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번째 학생…?
앞에는 수 백의 모노쿠마를, 뒤에는 수 십의 저격수를 대동하고 등장한 저 여자가 17번째 학생?
게다가, 발명이라던가 리더의 재능과도 일절 관계없는 초고교급 행운이, 이런 얼토당토 않는 상황의 주인공이라니.
딱히 재능에 차별점을 두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너무 뜬금 없는 일이 아닌가.
마키 유이치: " … 이상하잖아. 어떻게 일개 학생이 저런 저격수들과 모노쿠마를 이끌고 움직일 수 있다는거야? "
에비나 코토리: " 이끄는 것이 아니에요. 저들과 저는 잠시 뜻이 일치하는 교차점에 있을 뿐… 궁극적인 목표는 엄연히 다르답니다. "
이노우에 노도카: " 뜸 들이지 말고 말 해. 원하는게 뭐지? 대화를 하려는 걸 보니 죽이는 것은 목적이 아닌 모양인데.
에비나 코토리: " 눈치가 빠르네요. 당신의 말대로, 제 목적은 그게 아니죠. "
그러면서, 그녀는 주머니에서 어떤 스위치를 꺼내더니 그것을 보란듯이 눌렀다.
그러자 지표면이 크게 요동치며 이루 말하기 힘든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땅이 반으로 갈라졌다고 해야할까, 말 그대로 바닥문이 열리듯이 벌어지더니 그 밑에서부터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무언가의 형상이 나타난다.
… 거대한 비행접시였다.
카나데 카즈키: " 뭐… "
카나데 카즈키: " 뭐야, 저거…? "
카나데 카즈키: " 뭐냐고오오오옷-!!! 쩐다! "
이리에 사야하: " 놀라는 포인트가 그게 맞아, 형…? "
이노우에 노도카: " 뭐야… 이것도 네가 한 짓이야? 대체 우리에게 뭘 시키려고…!! "
에비나 코토리: " 뭐긴요. 돌아갈 시간이 온 것 뿐이죠. 다들, 저 안으로 들어가세요. "
……
에비나 코토리: " 뭘 그렇게 기다리세요? 이것이 당신들이 내린 선택의 결과잖아요. 자, 어서… "
에비나 코토리: " 지금의 당신들은 납득하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이것이 여러분들에게 내려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요. 지금은 순순히 따르고, 나머지는 미래의 여러분에게 맡기는 것이- "
마키 유이치: " 기회를 주는 양 떠들어 대는 건 그 쯤 하지? "
마키 유이치: " 뭐가 우리의 선택이라는거야? 나는 멋대로 누군가에 의해 강제되는, 자유를 박탈 당하는 상황따위 선택하지 않았어. "
이노우에 노도카: " … 그래, 동감이야. 아까부터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너? "
에비나 코토리: " …… "
에비나 코토리: " 그래요… 기억나지 않는 것이 당연하겠죠. "
에비나 코토리: " 그리고 그건, 저도 마찬가지가 될 거고요. "
……
이리에 사야하: " 아, 아무래도 저 누나는 미쳤나봐. 아까부터 이상한 말만 늘어놓고 있잖아…!! "
에비나 코토리: " 여러분들이 모두 저 물체에 탑승하면 저도 여러분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되겠죠. "
에비나 코토리: " 같이 참가할 예정이에요. 새로운 살인게임에… "
마키 유이치: " 살인… 게임? "
카나데 카즈키: " 살인게임이라니… "
카나데 카즈키: " 웃기지 마! 누구 마음대로 우리에게 그딴 짓을 시키겠다는 말이야!? "
이리에 사야하: " 마, 맞아! 그런 거 할까보… "
에비나 코토리: " …… "
이리에 사야하: " … 할까? "
카나데 카즈키: " 멍청아, 쫄면 어떡해!? "
그들의 사소한 반항에도 에비나 코토리는 눈쌀을 찌푸리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아까 전에 존재를 나타내었던 저격수들이, 바로 우리에게 집중하기 시작한다.
각자의 가슴에 두 어 개의 레이져 포인트가 올려져 있는 것을 보게 되자, 사소한 반항마저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카나데 카즈키: " 크윽… "
이노우에 노도카: " … 그것만이라도 알려줘. 살인게임에 참가하든 말든, 기본적인 배경은 알아야 네 말에 따를 거 아니야? "
마키 유이치: " 뭐…? 이노우에, 지금 저들의 말에 따르겠다는거야!? "
이노우에 노도카: " 성깔 죽여. 이미 우리는 저들의 손아귀 안이야. 순순히 따르되, 얻어낼 수 있는건 얻어내는 게 최선… "
마키 유이치: " …… "
에비나 코토리: " 기본적인… 배경? "
에비나 코토리: " 아… 그것 마저도 기억하지 못하는건가요. 하긴, 그것도 그 사람이 말해준 변수 중에 하나였죠. "
에비나 코토리: " 여러분들은 신 미래기관과 래디컬 센터가 주도하는 '래디컬 프로젝트'의 실험체입니다. 래디컬 프로젝트란, 실험체들의 기억을 소거하고 배경을 설정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무한히- "
… 그 순간이었다.
에비나 코토리… 그 여자의 뒤에 있는 수많은 모노쿠마들의 눈의 빨간 부분이 번쩍이더니,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 마냥 기분나쁜 경고음이 동시다발적으로 울려퍼졌다.
에비나 코토리: " 아… 역시, 여기까지는 NG인 모양이네요. "
이노우에 노도카: " 뭐야… 대체 뭘 태연히 말하고 있는거야? 래디컬 프로젝트라니, 영문을 모르겠는데. "
에비나 코토리: " … 그래도 이 정도는 말할 수 있겠죠. 여러분들이 이 래디컬 프로젝트의 실험체가 된 근본적인 이유는, 여러분 안에 섞여있는… 즉, 키보가미네 학원 80기생 중에 섞여있는 배신자의 존재 때문이랍니다. "
이리에 사야하: " 배신자…? 무슨 소리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누나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거야?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마냥…"
에비나 코토리: " … 말했잖아요? 일단은, 저도 여러분들과 같은 학생… 17번째 전학생이니까요. "
에비나 코토리: " 자, 기초적인 정보는 전달했어요. 이제… 살인 학급 여행을 도와줄 서포트 모노쿠마를 가동시킬 차례… 였던가. 기억이 잘 안 나네. "
… 였던가?
뭐야, 그 확신하지 못하는… 마치 누군가에게 전달받은 사항을 그대로 따르는 듯한 뉘앙스는.
아무튼, 그녀가 자신의 뒤에 있는 모노쿠마중 한 기를 무작위로 집어들어 무언가의 조작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모노쿠마: " ……… "
모노쿠마: " … 오. "
모노쿠마: " 오, 오옷… 오오오옷… "
모노쿠마: " 응히잇-!!! "
카나데 카즈키: " 이, 이상한 소리 내지 말라고! "
조작을 받은 모노쿠마는 얼마동안은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아기처럼 주변을 둘러보더니… 곧장 완벽하게 적응한 듯 기분나쁜 웃음을 내보인다.
모노쿠마: " 우뿌뿌… 너희들이구나. 반가워! 너희들도 반갑지? "
모노쿠마: " 몇 년 만에 부활했습니다! 모노쿠마, 등장- "
아라이 미츠키: " … 시끄럽네. "
지금의 상황에 신물이라도 난 것 마냥, 그녀는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린 채로 모노쿠마에게 다가가더니…
… 그것을 걷어차버렸다.
아마 모노쿠마와 같은 고철이 아닌 평범한 인간히 가격당했다면 족히 뼈가 몇 개는 부숴졌을 정도의 절륜함이었다.
동시에 학교 측의 저격수들이 아라이에게 발포라도 하려는 듯이 그녀의 심장을 노리기 시작했으나…
역으로 그녀는 그들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에비나 코토리를 자신의 품으로 낚아채었다.
모노쿠마: " 히야앙~ 아파아~ "
에비나 코토리: " … 뭐하는 짓이에요? 이런 행동이 이롭지 않다는 것 정도는 잘 알잖아요! "
아라이 미츠키: " 알 게 뭐야, 어차피 지금 당장은 내게 손대지 못하잖아? 거… 래디컬 프로젝트인가, 뭔가하는 그것 때문이라도 말이지. "
에비나 코토리: " …… "
에비나 코토리: " 어차피… 완벽한 시작은 열 여섯 명이었어요. "
그런 말을 하고선 저 쪽의 저격수에게 불길한 신호를 주려고 하자…
… 이번에는 멋대로 또 다른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여태껏 침묵을 고수하던 하나에가 갑자기 눈을 섬뜩하게 뜨고선 에비나 코토리에게 성큼성큼 다가간다.
그 짧은 찰나였지만, 그에게서 뿜어져나오는 감정은 분명…
… 분노였던 것 같다.
그녀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하나에에게 깜짝 놀라며 다가오지 말라고 소리쳤지만 하나에는 끝내 그녀에게 다가가기에 이르렀고…
에비나 코토리의 목을 조르듯 처올렸다.
에비나 코토리: " 으, 으극…! "
하나에 리온: " 네, 네가… "
하나에 리온: " 네가 어떻게…!! "
이노우에 노도카: " 뭐, 뭐야…!? 미쳐버린 거야!? "
에비나 코토리: " 커, 으윽… 이거 놓으세여…! 위험하니까…!! "
그녀가 예고했던 것처럼 건물 안의 저격수들은 총구를 일제히 하나에에게 돌렸지만, 하나에는 멈추지 않고 에비나 코토리를 압박해갔다.
에비나 코토리: " 이거… 진짜란, 말이에여…!! 안 된다고…! "
에비나 코토리: " 혹시 상황에… 이상함을 느끼는 거라면… 그게, 정상… 그러니까 어서…! "
에비나 코토리가 급하게 건물 쪽으로 쏘지 말라는 손짓을 보냈지만, 때는 이미 늦은 것 같았다.
도대체 하나에는 무슨 자신감으로 그녀를 위협했는지, 또 그런 그녀는 어째서 하나에를 지켜주려 했는지… 그런 생각들을 짧게 하고 있었을 때,
세 발의 총성이 울렸다.
다행히 에비나 코토리가 하나에를 거세게 밀어붙여 그를 노렸던 세 발의 총탄은 무사히 빗겨간 듯 했지만… 그 총탄은 두 사람이 비켜간다고 멈추거나 하지는 않았다. 당연한 일이지.
그 아찔한 위험은 에비나 코토리와 하나에를 지나…
내게로 향했다.
마키 유이치: " … 어라. "
이노우에 노도카: " 자, 잠깐…! "
이후의 위험을 직감한 카나데가 순간적인 판단력을 발휘해 오른쪽에 있던 나를 옆으로 밀어붙이고, 그로 인해 옆에 있던 이노우에 쪽으로 밀려 넘어지게 되었다.
넘어진 충격에 머리를 부여잡고 나에게 깔린 이노우에를 뒤돌아 보려고 했는데…
…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노우에 노도카: " 머, 멍청아!! 어딜 올라타는 거야!? 꼬, 꼴에 남자새끼라고 잘도… 어? "
바닥에는 서서히 피웅덩이가 고여가고 있었다. 이노우에가 돌 같은데에 깔려서 나는 피가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머지 않아 올라오는 극심한 고통에 허벅다리를 내려다보면…
모노쿠마: " 어이쿠, 저런! 우뿌, 우뿌뿌뿌…"
꽤나 엄청난 크기의 피 구덩이가 시야를 빨갛게 물들였고, 상처를 인지한 순간 눈 앞이 흐릿해졌다.
엄청난 고통이 뇌를 바늘로 찌르는 듯이 느껴진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챙겨주기도, 달려오기도, 누군가는 그런 그들의 행동을 저지하기도 했지만… 그런 소리마저 점점 희미해진다.
… 어째서 이런 상황에 몰리게 된 것일까.
어떻게든 생각을 정리하며 상황을 이해해보려 했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아무래도 어려운 일인 것 같다.
Chapter P. 돌아갈 시간이야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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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기자 / 마키 유이치
초고교급 농구선수 / 카나데 카즈키
초고교급 하피스트 / 미도리카와 안나
초고교급 작가 / 호노카 아카네
초고교급 메이드 / 마나베 리츠
초고교급 아이돌 / 이즈미 코하루
초고교급 도박사 / 이리에 사야하
초고교급 연극배우 / 타카하시 쥰
초고교급 조향사 / 마에카와 히로토
초고교급 첩보원 / 이노우에 노도카
초고교급 변호사 / 에이트
초고교급 요리사 / 칸다 케이타
초고교급 간호사 / 우에하라 에리
초고교급 ??? / 하나에 리온
초고교급 용병 / 아라이 미츠키
초고교급 마녀 / 사쿠라 카야데
초고교급 행운 / 에비나 코토리
생존 인원: 17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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