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자… 컷! 이번 건 괜찮았어요! 어, 이제 마지막에 동굴을 탈출할 때는 폭발이 일어나는걸 CG처리 할 거거든요? 그에 맞게 액션 좀 해주세요, 알겠죠? "
???: " 네, 알겠습니다! "
???: " 오케이, 그럼 다음 씬 촬영해보자고. 준비됐죠? 거의 다 끝나가니까 빨리 끝내고 쉬러 갑시다! "
내가 떠올린 기억은 어느 겨울의 영화 촬영장인 것 같았다.
감독의 열정은 추위에도 불타올랐고, 배우들 또한 그들의 연기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모두에게 중요한 순간일테다. 인류사상 최대최악의 절망적 사건 탓으로 주춤했던 국내 탑급의 감독과 배우들이 처음으로 복귀하는 영화가 되는 것이다.
이 영화는 여러모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될 것이다. 절망적이었던 영화계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 고등학생이 시나리오라이터로 참가하게된 작품이기도 한 점에서 가산점이 붙기도 했겠지.
마키 유이치: " 어때, 원하는 장면대로 잘 되어 가? "
호노카 아카네: " 응, 배우 분들도 알맞게 연기를 잘 해주시고 계셔. 그런데… 애초에 이 영화의 원작자는 내가 아니라 돌아가신 네 어머니잖아? 나보다는 네 마음에 드는지가 더 중요하지. "
마키 유이치: " 글쎄… 나는 잘 모르겠어. 우리 엄마가 쓰신 소설이지만 네 손을 거쳐 리메이크 된 버전으로 영화제작을 하는 거잖아. 어차피 원문에 숨겨진 뜻은 변질되었을거야. 그래서 영화에는 큰 관심 없어. "
호노카 아카네: " 후후, 조금 난해하기는 했지… 하지만 리메이크 버전도 마냥 이해 못 할 수준은 아니지 않아? 대충 인기 영화를 각색하고, 자유에 대한 갈망을 드러내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
마키 유이치: " 맹신적인 믿음일지도 모르겠지만… 엄마께서 그런 양산형 소설을 쓰시려고 시간을 할애했으리라 생각하지는 않아. 매사에 뜻이 있으신 분이었으니까. "
마키 유이치: " … 분명 무언가가 있어. 너도 나도 파악하지 못한 무언가가 남아있을거야. "
호노카 아카네: " 으음… 저번에도 말했지만 그렇게나 신경쓰인다면 내가 아는 교수님이나 언니들에게라도 물어보는건 어때? 나보다 견문이 뛰어나신 분들이니까 무언가 다른 것을 발견할지도 모르는데. "
마키 유이치: " 절대 안 돼. 내 부모님의 죽음은 단순한 무장강도 살인같은게 아니야. 뒤에는 분명히 큰 것이 도사리고 있어… 조금이라도 소문이 확장될 수 있는 짓은 하고싶지 않아. "
호노카 아카네: " 그런거면 앞뒤가 조금 안 맞지 않니? 그렇게나 소문의 확산이 두려웠으면 영화제작부터 거절했어야지. "
마키 유이치: " 이건… 혹시라도 일이 잘못 되었을 때 내가 남기는 보험이야. 어머니는 제로게임이라는 소설에 무언가의 메세지를 남기셨다고 믿어. 생전에 남기신 마지막 글이니까… 그렇게라도 믿고 싶다고. 반드시 그 소설에는 죽음에 관한 실마리가 있을거야. "
마키 유이치: " …… 그리고 나도 그런 어머니를 따를 뿐이야. 일이 잘못되면, 나는 이 영화에 메세지를 남겨 의지를 끊이지 않게 하는거지. "
마키 유이치: " 영화가 개봉되면 곧이야. 그러니까 아카네, 만약에라도 내가 잘못되면… "
호노카 아카네: " 푸후, 뭐라는거야? 내가 언제 너 혼자만 두고 도망치는 거 본 적 있어? "
마키 유이치: " …… "
호노카 아카네: " … 항상 누누히 말하잖아? 너랑 나는 배 다르고, 사정 다르고, 보고 배운게 다르고 성씨가 다르다고 해도 가족과 다름없다고. "
마키 유이치: " 맞아, 그랬지… 미안해. 괜한 소리를 했네. "
호노카 아카네: " 나는 언제나 네 편이야. 그래서 말하는건데… 네가 뭘 하려고 하든, 너무 무리는 하지 마. "
호노카 아카네: " 요즘 정세가 심상치않아. 어른들이 그러는데, 과거 인류사상 최대최악의 절망적 사건이 일어나기 이전에도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해. 당장 일상에 변화는 일어나지 않지만, 모든것이 시작되는 순간 팟하고 끝나버린다고. 너도 항상 조심해야 해. "
마키 유이치: " 걱정 마. 말하지 않아도 명심하고 있어. "
호노카 아카네: " 후우…… "
호노카 아카네: " … 참! 그러고보니 어제 동계방학도 시작했지? 사쿠라가 영국에 한 번 놀러오라는데, 가볼래? 너무 쫓기듯이 쫓기만 하다보면 이룰 것도 이루지 못할거라구. "
마키 유이치: " 요즘 부모님의 죽음에 대한 것이나 영화 뿐만 아니라 이즈미의 의뢰도 조사해봐야 해서 여유 부릴 시간이 없어. 네가 말했듯이 절망은 언제나 예고없이 갑자기 덮쳐올거야. 그것이 일어나기 전에 내가 바라는 것… 잊지 않았지? "
호노카 아카네: " 모든 것을 수면위로 끄집어 올리는게 목적이랬지? 거기에 따른 희생도 마다하지 않고. "
호노카 아카네: " … 하여튼, 너무 극단적이라니까. "
마키 유이치: " 대어를 낚으려면 미끼도 마땅한 것을 마련해야지. 최후의 수단으로는 나조차도 미끼가 될 수 있어. 래디컬 센터가 노렸던 남녀의 아들이 수 년 후 자기들의 목에 칼을 가져다댄다… 어때, 제법 흥미롭지 않겠어? "
호노카 아카네: " 또또 그 놈의 래디컬 센터. 너무 비약적인 추리아니야? 그런 그룹이 뭐가 아쉬워서 일개 일반인 둘을 죽이고 은닉까지 하겠어? "
마키 유이치: " 그래… 그건 확실히 이상하지. 이상해서 더욱 가치가 있다는거야. 어지간히 중요한 이유가 아니면 그럴 필요조차 없었을테니. "
유이치는 이미 확신에 차 있었다. 꽤나 오래전부터였다. 자신의 부모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배후, 그들이 래디컬센터라고 확정짓는데에는 기나긴 과정이 필요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정보망이 넓은 유이치에게만 알 법한 건덕지가 있으니까 저러는 것이겠지. 얼핏 들은 바로는 래디컬센터가 비인륜적인 생체 실험도 한다는 소문마저 도는 모양이고. 헛소문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소문 자체가 돌아다니는 것이 꺼림칙 한것은 사실이니까.
모르는 사람이 우리의 대화를 엿들으면 저게 무슨 헛소리냐며 혀를 찰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매일매일 귀에 박히도록 듣는 일상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이제는 그러려니하고 넘어가야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지나친 걱정은 하지 말도록 하자.
그저 앞으로 일어날 모든 과정이… 너무 힘들고 괴롭지 않기를 바랄 뿐.
마키 유이치: " … 저기, 너는 운명론을 믿어? "
호노카 아카네: " 응? 갑자기 운명론…? 음, 운명론이라. "
호노카 아카네: " 난 그다지 믿지 않는 것 같아. 운에 의해 일어난 결과를 운명이라고 과대포장 했다는 느낌을 지워버리기 어렵거든. "
호노카 아카네: " 네가 우리 집에 처음왔을 때도 그래. 지금이야 서로가 잘 맞으니 운명이었을지도 몰라! 정도의 생각은 가능하지만 결국 그 만남은 수많은 경우중 하나의 운이 작용해 일어난 결과일 뿐이잖아? 물론 의미 부여를 대단하게 해보자면 운명이라는 말이 틀린 건 아닐지도 모르지만… "
호노카 아카네: " 근데, 갑자기 왜? "
마키 유이치: " 나도… 운명이라는 단어는 믿지 않아. 모든 것은 당시의 상황과 환경, 운에도 어느정도 작용을 받는다고 생각해. "
마키 유이치: " 즉, 이유없는 결과는 없다는 말이지. "
호노카 아카네: " 뭐… 그렇지? 당연한 말이네. 그런 걸 뭘 그리 뜸들이면서 말해? "
마키 유이치: " ……… "
마키 유이치: " 결과만 알아서는 과정을 알 수 없어. 하지만 과정을 알아내면 결과는 자연스레 따라오게 될 거야. "
마키 유이치: " 사쿠라가 영국으로 오라고 했지? 그래, 가자. 어차피 베일에 쌓인 래디컬 센터에 대해 알아내려면 직접 꺼풀을 벗기는 수 밖에 없으니까. "
호노카 아카네: " 사쿠라는 그런 의도로 우리를 초대한 게 아닐텐데… 뭐 좋아. 표는 언제 잡을까? 영화 현장 검토도 막바지니까 다음 주 정도면 프리해질 것 같은데. 같이 갈 애들이 있는지 물어보자! "
-
영화 제작의 마지막 검토를 맡고 며칠 지나지 않아 영국으로 가는 표를 끊을 수 있었다.
보호자 없는 해외여행이라니, 평소와는 사정이 다른 일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물론, 내 뒤에는 그런 두근거림을 즐기는 기색은 하나도 없는 냉동 인조인간 마키 유이치와…
이노우에 노도카: " … 뭐야? 뭘 그렇게 빤히 쳐다봐? "
호노카 아카네: " 아니, 너… 노도카. "
호노카 아카네: " 혹시 무슨 죄 저질렀니? "
이노우에 노도카: " 하? 무슨 소리야? "
마찬가지의 냉동 건조인간 이노우에 노도카가 흥을 팍 식어버리게 만들기는 했지만.
호노카 아카네: " 완전한 바캉스 차림에 얼굴만한 선글라스 끼고 있는 거. 영화같은 데에서 보면 도주하는 범인이 종종하는 변장 아니야? 넌 그런 거 입는 애도 아니었잖아… 게다가 지금은 여름이 아니라 겨울이라구. 안 추워? "
이노우에 노도카: " 나같은 정보원은 공항에서 얼굴이 드러나면 안되는 거 몰라? 칫, 계산이 실패했나… 생각보다 너무 추운걸. 그냥 선글라스만 끼면 의심스러울까봐 입은건데. "
호노카 아카네: " 아무도 겨울에 공항에서부터 그런 차림을 하지는 않아! 역으로 더 눈에 튀어보일걸!? "
이노우에 노도카: " 젠장… 갈아입고 올테니 기다려. 옷 꺼내려면 또 캐비닛 뒤져야하잖아. 귀찮게. "
그녀가 투덜거리면서 연 캐비닛의 안에는… 상상 외의 것들로 가득했다.
며칠 전부터 비장한 각오로 이것 저것 준비하던 사람의 캐비닛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나치게 평범한 것들 뿐… 눈에 튀는 거라곤 위장용으로 보이는 아찔한 비키니가 전부였다.
이노우에 노도카: " 뭐, 뭘 그렇게 눈 빠져라 뚫어봐? 야, 마키 유이치! 이쪽으로 시선 돌리면 그 자리에서 목 틀어버린다! "
마키 유이치: " 아니… 볼 마음도 없었어. "
이노우에 노도카: " 흥, 태생적으로 속이 시꺼먼 늑대들의 본심을 내가 모를까봐? 평소에 아무리 연기를 잘했다고 한들 내 눈까지는 속일 수 없다고, 멍청아. "
호노카 아카네: " 그런데 노도카, 네가 영국에 가는 이유는 선생님 실종사건과 연계해서 영국에 볼 일이 있어서 가는게 아니었어? 엄청 중요한 일이라고 한 것 치고는 구성품이 평범하네? "
이노우에 노도카: " 칫, 그럼 평범하게 수속 과정 밟는 관광객이 캐비닛에 총기라도 넣을 줄 알았어? 야, 그런 거에 신경쓸 여유가 있으면 이후 에피소드라도 생각해봐. 마키도 그랬다며? 머지않아 지난 절망적 사건에 버금가는 재앙이 닥칠거라고. "
이노우에 노도카: " …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전개라던가, 그런거나 생각해서 나한테 알려줘. 지금 생각보다 불안하거든? "
마키 유이치: " 너 말이야… 생각보다 내 말을 덥썩 믿는 것 같다? 남이 들었으면 미친 망상이라면서 무시할 법한 이야기였는데. "
이노우에 노도카: " …… "
이노우에 노도카: " 그래. 나도 99% 정도는 네가 미쳤다고 생각하고있어. 그런데 무시할 수 없는 1%의 가능성이 혹시나 하는 의혹을 들게 하잖아. "
이노우에 노도카: " 수색 끝에 찾아낸 담임 선생님의 사체, 뉴스나 신문에 보도될 법한 일임에도 일체 노출되지 않는 사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경찰, 두 달이 넘도록 실종된 반장, 이 모든 일에도 침묵하는 학교… "
이노우에 노도카: " … 너희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우리 쪽의 정보기관도 심상치않아. 일반인들에게도 정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인데, 이상하리만치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이게 의미하는 바는 두 가지거든? "
이노우에 노도카: " 우리가 너무 과민반응을 하고 있다. 선생님의 살해사건은 그저 불행한 사고였고, 이 모든 일은 단순한 우연의 연속이었다. 뻘짓거리를 하고 있다는거지.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
마키 유이치: " 정말 큰일의 징조일수도 있고. "
이노우에 노도카: " 그래, 내가 하려던 말이 그거야. 나나 너나 살면 얼마나 살았겠냐만… 그동안의 감이 말해주고 있어. 머지않아 무언가가 터질거야. 무언가가… 그런데 제일 두려운건, 그 무언가가 너무나도 조용히 벌어지고 있다는거야. "
이노우에 노도카: " 야… 마키. 너는 기자잖아? 중졸 기자라고 해도 나름 아는게 있을 거 아냐. 선생님의 사망 사건이 어째서 뉴스기사 한 줄에도 보도되지 않은거지? 난도질당한 흉악범의 소행이야. 엽기 사건으로라도 충분히 다룰만한 소재라고. "
마키 유이치: " 애초에 우리는 그 사건의 존재도 몰랐어. 정보기관의 힘을 빌린 너도 겨우 알아낸 사실이잖아? "
이노우에 노도카: " … 하, 그랬단 말이지. "
- 곧 에든버러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가 30분 후 도착합니다. 탑승객들은 이륙 10분 전까지…
호노카 아카네: " …! 7번 포트, 방금 방송한 비행기 맞지? 이제 슬슬 일어나야겠다! "
이노우에 노도카: " 그래… 가야지. 야, 마키. 네 겉옷 나한테 줘. 너희들 말대로 이 꼴로 비행기 타는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시간이 애매하네. "
마키 유이치: " 무슨 소리야? 아직 30분이나 남았는데 화장실가서 갈아입으면 되잖아. "
이노우에 노도카: " 아, 그냥 고분고분 내놓으면 되잖아! 남자가 쪼잔하게 정말… 영국 도착하면 한 벌 사줄게! 그러면 되는 거 아니야? "
마키 유이치: " 그럼 나는 추운거 어떻게하라고…! 네 옷 놔두고 왜 내 겉옷을 입어? "
호노카 아카네: " 저기, 얘들아… 얘들아? 그만 싸우고…… 아이고, 단추 뜯어졌다. "
… 그렇게 우리는 영국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정신없는 여정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실없는 것으로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작고 하찮았던 순간이, 내가 기억하는 평화의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
???: " … 자, 어때요? 네가 잃어버린 기억의 단편이예요. 중간중간 비일상적인 면도 섞여있지만, 이 정도는 이후 겪게될 이야기에 비하면 상당히 양호한 편이라구요. "
" …… "
???: " 아이, 참… 싫은 표정 짓지 말아주세요. 언제까지 긴 꿈에 갇혀서 해피엔딩만을 바랄 수는 없잖아요? 이 세계는 당신이 행복하기만 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구요. 할 일은 해야죠. "
" …… "
???: " 너무 절망하지는 마세요. 지금 느끼는 행복은 전부 허상, 꿈에 불과하니까요. 네가 행복에 취할 순간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 슬슬 약속을 지켜야하지 않겠어요? "
???: "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 네 앞에 나타나준 그를 위해서라도… 너는 네가 내뱉은 말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어요. 기억나지 않는다면, 새겨듣도록 하세요. "
???: " 최후의 최후에는, 네가 그의 곁에 남아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
-
………
……… 꿈이었나?
생소한 미동이 감각을 간지럽힌다.
몸이 앞뒤로 흔들리고, 출렁거리는 듯한… 그 폭이 커질수록 기분나쁜 울렁임까지 커져간다.
아직 눈이 떠지지 않는다. 가위에 눌렸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몸은 깨어나지 않았지만 뇌는 깨어난 상태…
눈이 떠지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무서운 일이구나. 전신마취후 절개수술을 하는데 의식만 남아있는듯한 께름칙함이다.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보려고 했지만 의미없었다. 그렇기에…
혼란을 진정하기 위해 잠시 생각에 빠져보았다.
나는 누구인지, 또 여기는 어디인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우선… 내 이름은 호노카 아카네. 그리고 이 곳은 모노쿠마의 살인게임 시뮬레이터가 가동하는 가상세계.
좋아, 벌써 세 가지 의문중 두 가지나 해결되었다. 그럼 남은 것은 하나인데…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그것만큼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순간은…
죽음을 향해 떨어지고 있던 순간이었을텐데.
???: " … ? …… ?? "
이건… 사람의 목소리다.
사람의… 목소리……
그 사실에 안도한 나는 다시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아까도 생각했듯이 눈이 떠지지 않는 것은 몸이 일어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조금만 더 자면 일어날 수 있겠지.
그래… 일어나서… 모든걸 알아내는거야. 그 이후로 어떻게 되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 " 나쁜새끼, 지금까지 우리들을 속인거잖아…!! "
………
… 응? 속여? 뭘 속였다는거지?
???: " 아까부터 계속 무슨 말을 하는거냐…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 "
???: " 없기는 뭐가 없어? 살아남은 사람들중 범위를 조금만 좁혀봐도 네가 제로라는 것쯤은 추측할 수 있단 말이야! "
………
………
……… 뭐?
호노카 아카네: "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앗 누가 제로야-!? "
카나데 카즈키: " 으왓, 깜짝이야! 깼어? "
에비나 코토리: " ……… "
카나데 카즈키: " … 다친 곳은 없냐. 너무 안 일어나서 걱정했다고, 인마. "
호노카 아카네: " 어, 어…? 어어. 괜찮은 것 같은데… 어떻게 괜찮은거지? "
이즈미 코하루: " 아직 우리 대화 안 끝났어! 화제 돌리지 마, 카나데 카즈키! "
호노카 아카네: " ……… "
제로라는 단어에 상황 파악이 조금 더디게 되었다.
여기는 바다 위, 그 가까운 정도가 극심한 뗏목 위인가…
당장 눈에 보이는 사람은 카나데와 에비나, 그리고 이즈미 뿐이었다. 이상한 일이다. 분명 타카하시의 죽음이후 우리도 그 뒤를 따라가게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하지만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바다 위였음에도, 분위기상 현재의 행방을 묻는 것은 조금 후순위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이즈미가… 카나데에게 제로라고 말한거지, 방금?
에비나는 우리 쪽에 관심이 없는건지 아예 시선조차 주지 않고 않다. 그걸 떠나서, 이즈미는 어째서 카나데를…
카나데 카즈키: " … 들었냐? 나더러 제로란다. 아무 증거도 없이. 너희들이 재판에서 나를 범인으로 몰아갔던 것처럼 또 다시! "
이즈미 코하루: " 뭐? 내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잡아떼기로 이러는 것 같아? 하나하나 근거라도 읊어드려!? "
이즈미 코하루: " 마키 유이치, 그 또라이 새끼는 어디에 속해있다고 하기엔 가상세계가 너무 그 녀석의 중심으로 돌아가고있어. 제한된 상황에서 가상세계의 컨트롤권을 소유하고 있는 듯한 그 녀석이 스탠드나 제로라고 생각할 수는 없지. "
이즈미 코하루: " 너희들이 믿든 말든 상관없지만… 난 나 자신에게 너무나도 당당해. 그리고 호노카는 며칠간 행방불명 됐다가 살얼음판에서 동사 직전에야 겨우 발견됐다고. 그런 사람이 과연 다른 사람보다 의심을 더욱 받을 자격이 있을까? "
이즈미 코하루: " 아라이 미츠키랑 우에하라 에리는 각각 스탠드랑 제로인게 탄로난 상황… 살아남은 사람들 중 비어있는 스탠드와 제로의 자리를 채울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모르겠네, 응? "
이즈미 코하루: " 스탠드와 제로, 두 녀석들의 공석에 들어갈 수 있는건 칸다, 이리에, 에비나… 그리고 너 뿐이라는 말이지. 그 넷 중에서 둘은 스탠드이거나 제로야. "
카나데 카즈키: " 하, 그런 궤변이나 늘어놓으려고 나한테 시비건거냐? 내 입장에선 카나데 카즈키라는 이름 대신 이즈미 코하루가 들어갈 수 있는 건 알지? "
이즈미 코하루: " 흥, 알고말고. 그게 네 실책 아니겠어? 4명중 2명이 배신자인 불신지옥에서 섣불리 남을 의심하지 않는다? 왜일까? 의심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
이즈미 코하루: " 타카하시가 처형되자마자 계속 생각하고 있었어… 분명 마지막에 갈등하고 있었다고. 우에하라는 그 녀석들의 빌어먹을 사명과 우리들 사이에서 분명히 갈등하고 있었단 말이야! "
이즈미 코하루: " … 어딘가 이상했어. 설령 제로로서의 임무 완수만을 생각했다면 내가 범인으로 몰렸을 때 무리해서 오명을 씻겨줄 필요도 없었겠지. 나는 그 녀석 덕분에 범인으로 지목당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
이즈미 코하루: " 타카하시가 그렇게까지 우에하라를 설득했음에도 섣불리 투표를 하지 못했던게 우에하라였어. 그런데, 그런 우에하라가 누구의 말을 듣고 투표를 감행했더라? 응? 우리 모두를 몰살시키는 그 사형버튼을 누가 누르게끔 했더라!? "
이즈미 코하루: " … 너였어. 네가 우에하라에게 후회없을 선택을 하라고 하자마자 그 녀석은 투표를 해버렸다고. 네가 방아쇠가 된 셈이란 말이야! "
카나데 카즈키: " 뭐라는거야. 그게 왜 내가 제로라는 말이 되는데? 우에하라는 자기 스스로 판단해서 자신을 위해 투표한거야. 거기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
이즈미 코하루: " 거기에 너희들만의 사인이라던가 내포된 의미가 있었을 지 내가 어떻게 알아!? 호노카… 너는 어떻게 생각해? 지금 내가 하는 이 모든 의심이 편집증 환자처럼 보여? "
카나데 카즈키: "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다 그렇게 보일거다. 우리가 처한 상황이 상황인만큼 이해는 하지만, 공감까지 얻기는 어려운걸 왜 알지 못하는건데? "
호노카 아카네: " 얘, 얘들아… 일단 진정 좀 하고…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 일인지부터 좀…… "
이즈미 코하루: "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이 뗏목에 올라탄 네 사람 중 우리의 목을 노리는 예비 살인자 새끼가 못해도 하나는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단 말이야! 진정… 진정을 어떻게 하라는거지? 나만 불안해 하는 거야, 지금? "
카나데 카즈키: "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우리 중 불안해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그러니까 입 좀 닥치고 있으란 말이야-!! "
에비나 코토리: " ……… "
에비나 코토리: " 호노카, 어떻게 생각하세요? "
호노카 아카네: " 응? 뭐, 뭐가…? "
에비나 코토리: " 이즈미의 말도 마냥 틀렸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워요. 그러니까, 지금까지 카나데와 이즈미에게서 신뢰를 받아왔던 호노카가 말해주는거예요. "
에비나 코토리: " 이 뗏목은 마지막 섬으로 향하고 있어요. 모두가 단결이 필수적인 상황이지만… 확실히 정해야할 거예요. "
에비나 코토리: " 우리 넷은… 서로를 믿어도 괜찮은걸까요? "
………
이 뗏목이 마지막 섬으로 향한다…?
난데없이 마지막 섬으로 향하는 이유는 제쳐두고라도, 배를 타고 떠난 마키와 칸다도 그 곳으로 향했을 가능성이 높을지도 몰라. 마키는 여태껏 무언가를 알고 있는듯한 모습을 종종 보였으니까.
게다가 이번에 향하는 곳이 마지막 섬이라면 더 이상 추가적인 정보를 알아낼 확률은 희박하다. 그 곳에서 모든 진상을 알아내고, 단합하고, 헤쳐나가야만 한다. 에비나는 그러기 위해 단결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겠지만…
이즈미의 말대로 우리중에 두 명이 숨어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어떻게든 살아있는만큼 우에하라와 아라이 또한 살아있을 확률이 있어. 그걸 간과할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나도 확실히 정해야 해. 상황이 막바지로 치닫는 만큼, 살아남은 사람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더 이상 언제까지고 갈팡질팡하며 애매하게 있을 수는 없어.
우에하라는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마지막에는 마음을 다 잡고 우리를 죽음의 길로 내몰아 살아남을 수 있었어. 우정과 신뢰같은 것보다 모든 것에 신중해지고 조심하는 편이 나에게 유리할지도 몰라…
그렇다고 마냥 협력하지 않으면 서로간의 유대가 완전히 망가질 날이 올거야. 확실히 그건 시간문제일테고… 그렇게 되는 날이 모두가 미쳐버리는 날이 되겠지.
카나데와 이즈미는 나름의 노선을 정했다. 예전같았으면 그 둘을 조율하는 것도 생각했을테지만… 나 또한 너무 지쳤어. 게다가,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 능력 이상의 짓을 해봤자 나는 물론 전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뻔하잖아…? 대단한 위인도 아닌 내가, 멋 모르고 모두의 조화를 이루어보려다가 이도 저도 안되고 모두에게 치이면서 애매하게 나날을 버티다 미쳐버리는거지. 내게 남은 선택지는 둘 뿐이야. 그건 확실한데…
……
A. 앞으로는 더욱 경계하는 자세를 취한다
B. 앞으로는 더욱 신뢰하는 자세를 취한다
* 이번 선택지의 결과에 따라 4챕터에서 호노카의 행동이 크게 달라지며, 이후의 관계와 주어지는 선택지도 크게 달라지게 됩니다.
-
초고교급 기자 / 마키 유이치
초고교급 농구선수 / 카나데 카즈키
X
초고교급 작가 / 호노카 아카네
X
초고교급 아이돌 / 이즈미 코하루
-
-
...
X
X
X
X
-
-
초고교급 요리사 / 칸다 케이타
초고교급 간호사 / 우에하라 에리
X
...
X
초고교급 행운 / 에비나 코토리
-
현 생존 인원: 07 / 17 人?
-
제로의 멤버
- 에이트
- ???
- 우에하라 에리
- 타카하시 쥰
스탠드의 멤버
- 아라이 미츠키
- 마에카와 히로토
- ???
- 사쿠라 카야데
이노센트
- ???
- 미도리카와 안나
- ???
- ???
- 하나에 리온
- 이노우에 노도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