

 

어느샌가 메일로 에이트에 대한 기초적인 자료가 도착해있었다.

 

신장 171cm, 체중 51kg… 으으, 너무 빼빼 마른거 아니야!?

 

이외에도 혈액형이나 체질, 병력이나 중요한 것부터 사소한 것까지 유의할만한 사항은 모조리 적혀있었다.

 

…… 심지어 이런 것까지 기록해야했나 싶을 정도의 정보까지도.

 

봐서는 안 될 것까지 봐버린 탓에 얼굴이 화끈거리지만, 일단 기초적인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이 아이의 이름… 아무래도 에이트가 실명은 아니었겠지?

 

실명, 실명, 실명… 아. 여기있다.

 

 

소우토?: " … 나카무라 토지로. 네 이름인가? "

 

나카무라 토지로: " 네…? "

 

하나에 아리아: " … 소우토 씨! "

 

 

한창 차를 운전하던 그녀는 갓길에 차를 세워두고, 잡아먹을 듯이 나를 째려보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하나에 아리아: " 전 당신을 따라요. 당신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은 슬프게 생각하고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켜야할 건 지켜야 하지 않겠어요? "

 

소우토?: " ……? "

 

하나에 아리아: " 잊은 척 하지 말아주세요. 우리가 연민따위의 감정을 느낄 이유는 없다고요. 이제 저 아이의 이름은 나카무라 토지로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확실하게 해두는 편이 아이나 모두를 위해서도 좋다는 걸 아시면서…! "

 

나카무라 토지로: " ……… "

 

하나에 아리아: " … 전 지부장님이 피곤하셔서 실수를 하셨어. 네 이름은 나카무라 토지로가 아니야. 래디컬 센터에서 교육받은 그대로지. "

 

나카무라 토지로?: " 네… 알고 있어요. "

 

 

 

 

하나에 아리아: " 그래. 네 이름과 존재 의의가 뭐라고? 그 외에도 래디컬 센터의 가치와 네가 신 미래기관의 지부장으로써 지켜야 할 것들은 또 뭐였지? "

 

나카무라 토지로?: " … 앞으로의 제 몸과 정신은 희망의 상징, 무나카타 쿄스케 씨의 의지를 이어받는 데에 바칩니다. "

 

나카무라 토지로?: " 세상은 인류 최대최악의 절망적 사건을 딛고 일어났으나, 조만간 닥칠 대재앙에는 전혀 대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나카무라 토지로?: " 이에 래디컬 센터는 절망에 대적할 능력을 집중적으로 양성하는 희망양성기관이 됩니다. 이것이 래디컬 센터의 가치. "

 

나카무라 토지로?: " 인류의 희망을 더욱 더 발전시키기 위해 저는 기꺼이 사회-법률 지부의 재능을 부여받습니다. 이후 제 모든 행동은 희망에 근거합니다. "

 

나카무라 토지로?: " 이 모든 것에 바탕하여 과거의 이름이나 기억등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판단, 저는 제 스스로 원하여 이 모든 것을 버리는 것에 동의합니다. 그것이 신 미래기관 지부장이 지켜야 할 자세와 맹세. "

 

나카무라 토지로?: " 그리하여 저는 신 미래기관 제 8 지부장이라는 직위를 부여받음에 따라 이름은 그저 상호간의 판별을 위한 장치로 취급합니다. "

 

에이트: " … 이 순간부터 제 이름은 에이트입니다. "

 

하나에 아리아: " …… 그래. "

 

 

다소 격앙된 듯한 어투의 그녀도 그제서야 진정이 됐는지, 다시 천천히 시동을 걸고 갓길을 빠져나간다.

 

… 혼란스러웠다. 에이트의 과거 이름은 나카무라 토지로. 우선 이것만큼은 확실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 다음은… 도대체 뭐지? 래디컬 센터에서 교육받은 에이트… 아니, 나카무라 토지로는 마치 무언가에 세뇌된 마냥 섬뜩한 말들을 아무런 감정 변화도 없이 읽어나갔다.

 

인류 최대 최악의 절망적 사건… 과거 에노시마 쥰코를 중심으로 세상이 혼돈에 빠졌던 그 사건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뒤에 닥칠 대재앙이라는건 또 뭐야?

 

래디컬 센터는 그 대재앙을 대비할 희망, 능력 양성기관인 모양이다. 거기에 에이트는 훗날 초고교급 변호사로 키보가미네 학원에 입학했으니 그와 관련된 재능을 준비한거겠고…

 

그런데, 능력을 부여받았다니? 그 이전에… 과거의 이름이나 기억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그 모든 것을 버리고 에이트가 되기로 한다고?

 

어처구니가 없다. 그걸 넘어서 사람이 기계보다 더욱 기계처럼 느껴질 정도다.

 

친구들에게 듣기로 생전의 에이트는 상상 이상으로 괴짜인데다가 기분나쁜 녀석이라고 들었는데… 지금의 에이트에게서는 그런 낌새조차 느낄 수가 없었다.

 

 

소우토?: " 하아… "

 

에이트: " …… "

 

하나에 아리아: " … 왜 그러시나요. 이제 와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죄책감이라도 몰려오시나요? "

 

에이트: " 세계의 희망이 되기 위한 과정일 뿐입니다. 제 존재가 대재앙에 대적할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과분한 영광입니다. "

 

에이트: " … 이에 전 지부장께서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

 

소우토?: " …………… "

 

 

뭐라고… 소우토라는 사람의 연기를 해야하는데……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어린 애를 기계처럼 만들어놓고… 5년이 지나면 시험에 따라 처분당할수도 있다는게, 일반적인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거야?

 

그건 아니야. 그건…

 

 

하나에 아리아: " … 에이트, 잠시 차 안에서 대기하고 있어. 전 지부장님이랑 업무 이야기 좀 하고 올테니까. "

 

 

-

 

 

하나에 아리아: " 불, 붙여드려요? "

 

소우토?: " 아니… 괜찮다. "

 

하나에 아리아: " 갑자기 금연이예요? 하루에 한 갑은 피우는 꼴초께서. "

 

 

그러면서, 그녀는 난간에 기대어 아무 말 없이 담배를 태우기 시작한다.

 

 

하나에 아리아: " … 막상 이런 광경을 보려니 마음이 아프던가요? "

 

하나에 아리아: " 솔직히 말해 조금 놀랐어요. 아까 당신이 그 아이를 쳐다볼 때의 눈동자는… 피도 눈물도 없는 줄 알았던 당신에게서 처음으로 발견한 감정이라는 것이었으니까요. "

 

소우토?: " …… "

 

하나에 아리아: " 그래도 말이죠. 사람이 일관성이 있으면 좋을텐데요… 듣기로는 당신이 제 8 지부장으로 임명받았을 때에는 능력보다 희망에 대한 집념, 신 미래기관에 대한 충성심 하나만으로 뽑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 들었는데. "

 

하나에 아리아: " 물론 저야 그 때는 입사하지 않았으니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지만… 최근이랑 비교해도 많이 변하긴 하셨네요. 그래서 시험에 떨어지셨나? "

 

하나에 아리아: " 아, 놀리는 건 아니예요. 신 미래기관이 세워진 것도 10년이 조금 안 됐을텐데… 보통의 임기가 5년인 지부장 자리가 10년 사이에 다섯 번은 넘게 바뀌었으니까요. 오죽하면 직원들 사이에서 지부장님의 별명이 괴짜 바퀴벌레겠어요? "

 

소우토?: " 으, 으음… 그런 별명이 있었다고? "

 

하나에 아리아: " 그럼요. 보통은 1년, 길면 3년 안에 충성심 부족 및 사상 검증에 실패한 지부장들이 처분되어가는데 오직 지부장님만 온전히 임기 5년을 채우셨잖아요. 그런 당신 정도의 충성심을 보인 사람마저 떨어진 시험이라니… "

 

하나에 아리아: " … 추측컨대 시험은 그저 명목일 뿐이고, 처분에 필요한 명분 만들기에 불과했다고 생각해요. "

 

 

그런가… 이 소우토라는 사람은 신 미래기관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다른 지부장들은 희망과 기관에 대한 충성심과 사상에 변동이 생겨 5년이라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금방금방 처분당했던 모양이고… 그나마 5년을 버틴 이 사람도 결국에는 구실 맞추기에 당해 처분 당하는 운명이라는거지?

 

… 가혹한걸.

 

가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철저히 소우토라는 사람을 연기해야한다.

 

에이트의 기억속 소우토는 괴짜에다가 냉혈한… 신 미래기관과 희망에 충성을 바친 독종이니까.

 

 

소우토?: " 그건 내 능력이 모자란 탓이지. 딱히 기관의 탓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

 

소우토?: " 하나에… 아무리 둘 뿐이라지만 이런 이야기를 막 내뱉어도 괜찮겠나? 이걸 상부에 보고라도 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잘 알텐데. "

 

하나에 아리아: " … 이빨 빠진 호랑이도 호랑이라고, 그건 좀 무섭네요. 옛날같으면 울고불고 매달려도 모자랄 상황인건 맞는데. "

 

하나에 아리아: " 어째서일까요…? 고작 3개월밖에 남지 않은 당신이 그러리라곤 생각이 들지 않아요. 제 근거없는 자신감인가요? "

 

소우토?: " 썩을. 이래서 옛날에 확 잡아둬야 했는데. "

 

하나에 아리아: " 그러게 확 잡아두지 그러셨어요. 그러니 말년에 아랫 사람한테 레임덕이나 맞으시잖아요. "

 

소우토?: " … 크크. "

 

하나에 아리아: " 후후…. "

 

 

이후에도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신의 동생인 하나에 리온에 대한 자랑이 대화주제의 90%는 채운 것 같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내 본래 목적은 에이트의 기억에서 가상세계의 탈출이나 진실에 대한 것을 알아내는 것이었지만, 지금만큼은 이런 사소한 일상마저도 크게 와닿았으니까.

 

… 그런데, 내가 소우토라는 사람을 연기하는 것에는 정말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건가?

 

대충 이런 사람이 이런 상황이라면 이렇게 행동하겠지… 라는 것에 기반했을 뿐인데, 이것도 내 나름대로 초고교급 작가라는 재능이 적용된 결과라면 다행이겠어.

 

 

하나에 아리아: " 아, 이제 당신이 떠나기 전 3개월 동안은 제가 죽어나가겠어요. "

 

소우토?: " 뭐라는거야. 네가 죽어가긴 왜 죽어나가. "

 

하나에 아리아: " 모르는 척 하기예요? 후임자를 기관으로 데려오는 시점부터 당신은 신 미래기관 제 8 지부장이 아니예요. (전) 8 지부장에 불과하죠. "

 

하나에 아리아: " 나카무라… 아니, 에이트가 신 미래기관에서의 업무와 환경에 적응하기까지 3개월이라는 시간이 주어지고, 그 동안에 생길 제 8 지부장의 공석은 당신의 대리인인 제가 대행합니다. "

 

하나에 아리아: " 싫어라… 이제 당신처럼 매일마다 야근해야 할 지도 모르겠어요. 이러다 귀여운 내 동생 얼굴도 다 까먹는거 아닌가 몰라. "

 

 

……

 

 

하나에 아리아: " 이제와서 당신이 무슨 마음을 먹는 지는 잘 모르겠어요. "

 

하나에 아리아: " 오늘따라 유달리 달라진 언행이 눈에 띄긴 했지만, 요 며칠 사이에도 당신은… 무언가 많이 갈등하고 있었잖아요. "

 

하나에 아리아: " 유감스럽게도 저는 무언가를 바꿀 힘은 없어요. 3개월 밖에 남지 않아 잃을 것이 없는 누군가라면 몰라도. "

 

소우토?: " …… 너. "

 

하나에 아리아: " 어머, 무슨 의심을 하시는건가요? 전 아무런 주어도 붙이지 않았다고요. 그래도… 그래도 말이죠. "

 

하나에 아리아: " 이러나 저러나 결국은 배드 엔딩이라면… 저라면 조금 재미난 일을 해볼 것 같아요. "

 

 

… 이 여자는 내게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하는거야?

 

소우토라는 사람은 괴짜에 독종… 하지만 신 미래기관과 희망에 대한 충성심 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사람이 아니었던가?

 

그런 소우토에게 기관을 배신해보는게 어떻냐는 투의 말을 거침없이 해온다.

 

처분이나 기록말살같은 말이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걸 보면, 신 미래기관에 이런 말이 들어갔다간 이 여자도 곱게 끝나진 않을텐데…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소우토?: " … 자세히 말해라. 내가 뭘 할 수 있지? "

 

소우토?: " 어차피 얼마 남지 않았으니 하는 말이다만,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꼬마를 사이보그처럼 만들어 놓고 오로지 희망을 위한 도구처럼 다루겠다니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건 사실이지. "

 

소우토?: " 하지만 그것으로… 뭐가 달라질 수 있는건가? 단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이상의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건가? 재미난 일이라니, 너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거지? "

 

하나에 아리아: " …… "

 

하나에 아리아: " … 진심이군요, 당신. "

 

 

이번에도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한숨 가까운 것을 쉬는 그녀는 같은 행동만 몇 번 반복할 뿐… 얼마간 어떤 말도 꺼내지 않았다.

 

담배를 피우고, 한숨을 쉬고, 다시 피우고, 한숨을 쉬고… 중간중간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것 같기도 했지만 떨어지는 빗소리에 그 조차도 묻혀버리고 만다.

 

 

하나에 아리아: " …… 어른들의 이야기를 저렇게 어린 아이에게까지 물려줄 순 없어요. 설령 미래에 어떤 대재앙이 닥친다고 해도… 그건 그 때의 이야기예요. "

 

하나에 아리아: " 저도 지부장 님과 똑같아요. 오로지 주입된 능력과 희망으로 가득한 저 아이를 보자마자 이건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

 

하나에 아리아: " 이상한 일이예요… 근 5년간 당신을 따라 기관의 더러운 일이란 더러운 일은 모조리 다 해냈는데, 왜 당신과 함께하는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니 변해버리고 마는걸까요…? "

 

소우토?: " 자네의 동생이… 딱 저 정도의 나이였지. "

 

하나에 아리아: " …… "

 

하나에 아리아: " 지부장님. "

 

하나에 아리아: " 남은 3개월동안 기관의 일은 제게 맡겨주세요. 저 아이에게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주세요. 자유라는 것을 알려주세요. "

 

하나에 아리아: " 사람은 어떤 것에 묶여있을 필요가 없어요. 우리는… "

 

하나에 아리아: "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는 도구 따위가 아니니까요. "

 

 

-

 

 

이후 하나에 씨는 기관에 들어가 나의 대행을 맡게 되었고, 에이트… 아니, 토지로는 그런 하나에 씨를 따라 일과 시간동안 지부장의 업무를 배우러 떠났다.

 

3개월의 시간이 남은 내게 기관은 그런대로 최고의 대접을 약속해줬다.

 

비록 어디 먼 곳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내게 허락된 것은 기관 내부의 호텔 시설과 허가가 필요한 짧은 외출 뿐이었지만 그 정도도 전임 지부장들의 말로를 생각하면 감지덕지인 수준이다.

 

단… 남은 3개월은 무조건 토지로와 함께 생활해야한다.

 

기관은 전임 지부장과 견습 지부장이 함께 생활하며, 임기를 무사히 채운 전임 지부장의 지독한 충성심과 사상을 이어받기를 기대하는 모양이지만…

 

나에게 그런 것이 있을 리는 없다. 더욱이 나는 소우토도 아닌 호노카 아카네이니까…

 

음, 그런데…

 

 

소우토?: " 나, 언제쯤 되돌아갈 수 있는거야…? "

 

 

그래, 나카무라 토지로의 기억에서 여러 정보를 얻어내는 건 좋은데… 그 기한이 언제까지인지를 모르니 불안이 엄습해오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젠장… 여기서 빠져나가기만 하면 로브 씨에게 따지고 말겠어…!

 

… 그나저나 벌써 저녁 일곱 시네. 슬슬 돌아올 때가 됐는데.

 

 

소우토?: " … 저녁 밥이라도 차려볼까. "

 

 

우선 토지로에게 자유를 주니 마니 하는 것도 그만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친분이 쌓였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 그리고 서로 친해지는 데에는 밥만큼 좋은게 없지!

 

 

-

 

 

에이트: " … 오므라이스 인가요? "

 

소우토?: " 왜, 왜 그러는데… 별로냐? "

 

에이트: " …… 아니요. 잘 먹겠습니다. "

 

 

무표정하게 먹으면서도 나름 배고팠던 모양인지 오물거리며 맛있게 먹어치우는 모습을 보니…

 

… 뿌듯한데.

 

 

소우토?: " 잘 먹네… "

 

에이트: " ? "

 

소우토?: " 아, 아니다… 계속 먹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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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기자 / 마키 유이치 

초고교급 농구선수 / 카나데 카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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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작가 / 호노카 아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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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아이돌 / 이즈미 코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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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요리사 / 칸다 케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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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행운 / 에비나 코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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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생존 인원: 03 / 17 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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