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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가면의 소녀가 꿰뚫어보던 진실은

2-11 (일상편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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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청명한 울림이 스피커를 통해 울려퍼진다.


분명 기분좋은 울림이었을테다. 그래, 그 뒤에 따라올 불필요한 문장만 아니었다면.



모노쿠마: " 아아, 사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장소는 지하 7층의 오수 처리실! 일정 자유시간을 가진 뒤,「학급재판」을 열겠습니다-!! "



또 다시 누군가가 죽었다.


… 그와는 별개로, 꽤나 달콤한 꿈을 꾸었다. 그러나 그것이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역으로 불쾌한 기분을 느끼게끔 한다.


바다 위라서 악몽이라도 꾼건가? 나, 어렸을 때부터 뱃멀미가 심했잖아. 부모님도 내 뱃멀미를 보고 식겁하곤 하셨지….


아무리 되새겨보아도 거짓처럼 느껴진다. 현실의 감각마저 믿을 수 없게 되어간다.



" 그래도… 가볼까. "



장소는 지하 7층이다. 누군가가 죽었다. 그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온통 거짓으로 보이는 지금, 믿을 수 있는 사실이 하나라도 있다는 것은 꽤나 의지되는 일이다.


무엇이 되었든 지금의 내가 해야할 일은 구역질나는 시체를 만지고, 조사하고, 범인을 찾아내는 것. 그것 이외에는 잠시 모든것을 잊어두도록 하자.


그래…… 그 꿈 마저도.



-



???: " 유이치 군! 너, 너무 빠른 거 아니야? 같이 가게 조금만 기다리라니까, 성질 급하긴… "


" 아…… "


???: " …어? 야, 너 분위기가 이상하다? 학교에서 또 누구한테 맞았어? 그 녀석 이름이 뭐야? "


" 마, 맞은 거 아니야. 저번에 네가 한바탕 난리쳐준 덕분에… 나쁜 일은 많이 사그라들었어. "


" 그냥… 내일이 소풍 날이잖아. 도시락 싸야 하는데, 이번엔 너희 어머니께 신세 안 지고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서… 뭘 만들까 고민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뿐이야. "


???: " 유이치 군… "


???: " …… 그래, 올 해엔 우리 둘이서 같이 도시락 만들어볼까? 나, 요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하거든! 햄벅스테이크 어때? 좋지! "


" 괘, 괜찮아! 나 때문에 너한테까지 민폐를 끼칠 수는 없어… 나도 요리 할 수 있고. "


???: " …… 너무 어른스럽게 보이려고 하는 거 아니야? 그래봐야 고작 12살인 주제에. "

" 아하하… 누가보면 네가 누나인 줄 알겠다. 걱정해준건 고마워. "



여느 가을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


날씨는 쌀쌀하고, 낙엽은 휘날리며, 가족은 가을 바람과 함께 사라진지 정확히 5년이 되었다. 달라지는 것은 시간이 흐를 수록 숫자가 커진다는 것 뿐.


매 가을마다 추억… 아니, 기억에 잠기곤 한다. 지금이야 남의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하는 신세지만… 예전엔 지금과는 사뭇 다른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작은 언론인 이셨지만, 어떤 일이든… 어떤 문제든 물과 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요즘 시대와는 다소 맞지 않는 이미지의 기자 두 분이 계셨다.


당연하게도 우리 부모님의 이야기이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평범한 집에 살며 평범한 삶을 살았고, 부모님은 나를 끔찍히 아껴주셨으며… 나는 나름대로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냈다고 자부한다.


뜬금없지만 부모님 소개를 하자면… 아버지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신해 내주셨던, 누군가에겐 영웅이었을 인물이었다.


아버지는 내게 남을 배려하고 공감하는 법, 이야기를 들어주는 법, 용기를 내는 법. 그리고… 선택하는 법을 알려주셨다.


내가 전해들은 선택하는 법이란, A를 얻기 위해선 B를 잃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라는 것을 전제로, A와 B의 가치를 정확히 따지는 방법을 알려주신 것이다.


어머니는 내게 말해주시지는 않았으나, 항상 진실과 맞서야 한다는 이념을 심어주셨고… 누군가의 자유를 대변해주신 인물이었다.


아버지에 비해 많은 것을 가르쳐주시지는 않았지만… 단 한 가지, 지금까지도 내가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말 한 마디를 건네주셨다.


세상에는 수면 위에 떠오르지 않는 일이 많다. 보이지 않는 것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어렸고,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곧 이해해야 했고,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갓 초등학생이 된 해에 나의 집은 누군가에 의해 불타올랐고, 아버지는 강가에서 난도질당한 사체로 발견되셨다. 어머니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고.


마땅한 친척도 없어 고아원에 보내지기 직전, 돌아가신 할머니의 친구인 사토 할머니가 나를 가엾게 여기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주셨다.



" 여기란다. 아이구, 집이 많이 누추하지…? 미안혀, 내가 없이 자라가… "


" 괜… 찮아요. 저, 그런데… 화장실은… "


" 으이? 화장실? 화장실은 요 없다. 저~ 상가 건물 보이쟤. 걸어서 한 5분 정도. 그 화장실에서 일 봐야흔다. 씻는 거는… 물 틀어주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그 때 하면 되는기야. "


" ……. "



처음에는 어색했고, 사는 방식이 달라 혼이 나기도 했지만… 좋은사람과 함께 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당시의 슬픔을 어느정도 이겨낼 수 있었다.

즐거운 시간도 있었고

꼭 그렇지만은 않은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변하지 않았던 사실이 있었다. 사토 할머니는 나를 무척이나 사랑해주셨다.


자기처럼 가족 하나 없는 나에게 동질감을 느끼셨는지… 우리는 서로를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갔다.


… 부족했지만, 행복했다.


그러나 그 행복도 잠시… 사토 할머니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건강이 악화되고 말았다. 어리석게도 이를 알게된 것은 학교에서 돌아오자 쓰러져있는 할머니를 발견했을 때였다.


급히 병원에 신고해 할머니를 모셔가게 했고… 할머니의 보호자가 누구인지 묻는 간호사의 물음에 나는 아무런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곧 숨이 턱 막혀왔다. 나의 보호자는 당연히 이 할머니이시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보호받고 있을 여덟 살의 꼬맹이였을 뿐.


이주일 후, 할머니는 정적 속에서 돌아가셨다.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이미 불행은 곳곳에서 나를 괴롭히고 있었기에…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나 자신조차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아무튼… 사토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경제력이 없던 나는 이번에야말로 고아원 행이구나. 체념한 채 단칸방을 차근차근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 켈륵, 켈륵… 으, 먼지… 왠 상자람. "



옷장 구석에 내 팔뚝만한 상자가 숨겨져 있었다. 누추한 집과는 맞지 않게, 고급스런 포장까지 되어 있었다.


조용히,조심히 상자를 뜯어보았다. 그리고 거기에는…



" 편지…? 책? "



지금까지 느껴지지 않던 두려움? 아니, 기대…?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 등줄기를 타고 몸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꿀꺽, 침을 삼키며 편지지를 뜯어보았다.



" 아가야, 네가 이 편지를 봤을 때 쯤이면… 내 이 땅을 밟지 못하게 되었다는 말이라. 그게 아니라면 당장 이 편지 집어넣거라, 닳는다. "


" 지금까지 밝히지 몬해서 미안하데. 근데… 우리가 뭔 돈이 있겠노. 사람은 다~ 때가 되면 가는거지. 하늘이 정해준 수명을 억지로 늘려봤자 좋을 거 없다 이기라. "


" 괜히 산 송장이랑 사느라 고생했다. 말이 입양이지… 내 네랑 있으면서 너무나도 행복했다. 자식 새끼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싶었는데 죽기 전에라도 소원을 이뤄 너무나도 행복하다. "


" 내가… 나도 모르게 모질게 굴었다면 미안하다. 사람을 대하는게 익숙치 않아서 그랬다카이, 심성착한 네가 이해해주믄 한다. "


" 말이 길었다. 갈 사람은 가는기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봉투 뒷면에 보믄 통장이랑 인감 하나 있을기다. 큰 돈은 아니지만 당장 어디 가서 굶지는 않을기다. "


" 그거 들고 어떻게든 굳게 살아라. 네를 사랑해 줄 사람은 분명히 있다. 내가 그랬듯이… 어딘가에 분명히 있다. "


"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줄 게 있다. 책 보이쟤? 그거… 네 애미가 출간하려던 책이더라. 네 옛날 집 정리하던 사람이 주고 갔디야. "


" … 너무 피곤하데, 이만 줄이야 겠드라. 단풍이 붉어지는걸 보니 곧 네 생일이쟤? 이 편지를 읽는게 11월이 지난 날이면 좋겠으라. "


" … 생일 축하한다, 마키야. "



...



" …… 우. "


" 흐으… 후으으… 엄마… 아빠… 할머니… 흑, 으그읏… "



울었다. 두 입을 틀어막고 숨이 넘어갈 정도로 울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집이 불타오를때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다. 근 1년간 묵혀둔 감정이 폭발하듯 설움과 고마움, 슬픔이 눈물로 쏟아져내렸다.


삼십 분이 지나고… 한 시간이 지나고… 서서히 마음이 진정되자 사토 할머니가 선물로 남겨주신, 어머니가 집필하신 책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 …… 엄마, 책도 쓰셨구나… 전혀 몰랐어. "



어린 손에는 다 잡히지 않을 정도의 두꺼운 책이었다. 한 손으로는 힘겨울 정도의 무거운 책을 돌려 책의 제목을 확인하자…



" 제로게임……? "



딩동. 책의 이름을 확인하자마자 초인종 벨이 좁은 방에 울려퍼졌다.


늘 찾아오는 험상궂은 아저씨들일까. 할머니가 알려주신대로 숨을 죽이고 책상 밑에 들어가 숨었다.



???: " … 여기가 아닌가? 아닌데, 분명히 맞는데… 계세요~? "


" 어……? "



평소에 듣던 기분나쁜 아저씨들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곱고 부드러운 아주머니의 목소리.


무언가에 이끌린듯… 평소대로 바깥의 존재를 확인하지도 않고, 무심코 문을 열어버렸다.



" 누구… 세요? "


???: " 아, 맞구나! 네가 마키 유이치. 맞지? 귀엽게 생겼네~ "


???: " 귀엽긴. 냄새 나. 정말 쟤 데리고 가야하는거야, 엄마? "


???: " 더럽긴! 딸, 엄마가 너를 그렇게 가르쳤니? 신경쓰지마렴. 그런데 전혀 모르는 눈치네. 할머니께 이야기 하나도 못 들은거야? "


" 네…? 아, 저, 저희 할머니… 어제 발인되셨어요. 특별한 말씀은 없으셨는데… "


???: " 아, 모른다잖아! 엄마, 그러지말고 집에 가자, 응? 나 다른 사람이 우리 집에 오는거 싫단 말이야! "


???: " 조용히 못 해? 힘든 사람은 도와주면서 살아야지! 그만하고 인사해. 앞으로 너랑 같이 살 친구야. 처음부터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테니, 당장은 그렇게라도 생각해. "


???: " 아, 씨이… 싫은데. "


" 저… 전,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어요…. 제가… 가족? 친구? "



… 정황은 이러했다.

할머니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기 직전 매주 주말마다 집에 방문해주시는 복지사 아주머니께 나의 딱한 사정을 들려주셨고, 아주머니는 나와 할머니의 이야기를 안타깝게 받아들여 나를 좋은 곳에 연결시켜 주셨다고 했다.



???: " … 그렇게 된거란다. 마키야, 너도 당분간은 힘들겠지만… 우리 같이 잘 지내보자꾸나. 오늘은 조금 바쁠거야. 들러야 할 곳도 많고 신고도 해야하니까. 아줌마는 밑에 주차 좀 하고 올게. 불법 주차라서… 호호, 마키도 마음의 정리를 하고 있으렴. "


???: " 어, 엄마! 같이 가…! "


???: " 넌 따라오지 말고 마키 짐 정리나 도와! 인사도 하고, 같이 살 가족인데 모질게 굴어봤자 좋을 거 하나 없잖니! 엄마 차 빼고 올테니까 마키랑 말문이나 틀어. "





" 미, 미안해… 나 때문에. 정말 미안……. "


???: " …… 네가 왜 미안해 해. 짜증나니까 사과하지 마. "


" 으, 응… "





" 아, 나! 짐! 짐 정리 하고 있을게…!! 안은 더러우니까 굳이 따라오지 않아도 돼! "


???: " 됐어…. 하아, 엄마 말대로 앞으로 계속 같이 살텐데 못되게 굴어봐야 좋을 것도 없고… "


???: " 나도 도울테니까 이름이나 알려줘. 이름은? "


" 나? 나! 나… 마키 유이치… 너는? "


???: " 난… 뭐, 내 이름은… "





















-



그 말을 끝으로 아른거리던 누군가의 모습은 서서히 흐려져간다. 무심코 손을 뻗어보았지만 당연히 닿을 리가 없다.


유형의… 유형이었던 것은, 희미한 웃음을 보이며 완전히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러자, 조금씩… 조금씩, 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가 머리를 찌릿찌릿하게 만들어왔다.


……고약한 피 냄새와 함께 말이다.


주변은 혼란에 가득차 있었다. 누군가가 죽었다는 절망, 누군가가 죽였다는 공포, 자기들 딴에는 내가 죽은 줄 알았던지, 나를 보고선 깜짝 놀라는 모양이었다.


피가…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엘리베이터로부터 스멀스멀 새어나왔다. 그렇다면 피해자는 엘리베이터 안에 있나?


… 그렇지 않다. 반쯤 일그러진 컨테이너 박스 안에 눈에 띄는 무언가는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이즈미 코하루: " 야, 너… 너 어떻게… 어디서 뭘 하다가 이제야 나타난거야!? "


마키 유이치: " 이즈미… "


이즈미 코하루: " 대답 똑바로 해! 너도 마나베처럼 아무 말도 안 할 작정이야? 2번이었던 하나에는 어디에 있는… 야, 너 눈이 왜 그래? 울었어? "


마키 유이치: " … 안 울었어. "


카나데 카즈키: " ……너도, 마나베도 살아 있었던거냐. 다행이구만. 그렇다면 저 밑에는… "


마나베 리츠: " 저와 마키 씨, 이즈미 씨, 카나데 씨를 제외한… 다른 누군가겠죠. "

마키 유이치: " 마나베, 너도… "


마나베 리츠: " … "



…… 그 때였다.


부자연적인 힘에 의해 일그러진 컨테이너 박스가 10cm 가량 들어올려지면서, 엘리베이터 밑의 참극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오수 처리실 자체의 빛도 희미했지만… 그럼에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제일 먼저 보았던 것은… 누군가의 살점. 그리고 끔찍하게 터져버린 내장들과 흩뿌려진 피였다는 것을.


바닥에 엎드려 플래시를 비추면… 더욱 정확하게 그 정체를 알 수, 아니… 추측할 수 있었다.


컨테이너 박스에 처참히 깔려있는 것은.


살아남은 우리들을 어떻게든 지탱해주던, 누군가에게는 듬직한 존재였을 것이 분명한……


















초고교급 하피스트, 미도리카와 안나로 추측되는… 컨테이너 박스에 형체가 짓눌러진 살덩어리였다.



-

























~ B7, 오수 처리실 ~



이즈미 코하루: " …… "


카나데 카즈키: " …… "


마나베 리츠: " …… "

마나베 리츠: " "

마나베 리츠: " … 미도리카와 씨? "


-



우에하라 에리: " 허억, 헉…!! 얘들아! 정말이야? 시체가 발견되었다는게… 아앗…! 마키, 마나베!? 너, 너희가 어떻게 살아있… "


칸다 케이타: " …… 사체 발견 방송이 울렸다. 그렇다는건 저 밑의 누군가가 살아있거나 할 가능성은 없겠고… 누가 죽었노? "


이즈미 코하루: " 젠장, 어째서 하필…!! "


마키 유이치: " …… 미도리카와가 죽었어. 저기 살짝 벌어진 틈에 깔려서… "


타카하시 쥰: " 뭐…!? 그,그럴 리가 없다! 그럴 리… "



내 말을 듣고 허둥지둥 플래쉬를 킨 타카하시는… 이내 절망에 가득찬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타카하시 쥰: " 이, 이런… 미도리카와…!! "


타카하시 쥰: " 말도 안 돼. 이럴 리가 없어… 미도리카와가 어째서…!! "


칸다 케이타: " … 뭐꼬? 죽으면 죽은거지, 뭘 그렇게까지 반응하는데? 둘이 우리 몰래 사귀기라도 했나? 그게 아니라면… "


칸다 케이타: " 미도리카와, 그 가스나가 죽으면 안 될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나? "


카나데 카즈키: " 야, 그만해라. 사람이 죽으면 안 될 특별한 이유가 어딨어? 입 조심해, 칸다. "


마키 유이치: " 아무튼… 슬슬 준비해야 하지 않겠어? 사체가 발견됐으니 그에 걸맞는 준비를 해야할거야. "


우에하라 에리: " 너, 너희들… 어째서 그렇게 침착한거야? 단체로 어딘가 잘못된거 아니냐고…!! 미, 미도리카와아… 훌쩍. "

이즈미 코하루: " 미쳤어… 다들 미친게 분명해… 뭐가 그렇게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는거야…!? "


칸다 케이타: " 죽은건 죽은거고, 이 가시나 하나 죽었다고 우리까지 단체 몰살이라도 당해야하나? 그건 반댄데, 혹시 그런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나? "


이즈미 코하루: " 씨발, 이 개자식…!! 미도리카와를, 뭐? 고작 죽은것 따위로 표현해? 싸이코 새끼… "


타카하시 쥰: " 마키? 준비라니…… 말로만 들었던 그것이 시작하는 것인가. 학급재판이라는… "



다시 그 시간이다.


미도리카와 안나의 죽음이라는 절망에 다시 한 번 맞서야한다.


사람을 죽인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죽이지 않은 사람이 죽는 어처구니 없는 재판에… 말이다.



칸다 케이타: " 방송이 울렸으니 나머지 녀석들도 곧 오겠제. 감정에 휩싸여서 정신줄 놓지 말고, 정신 바짝 차려야 하는기라. 알겠나? "



…… 칸다의 말이 맞다. 미도리카와의 죽음에 슬퍼할 시간은 없다.


조금은 야박할지도 모르지만… 에이트가 죽었을 때도, 이노우에가 죽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미도리카와라고 해서 특별히 무언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 그리고, 갑작스레 찾아오는 것이다.



딩동-



모노쿠마: " 아아, 사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장소는 1층의 복도! 일정 자유시간을 가진 뒤,「학급재판」을 열겠습니다-!! "



-



타카하시 쥰: " …………… "


이즈미 코하루: " …………… "


우에하라 에리: " ……에? "


카나데 카즈키: " 방금… 사체 발견 방송이었지? "


이즈미 코하루: " 이, 있어봐! 뭔가 잘못된 거 아니야? 사체 발견 방송은 이미 울렸는데, 왜 두 번이… 두 번… "


이즈미 코하루: " 설마…!! "



다시 울린 사체 발견 방송. 잘못 울린 것이 아니라면…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장소는 1층의 복도. 먼저 비상계단을 올라간 이즈미를 따라 달려가야만 한다.



타카하시 쥰: " 이, 이 곳은 나에게 맡겨라! 너희들은 어서 1층으로! "


마키 유이치: " … 한 명으로는 부족해. 다른 누군가가 더 남아야 하는데. "


우에하라 에리: " 나, 나도 나도 여기에 있을게. 어차피 가봤자 칭얼대기만 할 뿐더러 현장 보존에는 최소 두 명이 있어야 하잖아, 훌쩍… "


카나데 카즈키: " 우에하라…… "


마키 유이치: " … 그럼 이 곳은 둘에게 맡길게. 나머지는 어서 1층으로 움직이자. 서둘러. "



-



~ 1층, 엘리베이터 앞 복도 ~



이즈미 코하루: " 마, 마에카와, 이리에, 에비나! "


아라이 미츠키: " … 나도 있거든. "


이즈미 코하루: " 무슨 일이야? 다들 엘리베이터 앞에 모여서… 잠깐, 에비나!? "


에비나 코토리: " 아,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어째서…? 왜… "


마에카와 히로토: " 멀뚱히 보지만 말고 이 여자 좀 어떻게 해보세요! 저 밑은 낭떠러지인데 그대로 떨어지려고 한단 말입니다! "


이리에 사야하: " 이, 이러지 마…!! 여기서 떨어지면 위험하단 말이야…!! "


에비나 코토리: " 이, 이거 놔요… 이거 놔요…!! "



… 엘리베이터 통로 안은 어둡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아까 보았던, 어둠속의 사체가 조금씩 겹쳐보였다.


극심하게 발악하는 에비나를 카나데와 이즈미가 붙잡고, 칸다에게서 플래시를 건네받는다.


… 분명, 불을 켜면 눈 앞에는 사체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있다. 확실히 충격적인 광경이겠지.



그렇지만… 지금은 그 어떤 현실을 마주해도, 흔들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조용히 심호흡을 하며 플래시의 버튼을 누르자 펼쳐진 광경은, 결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우선, 처음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아닌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이었다.


최소한 과다출혈로 인한 사인은 아닐 것이다. 꽤나 빠른 속도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극심한 양의 피를 쏟아내지는 않았다.


더 지체할 것도 없이 고개를 들어 올린다. 발 끝… 다리… 상체… 목… 눈을 위로 올릴 수록 진상에 다가가고 있었다.


그렇게… 완전히 그것과 눈을 마주하면 알 수 있었다.


팽팽한 밧줄에 목이 묶여져 축 늘어져 있는…

























초고교급 …… 하나에 리온의 생기없는 주검이 놓여져 있다는 것을 말이다.
























-





이즈미 코하루: " 아………. "


카나데 카즈키: " 지, 진짜냐고… 두 명이… "


이리에 사야하: " 하, 하나에 형…! 우, 우욱… "


이리에 사야하: " 잠깐… 나… 화장실 좀…!! "


아라이 미츠키: " 어머, 야옹아! 오바이트 쏟으러 가는거야? 같이 가~? "



저게… 하나에 리온?


가상세계에 들어선 이후부터 이상하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자기 입으로 살인게임을 수십 번이 넘도록 겪었다고 한 녀석이 이렇게나 허무하게 죽어버렸다…?


하나에 리온… 이었던 몸은, 생기라곤 하나없이 가엾게 매달려 있었다.



칸다 케이타: " 역시 죽었구마. 사실 마키나 마나베,하나에 셋 중 하나는 죽었을 것 같았는데 이걸 불행이라 해야하나.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


칸다 케이타: " 그건 그렇고 꽤나 스케일 있게 저질렀구마. 이번 범인은. 그냥 살인도 아니고 더블 킬이라니… 스릴을 즐기는 타입인가? "


이즈미 코하루: " 너… 너… 농담은 정도껏 해! 스릴이 어쩌고 어째? "

마에카와 히로토: " 다, 다들 침착하세요! 침착해! 침착하세요! 침착해! 침착하세요! 침착해! 침착하세요! 침착해! 침착하세요! 침착해! 침착하세요! 침착해! 침착하세요! 침착해! 침착하세요! 침착해! 침착하세요! 침착해! 침착하세요! 침착해! 침착하세요! 침착해! 침착하세요! 침착해! 침착하세요! 침착해! 침착하세요! 침착해! 침착하세요! 침착해! 침착하세요! 침착해! 침착하세요! 침착해! 침착하세요! 침착해! 침착하세요! 침착해! 침착하세요! 침착해! 침착하세요! 침착해! 침착하세요! 침착해! 침착하세요! 침착해! 침착하세요! 침착해! 침착하세요! 침착해! 침착하세요! 침착해! 침착하세요! 침착해! 침착"


칸다 케이타: " 니부터 침착해라, 뭉디 머스마야! "


이즈미 코하루: " 어째서… 이런 일들의 반복인거야? 이젠 싫어…. "


에비나 코토리: " 싫어… 싫어… 싫어… 이상해… "


카나데 카즈키: " …… 에비나, 그 앞은 위험해. 조금만 뒤로 빠져있어. "



빗소리가 들린다.


비규칙적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만이 비상식적인 지금을 현실이라고 자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때때로 굉음을 동반한 천둥번개의 빛이 하나에의 사체를 끔찍하게 조명했고 우리는 모노쿠마가 나타날 때까지 넋을 놓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마나베 리츠: " 저는… 다시 지하 7층으로 돌아갈게요. 어차피 누군가는 지하를 조사해야하고, 시간은 촉박하니까요. 나중에 화장실에 간 사람들이 돌아오면 세 명 정도는 지하로 보내주세요. "


카나데 카즈키: " 다들… 어떻게 이렇게까지 침착한거냐? 아니, 여기서 주저앉자는 말은 아니지만… 지금 너희들, 소름이 끼칠정도로 침착하다고. 어이… "


마나베 리츠: " 카나데 씨… 기억하시나요? 첫번째 재판이 끝나고 당신이 제게 건네준 그 말. 복잡한 생각은 나중으로 미루자… 희망은 어떻게든 발견할 수 있다. "


마나베 리츠: " 조금 더 노력 해보세요. 기껏 억지로 희망을 복돋아줬으면서. "


카나데 카즈키: " … "


마나베 리츠: " … 조사 수고하세요. "



몇 분이 흐른 뒤, 모노쿠마는 사건이 일어난 장소마다 모노쿠마 파일을 배분해주었고, 화장실로 뛰어간 사람들도 돌아오기 시작했다.


현재 남아있던 인원 다섯 명이 1층을 조사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전원 지하 7층을 조사하기로 했다.


연쇄 살인… 이제 겨우 두 번째이긴 하나 유래없는 상황에 모두가 크게 동요한 듯 보인다. 모노쿠마의 형식적인 공지로 조금이나마 진정되기는 했지만.



...



모노쿠마: " 다들 진정했니? 저번 섬에서 에이트 군의 사체는 멀쩡히 잘만 봤으면서, 이제 와서 생색은! "


카나데 카즈키: " 빨리 용건이나 말해. 지금 농담 받아칠 분위기 아니다. "


모노쿠마: " 허거~ 개그 최후의 보루였던 에비나 양마저 아웃 되어버리고, 그나마의 대체재가 카나데 군이었는데! 카나데 군까지 딱딱해지면 난 누구랑 만담하니? 아이구, 슬퍼… 힝. "


모노쿠마: " 나도 많이 당황스러워! 한 사건에 두 명이 죽는다는 경우가 아예 없는건 아닌데! 설마하니 또 일어날 줄은… 뭐, 이런게 또 묘미이긴 하지만! "


모노쿠마: " 암튼, 조사 열심히 하도록 해! 이번 사건은 사망자가 두 명인 만큼 시간도 조금은 넉넉히 줄테니까! "


모노쿠마: " 참! 그리고 지금 패드 출입 시스템은 완전히 해제했어! 조사할 때는 행동의 제약이 없어야 할테니 말이야~ 그럼, 눈치보지 말고 마음껏 들어갔다 나왔다… 엥? 들어갔다 나왔다? 들어갔다 나왔다 들어갔다 나왔다 들어갔다 나왔다… "


모노쿠마: " …… 엄머, 야해라! "



-



마에카와 히로토: " 이것도… 스탠드가 일으킨 범행일까요. 아니면 제로? "


칸다 케이타: " 뭐라카노? 지금은 누가 범인이라도 이상할게 없다. 이미 우리들끼리의 신뢰관계는 개판 난 상황이다 아이가? 이노센트라도 혼자서 탈출하려는 심산에 범행을 저질렀을 수도 있지. 뭐든 단정 짓는건 옳지 않다, 마에카와. "


마에카와 히로토: " 젠장… 저희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만 하는 건지 의문입니다. 뭔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여기 오기 전에 무슨 죄라도 지으셨습니까, 다들? 이 참에 고해성사라도 해보도록 하자고요. "


마키 유이치: " 딱히…… "


카나데 카즈키: " 실없는 질문도 좋은데! 얘 좀 어떻게 해봐라. 에비나 완전히 정신줄 놓았다. 놓았어. "


에비나 코토리: " …… "


마키 유이치: " 에비나, 너 아까부터…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거야…? 단순히 충격받았다, 그 이상의 반응이잖아. "


에비나 코토리: " …… "


마키 유이치: " 대답해, 에비나 코토리! "


에비나 코토리: " …! …!! "


카나데 카즈키: " 야, 야! 조금 진정하라고. 사체를 봐버려서 조금 혼란에 빠진 것 뿐이잖냐. 그렇게 쪼아대면 더 악화될 뿐이라고. "


마키 유이치: " 웃기지 마. 사체를 봐서 저 모양이 된거라면 저번에 사체를 봤을 때는 어떻게 멀쩡했던건데? 너, 하나에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그리고, 왜 녀석의 죽음에만 과민반응 하는건데? 너… 무언가가 기억에 남아있는 거 아니야? "


에비나 코토리: " 아, 아…… "



...



에비나 코토리: " 모, 모르겠어요…. 저는 왜 하나에의 죽음에… 에, 하나에……? 아니, 분명히 하나에는… 그렇다면 왜…… "


칸다 케이타: " …… 뭔가 있구마. "


에비나 코토리: " ……………… "


마키 유이치: " … 에비나! "


마에카와 히로토: " 뭔가를 알고있든 아니든,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 같긴 한데요… 후우, 충격받은건 저도 마찬가지라서 공감하지 못하는 건 아닌데 말입니다. "


칸다 케이타: " 시간 없다. 어차피 저 가스나가 묵언수행을 깰 것 같지도 않고, 빨리빨리 흩어져서 조사부터 해야하지 않겠나. 점마가 범인이 아니라면 원인을 알아낼 시간은 아직 많을테니까 말이다. "


칸다 케이타: " 물론… 이번 재판을 무사히 넘긴다는 가정 하에 말이지만. "


마키 유이치: " 네 말대로야. 마에카와는 하나에의 사체를 집중적으로 조사해줘. 미약한 의학지식이라도 있는건 우리중 네가 유일하니까. 카나데는 에비나를 챙겨주면서 증거들을 수집해주고. 칸다, 넌 나랑 같이 움직이자. "


칸다 케이타: " 엥? 아, 뭐… 상관없지. 알긋다. "


마에카와 히로토: " 후… 직업 만족도 최저치를 갱신하게 생겼네요. 알겠습니다, 상황이 상황인만큼 학생회의 여부를 따질 때는 아닐테니. "


칸다 케이타: " 워매, 드디어 철 좀 들었구마?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는데, 이게 그 플래그인가 뭔가 하는 그거 아이가? "


마에카와 히로토: " 재, 재수없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임시 협력! 단지 그것 뿐이니까요…! "



다시 한 번… 범인을 찾아내야만 한다.


이 지긋지긋한 짓거리도, 썩어가는 사체의 악취도… 고약한 피 냄새도, 살아남지 못하게 된다면 이 순간마저 감사하게 여길 때가 올 것이다.


모노쿠마 파일. 시작은 역시 이것부터겠지. 피해자가 두 명인만큼 사건 자체는 저번 사건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졌다.


차근차근 풀어가지 않으면… 그래, 한 조각의 퍼즐이라도 맞춰지지 않으면 그대로 끝이다. 확실하게 해두는 편이 좋겠지.



Chapter 2. 가면의 소녀가 꿰뚫어보던 진실은


- 일상편 完 -




-

초고교급 기자 / 마키 유이치 [ - ]

초고교급 농구선수 / 카나데 카즈키 ????

X

???

초고교급 메이드 / 마나베 리츠 [3]

초고교급 아이돌 / 이즈미 코하루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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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도박사 / 이리에 사야하 [0]

초고교급 연극배우 / 타카하시 쥰 [8]

초고교급 조향사 / 마에카와 히로토 [2]

X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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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요리사 / 칸다 케이타 [4]

초고교급 간호사 / 우에하라 에리 [1]

X

초고교급 용병 / 아라이 미츠키 [0]

X

초고교급 행운 / 에비나 코토리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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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생존 인원: 11 / 17 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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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한 제로의 멤버


- 에이트

- ???

- ???

- ???


생존한 스탠드의 멤버


- 아라이 미츠키

- ???

- ???

- 사쿠라 카야데


생존한 이노센트


- ???

- ???

- ???

- ???

- ???

- 이노우에 노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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