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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 Ruin

4-7

 

 

 

-

 

 

 

 

 

소우토?: " 자~ 두 바퀴만 더 돌면 된다! 힘내자! "

 

에이트: " 헉, 허억… 허어억…… "

 

하나에 아리아: " …… "

 

하나에 아리아: " 아무리 체력 증진을 위한 트레이닝이라지만… 처음부터 새벽 운동장 스무 바퀴라니 너무 무식한 거 아니예요? "

 

소우토?: " 아앙? 무식하기는! 저 뺴빼마른 것 좀 봐라. 지금 많이 먹이고 운동 안 시켜두면 지부장의 자리를 체력적으로 감당하겠어? "

 

하나에 아리아: " 그건… 휴, 마음대로 하세요. "

 

 

사실… 지부장의 자리를 체력적으로 어쩌고 저쩌고 둘러댄건 핑계일 뿐이다.

 

토지로와 보름 가까이를 살다보니 나름대로 그의 생활패턴이나 습관을 탐구하게 되었다.

 

… 일과는 너무 단순해서, 첫 인상만큼이나 역시 기계같다고 느끼는데에 일조했을 뿐이지만.

 

새벽 다섯 시 기상, 여섯 시에 출근, 오후 일곱 시 퇴근, 열 시까지 업무 공부, 그리고 취침… 이의 반복이었다.

 

그에게 여러번 대화를 시도했지만… 토지로는 나를 배울 것이 있는 전임 지부장, 그 이상의 관계로는 보고 있지 않는 것 같다. 기껏해야 아침 인사, 밤 인사, 식사 때 나누는 짧은 몇 마디 대화가 전부였을 뿐……

 

… 이대로는 토지로에게 영향을 끼치고 싶어도 그럴 영향력조차 가지지 못하게 된다. 그러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이지.

 

이 곳에서의 시간은 비디오를 다시보는 것과 같았다. 보고싶은 부분의 시간은 현실과 똑같을 정도로 흘러가다 별로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면 시간은 동일하게 흘러가되 막 꿈에서 깬 것과 같은 애매모호함이 시간을 눈 깜짝 할 사이에 흘러가게끔 만든다.

 

그러니 여기서의 시간은 무한하지 않다는 소리… 에이트에게 많은 정보를 들으려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까워져야 할 필요가 있다.

 

 

하나에 아리아: " … 저번에 그러셨죠? 제가 갑자기 변한 이유가 리온이 토지로와 비슷한 나이여서 그럴거라고. "

 

하나에 아리아: " 그건 이유의 일부일 뿐이예요. 사실 저 아이는 리온과 너무나, 너무나도 비슷하거든요. "

 

소우토?: " 흠, 비슷하다고…? "

 

하나에 아리아: " 네에, 우선은 둘 다 너무나도 귀엽고…… "

 

소우토?: " …… "

 

하나에 아리아: " … 유능하면서도 빛을 보지 못하잖아요. "

 

소우토?: " 유능하면서 빛을 못 봐…? 그게 무슨 말이지. "

 

하나에 아리아: " 어머, 궁금하세요? 예전같으면 둘 다 대장의 배열이 알껌바마냥 울퉁불퉁한거냐고 비아냥 대셨을 분이. 역시 많이 변하셨다니까요? "

 

 

…… 아, 알껌바?

 

 

하나에 아리아: " 언제나 말하고 다니는 제 동생 자랑이라 와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리온은 정말 특별해요. 모든 것에 능통하거든요. "

 

하나에 아리아: " 발명, 심리학, 문예, 조화, 요리… 심지어 의학까지도 자기 스스로 중급 수준까지 터득했어요. 정말로 다재다능한 아이예요. "

 

하나에 아리아: " … 토지로도 별반 다르지 않아요. 래디컬 센터에서의 육성기간동안 그 아이는 수재중의 수재로 평가받으며 지부장으로의 확실한 미래를 보장받았다고 평가받았죠. 보장… 이라고 하기엔 그 자리가 좋은건 아닙니다만. "

 

하나에 아리아: " 그런데… 갑자기 토지로의 앞에는 또 다른 천재가 나타났어요. 사실 8 지부장 자리도 원래대로였다면 토지로가 아닌 그 여자아이가 와야 했었고… "

 

하나에 아리아: " 음, 이름은 기억 안 나는데… 아무튼 그 소녀가 어떠한 사정으로 지부장 자리를 채우지 못하자 차선책으로 데려온 게 저 아이, 나카무라 토지로였어요. "

 

소우토?: " … 그러니까 토지로는 원래 래디컬 센터의 수석이 아니라 차석이었다. 이런 말인가? "

 

하나에 아리아: " 네에. 자신의 능력은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더 뛰어난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모든 주목과 관심을 빼앗기고, 기회마저도 빼앗기거나 빼앗길 뻔 했다는 공통점이 있었죠. 리온과 토지로는. "

 

소우토?: " … 그렇다는건. "

 

하나에 아리아: " 맞아요. 제 동생은 다재다능하지만… 모든 분야에서 정점을 찍지는 못했어요. "

 

하나에 아리아: " 보통 그 아이들 나이대엔 키보가미네 학원, 초고교급의 자리를 두고 누가 입학할 것이다~ 라며 추측이 마구 나오잖아요? 새로운 기수를 뽑을 시기가 되면 몰래 도박판이 열리기도 했고요. 음, 예전에 왕창 잃은 기억이 나네요. "

 

소우토?: " 도박판에도 손을 댔었냐… "

 

하나에 아리아: " 그런 쪽에는 관심 없으실테니 잘 모르시겠지만… 제 동생은 여러 분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후보군으로 이름이 언급되곤 했어요. "

 

하나에 아리아: " 그런데도 그 분야의 톱은 항상 다른 누군가가 차지했죠. 애석하게도, 여러 분야에서 톱클래스임을 어느정도는 인증받았지만 그 어느 분야에서도 완벽한 정상의 자리는 차지하지 못했기에… "

 

하나에 아리아: " 제 동생의 키보가미네 학원 입학 가능성은 1% 정도에 수렴한다네요. 배팅 업체의 말로는… "

 

소우토?: " 허어… "

 

 

하나에 리온에게… 그런 뒷사정이 있었구나.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들었을 때, 하나에는 엄청난 두통을 낫게 하기 위해 스스로 약도 만들고 감시카메라 같은 발명품도 무리없이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그게 이런 이유에서 가능했던거였어.

 

 

하나에 아리아: " 그나마 토지로는 사정이 좀 나은 편이죠. 아니… 그것도 아니네요. 결국 어린 몸과 마음을 기관에 바쳐야 할 운명이 되어버렸으니. "

 

하나에 아리아: " 가엾게도…. "

 

 

……

 

 

하나에 아리아: " 참, 말이 나왔으니 하는 이야기인데… 소식 들으셨나요? 78기를 끝으로 문을 닫았던 었던 키보가미네 학원이 조만간 다시 79기를 받을 예정이래요. "

 

하나에 아리아: " 토지로나 리온이나 당장은 해당없는 이야기지만, 어림잡아 81기나 82기 정도가 되면 가능성이 있을지도… 아니, 리온은 역시 무리겠죠. "

 

소우토?: " 으잉? 80기가 아니라 81기나 82기? "

 

하나에 아리아: " …? 그야 당연하죠. 중학생이 고등학교에 입학할까요, 그럼? "

 

소우토?: " 아니, 그건 아닌데… "

 

 

…… 에이트와 하나에가 대충 81기나 82기에 입학하는 것이 적기라고?

 

하지만 그 둘은 이미 80기로 입학하는 것이 확정인데… 그렇지만 하나에 씨의 말대로 중학생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건 더더욱 말이 안되지.

 

조만간 79기를 다시 받는다는건 내년 봄에는 키보가미네 학원이 기능한다는 말이지? 그럼 지금으로부터 2년 후에는 80기, 3년 후에는 81기…

 

무언가 이상하다. 지금의 에이트는 중학교 2학년의 나이, 하나에도 그 쯤이겠고… 그럼 아무리 빨라도 81기, 82기 즈음에 입학하거나 편입되는게 일반적인 일 아닌가?

 

… 그런데 어떻게 그 둘은 80기생이 된거지? 심지어 하나에는 키보가미네 학원에 입학할 가능성조차도 매우 낮다는데.

 

 

하나에 아리아: " … 이제 이야기는 이쯤할까요? 벌써 날이 밝았어요. 저랑 토지로는 씻고 출근해야한다구요. 집에서 떵떵거리는 누구와는 다르게. "

 

소우토?: " 뭐라고…!? "

 

하나에 아리아: " 체력도 없는 애한테 시작부터 스무바퀴라니 너무 가혹했어요. 대충 열 바퀴는 뛰었죠? 그만 불러들일게요. "

 

하나에 아리아: " 토지… 아니, 에이트-!! 이제 출근해야 해-!! 그만 돌고 돌아와! "

 

에이트: " 허억, 허억…… "

 

소우토?: " …? 쟤 뭐하냐. 안 돌아오고. "

 

에이트: " 아직… 스무 바퀴 다 못 돌았어요… 이걸 다 뛰지 못하면 신 미래기관 지부장에 다가가지 못하게 되어버려요…!! "

 

하나에 아리아: " …… "

 

소우토?: " 이야… 래디컬 센터? 거기에서 세뇌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해놓았구만. 안 그러냐? "

 

하나에 아리아: " 그러게요… 비록 우리가 다른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달라진건 아무것도 없어요…. "

 

하나에 아리아: " 부디 그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신 미래기관의 잘못된 희망관념과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이를 되풀이하는 잘못된 현상이 사라지는 날이…… "

 

 

 

 

 

 

 

 

 

 

- 약 한 달이 지나고… 

 

 

소우토?: " 여~ 돌아왔냐! 고생 많았다. "

 

에이트: " 아, 다녀왔습니다. 전 지부장님. "

 

소우토?: " 에이~ 둘만 있을 때는 삼촌이나 아저씨라고 부르라니까? 아니면 형이라고 부를래? "

 

에이트: " 예전부터 말해왔지만 전 지부장님은 전 지부장입니다. 감히 다르게 부를 수는… "

 

소우토?: " 하아… 너 말이다. 지부장이라는 자리의 사람은 말이야! 어느정도의 유연함과 뻔뻔함이 있어야 해! 그렇게 틀에 꽉 막혀서는 신 미래기관에 큰 일을 할 수가 없다고, 임마! "

 

에이트: " ……!! "

 

소우토?: " 기관이 뭣하러 너한테 나를 붙여줬겠냐. 이런 사소한 것 하나라도 다 배워서 들어오라는 의미지. 내가 괜히 기관에서 제일 신용받던 지부장이겠어? "

 

에이트: " 그, 그건 확실히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천천히 노력해보도록 할게요. "

 

에이트: " … 지부장님. "

 

소우토?: " 그래… 당장에 바꾸라고 해서 달라지겠냐. 너무 신경쓰지는 말고. "

 

 

크, 큰일이다…

 

어느샌가 소우토라는 아저씨에 완벽히 몰입하게 되어버렸어… 이제는 원래의 나로 돌아간다고 해도 쉽게 적응하지 못 할 정도야……

 

 

소우토?: " 밖에 다녀 왔으니까 씻고 있어라. 밥 다되면 부르마. "

 

에이트: " 아, 네… 저기, 근데… "

 

에이트: " … 고민이, 있어서요. "

 

소우토?: " 엉, 고민? 갑자기 무슨 고민. "

 

에이트: " 막 대단한 건 아니고… 나중에 저녁 먹으면서 얘기해요. 씻고 올게요. "

 

에이트: " 아… 아저… 지부장님. "

 

 

아직 나를 부르는 호칭이 어색한 모양인지 도망치듯 샤워실로 몸을 피한다.

 

좋아…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에이트와의 관계를 좁히는 것에는 큰 진전이 있었다고 할 수 있겠어.

 

 

-

 

 

에이트: " 오늘도 오므라이스 인가요…? "

 

소우토?: " 앙? 어, 그런데… 싫냐? "

 

에이트: " 아, 아니예요… 한 달이 넘도록 같은 오므라이스만 먹는데 신기하게 질리지가 않는걸요. 밋밋하지도 않고 적당히 자극적이라 먹는 맛도 있고요. "

 

 

… 라면스프 좀 쳤어. 미안.

 

 

소우토?: " 뭐… 그럼 다행이고. 근데 무슨 고민이 있다고 하지 않았냐? "

 

에이트: " …… "

 

소우토?: " 응? 뭐야, 뜸 들이지 말고 말해봐. 기관의 무뚝뚝이가 고민이 다 있네. "

 

에이트: " … 래디컬 센터에 있는 제 친구들이 걱정 되어서요. "

 

에이트: " 지부장님도 아시겠지만 래디컬 센터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을 보호 차원이라는 명목 하에 데려가 신 미래기관에 적합한 인재로 육성하는 곳이잖아요. "

 

에이트: " 저야 운이 좋아서 신 미래기관에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영광을 얻었다지만… 선택받지 못한 제 친구들은 어떻게 되는지 아시나요? "

 

소우토?: " 허어, 표정을 보아하니 거기에도 또 다른 비극이 있나? 어떻게 되는데. "

 

에이트: " … 기관에서 일을 하기 위해 육성되는 아이들은 이후 기관의 기밀까지도 배우게 됩니다. 나중에 기관의 지부장으로 무사히 자리잡은 교육생은 별 다른 일 없이 지부장이 되는거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

 

에이트: " 지금의 신 미래기관과 같이 기밀 유지라는 이름으로 처분 당하고 있어요. "

 

소우토?: " …… "

 

에이트: " 압니다. 궁극의 희망에 다다르기 위해 이런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지금까지 저희가 받아온 교육이니까요.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

 

에이트: " … 아무것도 의지할 수 없던 시절의 제게 버팀목이 되어준 고마운, 세상에 둘 뿐인 친구들이예요. 어떻게… 그 아이들을 구할 방법이 없을까요? "

 

소우토?: " 그 녀석들을 구할 방법이라… "

 

소우토?: " … 잠깐 기다려라. 전화 좀 하고 온다. "

 

 

-

 

 

하나에 아리아: " 그거야 지부장 님께서 그 아이들을 신 미래기관 제 8 지부의 직원으로 세워두면 해결되는 일이잖아요? "

 

소우토?: " 앙?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직원이라니? "

 

하나에 아리아: " 아잇, 진짜… 소우토 씨. 안 그래도 당신의 빈자리를 채우느라 퇴근도 못하고 밤샘 야근 예정이거든요? 자꾸 바보같은 질문이나 하실거면 끊을거예요. "

 

소우토?: " 아니, 좀! 내가 그 꼬마들을 지부의 부하직원으로 뽑으면… 토지로가 말한 '처분'의 문제는 해결된다는 말이지? "

 

하나에 아리아: " 그렇다니까요? 대신 상부에 설득을 잘 해야겠죠. 낙하산도 그런 낙하산이 없잖아요? 아무리 래디컬 센터에서 교육받은 인재라고 해도 꼬마들을 부하로 삼는 셈이니… 심지어 하나도 아니고 둘 씩이나. "

 

하나에 아리아: " 그래도 뭐… 토지로는 견습 지부장이고, 저는 그 대리일 뿐이니 대부분의 권한은 아직 당신에게 있어요. 신경쓰이시면 뭐, 래디컬 센터와의 일정 정도는 잡아드릴게요. "

 

소우토?: " 아아, 그래… 고맙다. "

 

 

-

 

 

처분, 처분, 처분…

 

대체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길래, 신 미래기관이라는 기관이 처분이라는 행위를 남용할 정도인데도 아무런 제재조차 가하지 않는거지?

 

셋 중 하나인 문제다. 정부가 무능하거나, 신 미래기관이 너무나도 높은 위상을 지녔거나… 아니면 생전 타카하시가 언급한 '판데모니움 사태'가 이에 영향을 끼쳤거나.

 

물론 지금 시간대에선 판데모니움이라는 사건은 발발하기 이전인 모양이지만… 하아, 아직도 알아내야 할 것이 산더미같다.

 

 

에이트: " … 지부장 님. "

 

소우토?: " 아 씨, 놀래라. 지부장의 전화를 몰래몰래 듣고 그러면 쓰냐. 어른들의 이야기는 엿 듣는 거 아니다. "

 

에이트: " …… "

 

에이트: " 감사합니다. "

 

 

그러면서, 토지로는 내 앞에서 처음으로 어린 아이같은 웃음을 보였다.

 

그래… 어린 애는 이렇게 해맑게 웃어야 애 다운거지.

 

무, 물론 현실의 내가 이런 말을 하기엔 별 차이 나지도 않지만… 무뚝뚝하기만 하던 에이트의 인간다운 모습을 본 것 같아 내심 안도가 되었다.

 

 

소우토?: " 그래… 이제 다른 문제로 넘어가자고. 네 친구 둘, 이름이 뭐지? "

 

에이트: " 아…! 타카하시 쥰이랑 우에하라 에리입니다. 타카하시 쥰은 문화예술지부의 교육생, 우에하라 에리는 보건복지부의 교육생… "

 

에이트: " … 지부장님? "

 

 

………

 

타카하시랑… 우에하라?

 

셋 다 제로의 소속원이면서, 래디컬 센터라는 출신 성분까지 공통점이 있다….

 

게다가 듣기로는 셋은 꽤나 절친한 사이였던 것 같고… 그러면 에이트를 리더로해서 타카하시와 우에하라가 모였다는건가? 그럼, 남은 한 자리는…

 

 

에이트: " 뭘 그렇게 골똘히… 역시 친구들을 빼내오는건 무리인가요…? "

 

소우토?: " 그럴 리가 있나. 걱정말고, 내일은 하나에에게 말해둘테니 일찍 센터로 가자. 관력남용 좀 해야겠다. "

 

에이트: " 아, 안 됩니다…! 아무리 그래도 희망을 위한 신 미래기관에서 부정을 저지르는건… "

 

소우토?: " 아앙? 방금 전에는 감사하다며, 대충이라도 엿 들었으면 내가 뭘 하려고 했는지는 알잖아? 대체 뭘 들은거야? "

 

에이트: " 아, 저는… 그저 지부장 님께서 그 친구들만 따로 처분 대상에서 제외시켜주는 형태의 도움인 줄 알고… "

 

소우토?: " 하아… "

 

 

…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너무 어린 시절부터 사회와 단절되고 래디컬 센터가 강구하는 교육만을 입력당한 결과물이다.

 

특히나 에이트는 법률경제지부의 지부장… 그들은 에이트에게 교과서마냥 올바른 사고만을 하길 기대했겠지.

 

덕분에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보기좋게 어른들이 원하는 도구가 되었다… 자기들 딴에는 꽤나 만족스러운 결과물이겠군.

 

… 웃기지 말라 그래.

 

 

소우토?: " 상관없잖아. 어차피 두 달 후면 기관에 충성한 대가로 처분당할 몸인데. "

 

에이트: " 네…? "

 

에이트: " 지부장 님, 방금 그런 어투의 발언은… "

 

소우토?: " 그만, 그만하자고. 어쨌든 내일 우에하라 에리… 그리고 타카하시 쥰을 면접 보러 갈거다. 네 친구들이라지만 능력이 안되면 데리고 오지도 않을거야. 그러니까… 너무 마음 찝찝해 하지는 마라. "

 

에이트: " 그, 그렇죠…? 네, 알겠습니다! "

 

 

… 부정이 아니라는 말에 금새 표정이 풀렸다.

 

듣기로는 고압적이고 괴짜인데다가 왠지 머리를 잘 굴릴 것 같다는 생전의 평가가 있었는데… 지금 보는 모습만 보면, 괴짜천재라기 보단 바보에 가까운걸.

 

우에하라 에리, 타카하시 쥰… 에이트의 기억에서 제로에 관한 것까지 알아낼 것을 기대했는데, 드디어 그 시간이 온 것일지도 모른다.

 

알아내자. 알아내서… 진상에 조금이라도 빨리 다가가야한다.

 

예전부터 줄곧 느끼던 감정이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며칠 뒤, 신 미래기관 제 2 특수별동지부 -

 

 

B: " … H, 아니, 소우토. 도대체 무슨 꿍꿍이지? "

 

소우토?: " …… "

 

B: " 자네도 잘 알지 않나. 래디컬 센터에서 차출된 인재라도 타 지부의 후보생은 건들지 않는다. 설령 그 후보생이 낙제하여 처분될 위기라고 해도… "

 

소우토?: " 아이, 왜 그러시나~? 야. 법률경제 지부라고 해서 법이랑 경제만 잘해야하냐? 지부 복지 차원에서 쓸만한 꼬마 둘 데려온게 뭘 그리 공노할 일이라구. "

 

B: " … 여왕님께서 공노하셨다. H. 자중하도록. "

 

소우토?: " …… "

 

 

뭐가… 어떻게 흘러가는거지?

 

대충 분위기를 보아가며 적당히 얼버무리긴 했지만, 주요 사건만 족집게로 집어주듯 보여주는 이 기억에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흘러버려 잠시 정신을 놓고 있으면 다음 상황에 따라가지 못하게 되어버린다.

 

일단… 나를 나무라고 있는 백발의 중년 B는 신 미래기관의 제 2지부, 특수별동지부의 지부장을 맡고 있는 모양이다.

 

소우토라는 사람과는 함께 5년을 버틴 입사 동기, 뒤이어 다음 주에 소우토와 마찬가지로 임기연장 시험에 도전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한다.

 

신 미래기관에서는 소우토와 같이 최고참 지부장이나… 껄렁거리는 소우토와 달리 매사에 진중하고 엄격하며, 충성심 또한 뛰어나다고 듣는 인재중의 인재라고 한다.

 

듣기로는 50대 기수의 초고교급 학생이라는 설도 도는데… 그건 자세히 확인하지 못했으니 넘어가고,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내가 특수별동지부의 지부장에게 따로 불려나온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수별동지부라고 함은 신 미래기관에서 항상 주장해온 "곧 다가올 대재앙"에 대비하여 설립된 소수정예부대로, 전시가 아닌 중에는 별 임무가 없을 것 같지만…

 

… 실상은 신 미래기관의 행동부서의 역할까지 맡고 있었다. 내부의 질서와 기강을 다 잡고, 신 미래기관의 최고 지도자… 그래,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여왕.

 

신 미래기관 내부에서조차도 베일에 싸인 제 1지부의 지부장과 함께, 여왕에게 접촉할 수 있는 유이한 지부장이라고 한다.

 

 

B: " … 평소대로라면 여왕의 명령을 무시한 자네의 처분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지만, 어차피 자네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지. "

 

B: " 이 건은 묻어두도록 하겠네. 자네의 충성심은 나 또한 잘 알고, 기관에 타격을 줄 일은 아니었으니. "

 

소우토?: " 하하… 이거 고마운 걸. 동기 잘 둔 덕에 한 시름 놓았다, 야. "

 

B: " …… 바보같은 놈. 까짓 충성심 테스트가 뭐가 어렵다고! 그저 기관에 무한한 충성만을 보이면 되는 일 아닌가! 도대체 어째서… "

 

소우토?: " 허어, 친구. 살다보면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는 법이지. 그 날은 내 태양같은 충성심이 구름에 가려져 빛을 못 본 모양이야. 너무 슬퍼말게. "

 

B: " ……… 돌아가도 좋다. 남은 기간 동안은 눈에 띌 행동은 하지 말도록 하게. "

 

소우토?: " 예~ 여부가 있겠습니까. 고맙다, 간다. "

 

 

처음에는 존재 자체만으로 압도될 정도로 험악했는데… 다행히 소우토라는 사람과의 관계 덕분에 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동기… 친구인가. B라는 사람은 들리는 평가대로 엄중한 사람이었지만, 내심 내 처분에 대해선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저 사람도 인간이라는 거겠지. 내심 의외라는 느낌만을 마음에 담아두고 건물을 벗어나려던 때였다.

 

 

B: " … 소우토! "

 

소우토?: " 씨이, 깜짝이야. 또 무슨 일인데. "

 

B: " 곧 퇴근이다. 듣자하니 자네의 후임자와 함께 살고 있다지? 이번에 데려온 두 꼬맹이도 함께. "

 

B: " … 그 후임자의 정서 안정을 위한 선택인가? "

 

소우토?: " 뭐어… 그렇다면 그렇지… "

 

B: " 자네… 정말 제멋대로 구는 군. 전임자와 후임자의 생활에 다른 이는 끼어들 수 없다는건 잘 알텐데. "

 

소우토?: " 에이, 너무 그러지 말자고. 어차피 두 달 뒤에는 없어질 사람 아닌가? "

 

B: " … 그래. 더 이상 나무랄 힘도 없군. 아무튼, 오랜만에 술이나 하러 가지 않겠나? 내가 사겠네. "

 

소우토?: " 술…? "

 

 

저, 미성년자인데요… 아저씨……

 

 

B: " 자네는 기관의 감시때문에 멀리 나가지 못하는 몸이지. 내가 술과 안주를 사들고 자네의 집에 가겠네. 자네의 후임자 얼굴도 보고싶고… "

 

소우토?: " …… "

 

B: " 너무 이상하게 쳐다보지는 말아주게. 자네도 알지 않나. 나에게도 자네의 후임자와 비슷한 또래의 딸과 아들이 있었다고. "

 

B: " …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면 말이지. "

 

B: " 기관에 충성을 바치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그 탓에 내가 좋아하는 아이들을 많이 만날 수가 없게 되었네…. 오랜만에 만나는 아이가 자네의 뒤를 이을 아이라면, 나도 참 기쁠 것 같다. "

 

B: " … 허락해주겠나? "

 

 

아니, 아저씨가 아이들을 좋아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소우토?: " 그, 그래… 그래라. "

 

B: " 고맙네. "

 

 

-

 

 

B: " 많이도 샀군… 원래도 장어튀김을 좋아했나? "

 

소우토?: " 이건 나도 토지로도 좋아하니까. 근데,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냐? "

 

B: " 이렇게 사적으로 얘기하는 것도 오랜만인데… 좋지. 뭐든 물어보게나. "

 

소우토?: " 내가… 예전에 물어봤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자네에게도 딸과 아들이 있었다고 했지? 지금은… 없고. "

 

B: " ……… "

 

소우토?: " … 그게 무슨 일 때문이지? 단순 사고였나? "

 

B: " 그러고보니… 아직 기관의 누구에게도 내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없었군.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그럴 여유도 없었다. "

 

B: " 그렇다고 해도 그닥 낯선 이유는 아닐 것 같군. 기관에서 주장해오던 「판데모니움」이상 현상의 징조일 뿐이니까. "

 

소우토?: " 판데모니움… "

 

B: " 그래, 판데모니움… 그 빌어먹을 원인불명의 대재앙. 그 재앙이 우리 가족을 덮쳤지. "

 

B: " 센다이시에 거주중이던 우리 가족에게 거짓된 하늘이 덮쳐왔다. 당시 해외 용병이던 나는 그 재앙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내 가족은 갑작스레 찾아온 거짓된 하늘을 피할 수 없었어. "

 

B: " 거짓된 하늘, 거짓된 달… 모든 것이 뒤틀린 그 곳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모두가 거짓된 부름을 받아 미쳐버렸지. 미쳐서… 서로 죽이고, 서로 씹어먹고, 인간이라기보단 짐승들의 최후를 전해듣는 것 같았다.

 

 

거짓된 하늘과 거짓된 달…? 그게 대체 무슨 말이지?

 

판데모니움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일으킨게 아니라 자연현상 같은 거였나? 하늘… 거짓된 하늘이라…

 

거짓된 하늘… 거짓… 거짓된 하늘…?

 

 

-

 

검은 로브: " 하늘의 색을… 알 수 있는 방법은? "

 

-

 

 

소우토?: " 윽…! "

 

B: " 그래… 지금 생각해도 머리가 아찔하지. 한 순간에 인간성이 무너질 수 있다니 말이야. "

 

B: " 마침 잘 됐군. 지금의 꼬마들에게 우리의 사명을 확실히 해둘 수 있는 자리가 되겠어. 자네가 사라진 이후에도… 나같은 비극은 다시 없게 만들어보겠네. "

 

소우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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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기자 / 마키 유이치 

초고교급 농구선수 / 카나데 카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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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작가 / 호노카 아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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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아이돌 / 이즈미 코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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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요리사 / 칸다 케이타

초고교급 간호사 / 우에하라 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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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

초고교급 행운 / 에비나 코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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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생존 인원: 03 / 17 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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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의 멤버

 

- 에이트

- ???

- 우에하라 에리

- 타카하시 쥰

 

스탠드의 멤버

 

- 아라이 미츠키

- 마에카와 히로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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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 카야데

 

이노센트

 

- ???

- 미도리카와 안나

- ???

- ???

- 하나에 리온

- 이노우에 노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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